기획·칼럼

음식 최적 온도 알고 맛있게 먹자

안종주의 사이언스 푸드(13)

혀가 맛을 느끼는 것은 입안에 들어온 음식의 성분이 물에 녹은 상태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느끼는 음식의 맛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맛을 정말 예민하게 느낀다. 물론 음식 맛을 느끼는 혀의 미각 세포는 나이가 들어 노화함에 따라 그 능력이 점차 퇴화해 짠맛에 더 둔감해지는 등 변화한다.

미각이 얼마나 예민한지는 4가지 기본 맛을 느끼는 최소농도를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먼저 대표적 짠맛을 내는 소금(식염)은 물에 0.0005%만 녹아 있어도 혀가 그 맛을 느낀다. 설탕보다 250배나 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인 둘신(dulcin, 대표적 인공감미료인 사카린보다 5년 뒤인 1884년 개발됐으나 발암성 논란과 일본에서 중독 사고를 일으켜 시장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감미료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다.)은 0.0001%만 있어도 달콤함을 감지해낸다.

신맛을 내는 염산(HCl)은 200분의 1N(노르말, 한 용액의 노르말농도는 그 용액 1리터당 용질 당량무게의 수를 말하는데 염산은 단일양성자 산이므로 1몰이 1당량임) 농도에서 시큼한 맛을 낸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잘 알려진 황산키니네는 쓴맛을 내는데 0.00005%의 극미량에서도 혀가 그 맛을 느낀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뜨거울 때 국물의 간을 보면 나중에 실제 먹을 때보다 싱겁게 느껴진다.  ⓒ 위키미디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뜨거울 때 국물의 간을 보면 나중에 실제 먹을 때보다 싱겁게 느껴진다. ⓒ 위키미디어

맛을 느끼는 최소 농도는 먹는 음식의 온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단맛은 섭씨 17도에서 느끼는 맛의 최소농도가 8.5라면 35도에서는 1.5가량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짠맛의 경우 온도가 올라갈수록 맛을 덜 느껴 17도에서 느끼는 짠맛의 최소농도가 4라면 37도에서는 9.5정도로 2배 이상 짠 성분이 더 들어있어야 그 맛을 느끼게 된다.

쓴맛도 온도가 올라갈수록 맛을 느끼는 최소농도가 높아진다. 특히 37도가 쓴맛을 느끼는 감도의 변곡점이어서 이보다 온도가 올라가면 급격히 쓴맛을 덜 느끼게 된다. 뜨거울 때 적당한 맛을 내던 커피가 식게 되면 쓴맛을 강하게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맛의 경우에는 온도 변화에 따른 차이가 극히 적다.

맛을 느끼는 감도와 온도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을 알게 되면 음식을 조리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라면이나 국·찌개를 끓이면서 국물 또는 건더기의 짠 정도를 알려면 뜨거운 것을 어느 정도 식힌 뒤 먹게 될 때를 가정해 간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뜨거운 상태일 때 평소 좋아하는 짠맛보다 약간 싱겁다면 간을 맞출 때 쓰는 소금이나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을 더는 넣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일 맛을 강하게 내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여러 맛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맛을 내는 음식이 있다. 과일은 대개 유기산에서 나오는 신맛과 과당이나 포도당에서 나오는 단맛이 어우러진 식품이다. 단맛을 가장 잘 느끼려면 30~40도가 적당하지만 과일에서 단맛만 강하게 나면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전체적인 맛이 떨어진다. 따라서 적당한 단맛이 신맛 등 다른 맛과 어우러진 좋은 맛을 느끼려면 차갑게 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과일에서 단맛을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30도 전후의 온도에서 보관한 것을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종류마다 맛있는 온도가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맛있을 리 없다. 아이스크림은 영하 6도 정도가 먹기에 가장 알맞다. 이보다 더 차가울 경우 혀가 얼얼해 외려 맛을 느낄 수 없다.

맥주와 주스, 사이다, 냉수 등은 섭씨 6~12도가 적당하다. 냉장고의 냉장실에 식품을 보관하면 이런 온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차갑게 해서 마시는 막걸리나 포도주 등도 이런 정도의 온도가 적당하다. 포도주 가운데 백포도주는 차갑게 해서 마시면 좋고 적포도주는 실온에 가까운 15도 정도가 좋다.

커피나 녹차, 허브차, 홍차 등 각종 차 종류는 뜨겁게 해서 마셔야 제격이다. 국물이 있는 국수 종류나 국의 국물도 60~70도 정도가 적당하다. 이보다 더 뜨겁거나 입천장이 데일 정도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너무 뜨거운 음식이나 국물, 차를 마실 경우 구강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특히 식도를 통해 음식이 위로 들어가는 순간 위에서 뜨겁다는 반응이 생길 정도면 위염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뜨거운 국물 등은 한꺼번에 입안에 넣지 말고 온도를 느끼면서 조금씩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혜이다.

사과 등 과일을 냉장 보관하는 것은 오래 보관할 목적도 있지만 과일은 차갑게 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안종주

사과 등 과일을 냉장 보관하는 것은 오래 보관할 목적도 있지만 과일은 차갑게 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안종주

너무 차가운 것도 건강에 해롭다. 빙수나 아이스크림, 슬러시 등 빙과류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짧은 시간에 마시거나 먹을 경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순간 현기증을 느끼는 현상이 생긴다. 너무 차가운 것에 대해 우리 몸이 저항하는 반응이다. 너무 차가운 것, 너무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식습관은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음식이 제 맛을 내는 온도를 알고 먹으면 미각도 살리고 건강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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