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정보 담은 ‘한국인칩’ 첫 선

한국인 만성질환의 치료 길 열려

한국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이나 당뇨, 그리고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유전적 요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칩 시제품 ⓒ 국립보건연구원

최근 발표된 한국인칩 시제품 ⓒ 국립보건연구원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국인의 질병예방 예측 및 미래 유전체의학의 조기실현을 위해, 맞춤형 유전체칩인 ‘한국인칩’을 제작하여 생산한다고 밝혔다.한국인칩이란 한국인만의 특이적인 유전체 정보가 담겨있는 일종의 반도체칩을 말한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유전변이 중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20만개의 유전변이와 한국인의 유전체를 대표하는 60만개의 유전변이가 담겨 있어 한국인 질병 유전체 연구에 최적화된 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만성질환 연구에 최적화된 유전체칩

유전체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전체란 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는데, 사람의 경우는 99.9%의 유전 정보가 서로 일치하고, 0.1% 정도만이 차이가 난다. 0.1% 정도라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미세한 차이로 인해 외모나 체질을 달라지게 된다.

유전체칩은 이처럼 사람들마다 차이가 나는 유전 정보를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칩에 담은 것을 말한다. 이번에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개발한 유전체칩은 한국인의 유전체 정보를 주로 반영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한국인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인칩이 국내 유전체칩 개발에 있어서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유전체칩의 경우는, 다인종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한국인의 유전 정보가 약 70% 정도만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국인만을 위한 질환 연구 용도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한국인칩은 한국인의 특이적 유전체 정보를 반영하여 제작되었다 ⓒ 국립보건연구원

한국인칩은 한국인의 특이적 유전체 정보를 반영하여 제작되었다 ⓒ 국립보건연구원

이 외에도 기존의 유전체칩은 최신 분석된 염기서열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유전변이를 발굴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국립보건연구원이 개발한 유전체칩은 한국인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 정보가 95% 이상 담겨 있어서 정확도가 훨씬 높고, 가격 면에서도 기존의 다인종용 유전체칩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인칩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의 김봉조 과장은 “한국인칩의 경우는 한국인만의 유전 정보를 반영해서 제작했기 때문에, 한국인의 질병에 대한 예측과 예방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 칩을 이용해서 다양한 임상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및 경제적 측면에서 기존 유전체칩보다 우수

유전체칩이 필요한 이유는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만성질환은 여러 유전자의 상호작용 및 환경요인 등 복합요인의 영향을 받는 질환인데, 이들 질환과 연관된 유전변이의 발굴을 위해서는 최소 약 2만 5천명의 샘플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인에게만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질환의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유전정보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최근에 시행된 대규모 유전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라틴 인종에게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제2형 당뇨병 유발 희귀 유전변이를 발굴한 바 있다.

한국인칩은 이처럼 차별화된 한국인만의 특이 유전변이 정보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기술 및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유전체 정보 분석의 표준을 확립하고, 임상연구에 적용하기 위한 1차 스크리닝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관련 연구를 촉진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유전변이 정보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정보를 반영할 수 있다.

한국인칩 개발 향후 추진방안 ⓒ 국립보건연구원

한국인칩 개발 향후 추진방안 ⓒ 국립보건연구원

그리고 경제적 측면의 경우는 기존 다인종 유전체칩에 비해 약 8배 이상의 변이 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대규모의 한국인 유전체 정보 제공을 통해 대조군 연구에 사용되는 중복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기대효과로는 한국인칩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인체자원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집단 시료들의 유전체 정보 활용을 통해, 한국인칩은 국가자원의 하나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통해 추적 조사된 한국인 10만 명분의 유전체 정보를 우선 생산하여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한국인칩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질병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한국인칩을 통해 확보되는 대규모 유전체 정보는 앞으로 암이나 당뇨병, 그리고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과 연관된 새로운 유전요인을 찾아내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특히 한국인의 유전요인이나, 바이오마커 발굴 등 질병예측 및 예방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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