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우리는 블랙홀 속에 살고 있나?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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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J.R Oppenheimer : 1904~1967)는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 물리학자로 주로 알려져 잇지만 아는 사람 사이에는 블랙홀의 개척자로도 유명하다. 1939년 발표한 논문 ‘거대한 중성자핵’은 블랙홀을 처음 과학적으로 규명한 역사적인 논문이다.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펜하이머(J.R Oppenheimer). ⓒ 김제완

오펜하이머(J.R Oppenheimer). ⓒ 김제완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태양보다 10배 정도 무거운 별에 적용했다. 결론은 스스로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축해 블랙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아인슈타인에게 보여줬더니 ‘어딘가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며 믿지 않았다고 한다.

‘블랙홀’의 아이디어는 1783년 지질학자 존 미첼이 쓴 영국 학회지 논문에 처음 나타난다. 그는 천체 질량이 아주 커지면 중력도 아주 같이 커져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으리라 추측했다. 오늘날 그의 생각은 근본적으로 맞는다는 게 밝혀졌지만 당시엔 안 그랬다.

지구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지구의 질량(무게)을 유지하면서 반경을 줄이면 표면의 중력은 점점 더 강해진다. 만유인력은 질량에 비례하며 거리(반지름)의 역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의 질량을 유지한 채 반경을 2.9km까지 줄인다면 태양 표면을 벗어나려는 로켓의 속도는 빛의 속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넘어 설 수 없다. 로켓은 결코 태양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거기서 발생한 빛도 마찬가지다. 이런 반경을 ‘슈발츠쉴드 반경’이라고 하며 모든 물체가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행동반경이 되는 것이다.

블랙홀 반경의 20배 거리에 접근한 상상도. ⓒ 김제완

블랙홀 반경의 20배 거리에 접근한 상상도. ⓒ 김제완

참고로 지구를 누르고 눌러 반지름이 골프공 크기의 1.8cm가 되게 하면 지구는 드디어 블랙홀이 된다. 체중 100kg의 남자를 압축해 원자핵보다 1조 배나 작게 만들 경우 반지름이 10의 -23승 cm, 밀도는 10의 73승    gr/cm3  되는 블랙홀이 된다.. 물론 이때 그 남성도 블랙홀이 된다. 이렇게 블랙홀은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고 은하계의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있다는 게 확인된 상태이다. 사람을 눌러 반경 10의 -23승cm인 미니 블랙홀이라면 그게 우리 몸속을 지나가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럴까? 답이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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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우주에는 크고 작은 블랙홀이 깔려있다. 1960년대에 미국 국방성은 군사용 첩보위성을 우주에 띄어놓고 구 소련을 감시했다. 그런데 이 첩보위성에 거의 매일 같이 강한 감마선(빛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강한 전파) 신호가 잡혔다. 처음에는 소련을 의심했지만 감마선이 우주 깊숙한 곳에 올 뿐 아니라 1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강하게 발사된 뒤 곧 없어진다는 게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를 감마선 폭발체(γ-ray Burst)라 이름 지었고 그게 우주 깊은 곳의 별이 블랙홀이 되면서 내뿜는 강한 감마선임을 확인했다.

블랙홀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요즘 과학자들은 제네바의 지하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인 LHC(Large Hadron Collider)를 이용해 미니 블랙홀을 만들려 하고 있다. 과학을 모르는 한 미국인이 블랙홀을 만들면 지구를 집어 삼키게 된다고 하와이 법원에 LHC 가동정지 가처분을 신청을 했다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과학자들은 ‘우주 전체가 우주 밖에서 보면 블랙홀’이라는 흥미있는 가설을 제기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질량이 큰 물체가 블랙홀이 되면 반경이 커지고, 블랙홀의 밀도는 질량의 제곱에 역비례하여 작아진다. 이런 방식대로 보면 관측된 우리 우주 반경이 약 130역 광년이고 밀도가 10의 –29승gr/cm3 인 것은 블랙홀의 조건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블랙홀일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블랙홀 속은 다른 우주와 연결되어 있고 거대 우주에는 수많은 평행 우주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천문학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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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여 빛조차 탈출을 못하는 블랙홀은 한번 생기면 영원히 살을 찌우면서 존재할 것인가? 호킹 박사는 ‘호킹복사는 방출하면서 소멸하고 증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론은 이런 내용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의 경계면(Event Horizen)에서는 중력장이 매우 강한다. 그래서 E =mc의 제곱이라는 이론에 따라 전자와 반전자 쌍이 쉽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만들어진 두 입자 가운데 경계면에 가까운 쪽은 블랙홀로 흡수되지만 남은 ‘반대 성질을 가진 입자’는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

이렇게 전자 같은 소립자가 방출되면서 방사선이 방출된다. 그게 호킹복사다. 계산에 따르면 방사선의 방출 강도는 블랙홀 경계면의 면적에 비례한다. 블랙홀이 안고 있는 에너지는 ‘반지름의 세제곱’이므로 방사 효율은 블랙홀의 반경에 역비례한다. 이런 계산에 따르면 거대 블랙홀이라도 끝없이 속살을 찌우며 팽창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사람을 압축해 든 초미니 블랙홀이 있다 해도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세상에는 영원무궁한 존재는 없다는 교훈을 블랙홀은 다시 일깨워 준다.

  •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6.12.20 ⓒ ScienceTimes

의견달기(2)

  1. 김성엽

    2016년 12월 21일 8:25 오후

    블랙홀 안에서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네요.

  2. 김보미

    2019년 11월 27일 11:00 오전

    우와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제시된 가설이었네요 오오 우주는 크게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는데 탄생 삶 죽음이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블랙홀도 단순히 쓰레기통의 역할만 하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빨아들인 어마무시한 양분들이 블랙홀 내부에선 새로운 탄생으로 발현될지 실제로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