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1,2019

우주인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과학서평 / 침묵하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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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지구 외의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탐사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이다. 내년이면 출범 60주년을 맞는다. 그것을 기념해서 세티 의장을 맡고 있는 폴 데이비스(Paul Davies) 박사가 쓴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 eerie는 ‘으스스한, 괴상한’이라는 뜻이다.)가 번역됐다.

이 책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나 할까, 다른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기 전에 지구상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생물학적 생명의 첫 번째 흔적은 35억 년 전 호주 바위에서 발견됐으며, 생명은 정보의 복제가 이뤄지는 슈퍼컴퓨터 같다.

그러나 물리학과 화학의 근거에서 보면,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완전히 기적에 가깝다.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회오리바람이 폐품처리장의 고철을 날려 올려 저절로 보잉 747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했을 정도이다.

생물학자들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해 생명이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자인 저자가 보기에 생명이 나타난 것은 마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분자들이 지휘자도 안무가도 없고, 소속감이나 집단의지도 없을 텐데 어떻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저렇게 똑똑한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구에 생명이 태어난 것은 현재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로 보인다’는 DNA 나선이중구조를 밝힌 프란시스 크릭의 말이나, ‘마침내 인류는 무정하리만큼 광막한 우주에서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과 스스로가 우연의 산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노벨 생화학 수상자인 프랑스의 자크 모노(Jacques Monod)의 말을 인용한다.

지적 생명체, 과학자 의견도 제각각    

하지만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Christian de Duve)는 외계 생명의 존재는 ‘우주의 필연’이라고 확신해서 말했다.

이 논의에서는 기준점이 모호하다. ‘생명’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놓친 부분은 물리학자가 생각하는 생명, 화학자나 생물학자가 생각하는 생명이 조금씩 다르고, 일반 독자들이 생각하는 생명은 더욱더 다르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배운 과학의 틀로 생명을 이야기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생명 하면 바로 인간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폴 데이비스 지음, 문홍규 이명현 옮김 / 사이언스 북스 값 22,000원

폴 데이비스 지음, 문홍규 이명현 옮김 / 사이언스 북스

우주에 아주 낮은 단계의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점점 더 움직이기 어려운 사실로 드러나는 것 같다. 물이 다량으로 발견된 화성에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주생물학자들은 혜성이나 운석 또는 우주먼지에 실려 생명의 기본이 되는 빌딩블록이 얼마든지 천체 사이를 이동할 수 있음을 속속 발견했다.

그렇지만, 아직 지적 생명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과학적인 단서 하나 남기지 않았다. 인간이 약 1세기 전부터 사용한 전파를 발사해도, 혹시 지적 생명체가 그 전파를 받아 응답하려면 최소한 20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의욕을 꺾는다.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받았다고 해도, 그 신호가 수백만 년 전에 보낸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과학적 내용보다 오히려 성급한 독자들은 ‘그래서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냐’에 더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1950년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수천 건의 관찰 보고 기록을 검토하는 ‘프로젝트 블루 북’(Project Blue Book)을 20년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자문과학자였던 앨런 하이네크(Allen Hynek) 박사는 자신을 찾아온 데이비스에게 ‘뭔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영국과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데이비스는 종교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원전 2500년 전에 ‘북쪽에서 온 빛을 내는 소용돌이 바람에서 사람처럼 생긴 날개 달린 동물들이 나왔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만약 내 안에 종교적이라고 불릴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과학이 드러낸 세상의 구조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라고 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에서도  깊이 스며든 기독교 문화의 흔적이 드러난다.

저자 역시 “우리는 아직 무엇이 무생물을 생물로 변하게 하는지 모른다”는 표현을 여러 번 되풀이한다. 저자는 마치 ‘과학적으로 존재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심정적으로는 과학 너머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세티 프로젝트는 인간에게 무슨 도움을 줄까? 세티 프로젝트 창시자인 프랭크 드레이크의 말로 대신한다. “세티는 우리 자신을 찾는 일이다.”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 인간은 거대한 우주의 한 부분임을 확인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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