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2,2019

우연히 발견한 카바이드 제조법

과학기술 넘나들기(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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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우연과 행운이 실마리를 제공한 경우는 너무도 많다.

즉 뜻밖의 실수가 계기가 되거나 어린이들의 놀이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 등 인데, 이른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 불린다. 이러한 세렌디피티의 중요한 범주 중의 하나가 바로 처음의 목표와는 달리 전혀 기대하지 않은 부산물을 얻게 된 경우, 즉 ‘꿩 대신 닭’과 같은 사례들이다.

‘남성들의 묘약’으로서 그동안 전세계인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모은 바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Viagra)’는 처음에는 심장병 치료제로 쓰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었다.

특히 의약품 개발의 분야에서 비아그라 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감기약의 대명사인 아스피린(Aspirin)은 처음에는 해열, 진통제가 아니라 내복용 살균제로 쓰려고 개발된 약품이었다.

대머리였던 어느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 치료제의 하나인 미녹시딜(Minoxidil)을 써 본 결과 뜻밖에 머리털이 돋아나게 되자, 이후 미녹시딜은 탈모방지, 발모촉진제로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암 치료제로 이용되던 인터페론이 관절염에도 특효가 있다고 밝혀진 것도 비슷한 경우이며, 이 밖에도 상당히 많은 사례가 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자면, ‘금을 만들기 위하여’ 중세 시대부터 활발히 행해졌던 연금술은 비록 다른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새로운 물질들을 발견하였고, 이는 근대적인 화학의 발달에 밑거름이 되었다.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쓰이던 값비싼 키니네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 노력한 소년 화학자 퍼킨(William H. Perkin; 1838-1907)이 키니네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그 대신 최초로 인공 화학염료의 합성에 성공한 것도 이러한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꿩 대신 닭’의 재미있는 사례를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바로 ‘카바이드’(탄화칼슘, CaC2)의 제조법을 들 수 있다. 카바이드(Carbide)는 원래 탄화물을 통칭하는 의미로도 쓰이므로, 탄화칼슘은 ‘칼슘 카바이드(Calcium carbide)’라고 불러야 정확한 명칭일 것이다.

LP가스가 널리 보급되고 휴대용 전등이 손쉽게 쓰이는 오늘날에는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카바이드가 무엇인지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이 든 세대라면 옛날에 한잔하러 들른 포장마차의 카바이드에서 나오는 불빛과 독특한 냄새의 향수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휴대용 전등이 널리 쓰이지 않던 시절,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카바이드 조명은 필수 준비물이었다.

또한 카바이드는 과거에 막걸리의 제조에도 사용되곤 하였다. 오늘날에는 막걸리 제조기술과 발효법이 발달한 덕분에 막걸리의 품질이 크게 좋아져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을 받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하였다.

즉 숙취나 부작용이 거의 없는 오늘날의 막걸리와는 달리, 옛날의 막걸리는 다음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두통과 숙취 현상이 최대의 단점이었다.

그 이유는, 속히 발효시키기 위하여 고두밥에 카바이드를 섞어서 막걸리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순물들로 인하여 막걸리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에는 귀금속으로 여겨졌던 알루미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과거에는 귀금속으로 여겨졌던 알루미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오늘날과 같은 알루미늄 제련법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데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알루미늄이 귀금속으로 여겨졌다.

알루미늄은 ‘찰흙에서 나온 은’이라고도 불렸는데, 따라서 상당히 많은 발명가, 화학자, 기술자들이 알루미늄을 경제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매달렸다. 그들 대부분이 시도한 방법은 철을 제련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용광로에 산화알루미늄과 코크스를 섞어서 고온으로 가열하는 방법이었다.

결국 미국의 홀(Charles Martin Hall, 1863-1914)과 프랑스의 에루(Paul Louis T. Heroult, 1863-1914)가 1886년에 빙정석과 산화알루미늄을 용융시켜 전기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했지만, 그 무렵까지도 제철법의 원리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카바이드 제조법의 공동발명자 토마스 윌슨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카바이드 제조법의 공동발명자 토마스 윌슨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미국에서 작은 공장을 경영하던 제임스 모어헤드(John Motley Morehead III, 1870-1965)라는 인물과 캐나다 출신의 발명가 토마스 윌슨(Thomas Leopold Willson, 1860–1915)도 그런 사람 들 중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힘을 합쳐서 알루미늄 제련법을 개발하려 애썼는데 제철법의 원리를 응용하되, 철을 분리할 때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전기로를 쓰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방법으로 알루미늄이 얻어질 리는 만무하였다.

그들은 다시 산화칼슘에 탄소를 섞어서 가열하여 금속칼슘을 먼저 만들고, 칼슘에 산화알루미늄을 섞어서 다시 가열하면 알루미늄이 분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 방법은 일찍이 프랑스의 드빌(Henri-Etienne Sainte-Claire Deville, 1818-1881)이 나트륨을 이용하여 알루미늄을 추출한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 불행하게도 이렇게 해서는 산화칼슘으로부터 칼슘이 분리될 리가 없었다.

1891년에 산화칼슘, 즉 생석회에 탄소가 함유된 콜타르를 섞어서 전기로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한 결과, 뭔가 반짝거리는 물질이 생겼다. 그들은 틀림없이 칼슘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좋아하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것을 물 속에 넣었다. 칼슘과 물이 반응하면 수소를 낼 것이고, 거기에 불을 붙이면 수소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바이드에서 발생하는 아세틸렌 가스를 사용한 토치 작업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카바이드에서 발생하는 아세틸렌 가스를 사용한 토치 작업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 물질은 물 속에서 거품을 내면서 뭔가 기체를 발생시켰는데, 실망스럽게도 거기서 나온 기체는 수소가 아니었다. 수소라면 불을 갖다 대면 폭발하듯 불이 붙을텐데, 그 기체는 불을 붙이자 노란 불꽃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연소하였다.

즉 산화칼슘과 탄소가 고온에서 반응한 결과, 칼슘이 환원된 것이 아니라 탄화칼슘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카바이드이다. ( CaO + 3C  → CaC2 + CO )

카바이드(탄화칼슘)를 물에 넣었을 때 부글거리면서 발생했던 기체는 수소가 아니라 아세틸렌가스(C2H2)였던 것이다. ( CaC2 + 2H2O → Ca(OH)2 + C2H2)

칼슘 카바이드 분말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칼슘 카바이드 분말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아무튼 ‘꿩 대신 닭’ 격으로 알루미늄 대신 카바이드 제법을 알아낸 두 사람은 연구를 계속하여 미국의 특허도 취득하였고, 카바이드는 이후 용접, 절단, 조명용 아세틸렌의 제조원료로 중요하게 쓰이게 되었다.

20세기 초에 석탄질소 제조공업이 발달하고,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아세틸렌으로부터 많은 유기 공업약품이 제조되었기 때문에 카바이드 공업은 계속 번창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즉 석탄질소 대신 요소가 쓰이고 석유계 LPG가 용접에 이용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화학공업의 발전으로 아세틸렌이 예전처럼 많이 쓰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카바이드의 용도는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카바이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화학물질로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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