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첫 문명인들은 어디서 왔나?

유전체 분석으로 문명 기원 밝혀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유럽의 첫 문명인인 미노아인과 이들을 정복한 미케네인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미노아인과 미케네인들은 3천년~5천년 전 유럽 문명의 새벽을 연 사람들로, 그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미노아인과 미케네인들은 일부 ‘다른 피’가 섞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일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이 고대 문명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HHMI 연구원이자 하버드의대 유전학자인 데이비드 라이히(David Reich) 교수는 “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호머의 시에서 어렴풋이 기억되는 세계에 살았던 사람들로, 이들이 살았던 시대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이 고대 문명의 기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 문명의 기원인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한 미노아 문명은 수천 년 전 문자를 읽고 쓸 수 있었던 청동기시대의 고도화된 문명이었다. 그림은 한 여성이 춤을 추는 모습으로 기원 전 1600~1450년 경의 프레스코 벽화 조각. Credit: Photo by Wolfgang Sauber is licensed under CC BY-SA 3.0

유럽 문명의 기원인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한 미노아 문명은 수천 년 전 문자를 읽고 쓸 수 있었던 청동기시대의 고도화된 문명이었다. 그림은 한 여성이 춤을 추는 모습으로 기원 전 1600~1450년 경의 프레스코 벽화 조각. Credit: Photo by Wolfgang Sauber is licensed under CC BY-SA 3.0

유럽 첫 문명인들은 어디서 왔을까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유럽으로 건너왔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유럽과 소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주했다는 설과, 시기도 청동기 전후 여러 시대에 걸쳐 있었다는 이론 등 다양하다. 두 문화 모두 글을 읽고 쓰는 문해(文解)를 포함하고 있으나 미노아 언어는 아직 해독되지 못 했다. 그리스어 초기 형태인 미케네 말은 역사 기록이 시작되면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에서 사용돼 왔다.

미노아 언어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광범위한 고고학 및 언어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두 문화의 기원과 서로의 관계 및 다른 청동기 시대 사람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라이히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두 민족의 조상 중 4분의 3은 서부 아나톨리아(지금의 터키 지역)와 그리스 및 그리스 섬을 포함한 에게해 지역의 첫 농경민으로부터 유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 유럽의 나머지 지역과 그리스 지역 최초의 농경민과는 완전히 다른 청동기 시대 그리스 문명을 일군 일부 인구들은 그 조상들이 코커서스와 이란으로부터 온 것으로 파악됐다.

기원 전 15 세기 경 크레타섬 Hagia Triada에서 나온 점토 태블릿 비문. 이 미노아 인들의 언어는 아직 해독되지 못 했다.  Credit : Wikipedia Commons / Y-barton

기원 전 15 세기 경 크레타섬 Hagia Triada에서 나온 점토 태블릿 비문. 이 미노아 인들의 언어는 아직 해독되지 못 했다. Credit : Wikipedia Commons / Y-barton

고대와 현대인 유전체 분석, 비교

기원 전 약 3,100~1050년 사이 크레타 섬을 기반으로 문명을 일군 미노아인들은 정교한 궁전을 지은 해상민족이었다. 그 중 하나는 매우 크고 복잡해 미노타우르스라고 불리는 괴수가 살았다는 미궁(迷宮) 신화의 역사적 기반이 되었다. 이 미노아인들을 정복하고 기원 전 1700~1100년 사이 그리스 본토에서 살았던 미케네 인들은 숙련된 기술을 가졌고 전투에도 능했다. 미케네는 요새화된 궁전이 있던 곳으로,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인들을 이끌었던 유명한 아가멤논 왕이 통치를 했었다.

라이히 교수와 독일 예나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그리스와 터키의 고고학 및 인류학자들과 협력해 에게해 지역 무덤 등에서 발굴된 19명의 청동기시대인 유골 표본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미노아인 10명, 미케네인 4명, 남서 아나톨리아(터키)인 3명, 미케네인들이 크레타섬을 정복한 이후의 크레타인 1명 그리고 그리스 문명 출현 이전 시대의 그리스 본토 신석기인(기원 전 5400년 전) 1명의 유골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 유골의 뼈와 치아에서 DNA를 추출해 이전에 보고됐던 다른 고대인 332명과 현대인 2614명, 현대 크레타인 2명의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아이오시프 라자리디스( Iosif Lazaridis)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연구 결과 미케네인들은 미노아인들과는 다른 추가적인 조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조상들은 흑해와 카스피해 북쪽의 대초원지역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필로스(약 1350 년, 왼쪽)와 티린스(1200년 경, 오른쪽)에서 발굴된 두 전사와두 여성이 탄마차 그림 프레스코화.  Credit : Wikipedia Commons

그리스 필로스(약 1350 년, 왼쪽)와 티린스(1200년 경, 오른쪽)에서 발굴된 두 전사와두 여성이 탄 마차 그림 프레스코화. Credit : Wikipedia Commons

“미케네인 일부 조상, 흑해 북쪽 대초원에서”

학자들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슬라브어 및 힌두어의 근원이 되는 인도-유럽어가 아나톨리아 지방이나 대초원지역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확산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을 벌여왔다. 라이히 교수팀은 자신들이 이전에 연구한 바를 근거로 ‘대초원 가설’을 지지한다. 라이히 교수는 자신들의 최신 연구 데이터를 보면 초기 그리스어를 했던 사람들은 대초원 인들의 이주에 따라 인도-유럽어가 여러 곳으로 확산되면서 그리스 쪽으로 내려와 남부지역의 언어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볼 때 “그리스인들이 민족들의 팽창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고대 그리스문명의 기원을 조명한 것이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라이히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미노아인들과 미케네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쪽에서 온’ 조상들이 에게해에 언제 정착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케네인들에게서만 발견되는 ‘북쪽 조상’들의 도래가 한번의 급격한 이동으로 발생했는지 아니면 장기간에 걸친 산발적인 이동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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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이현석 2020년 1월 27일1:54 오후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논문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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