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F를 찾아서] 21세기 한국 과학소설의 현재와 미래
한국 사회상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지는 않지만 과학소설이 추구하는 본질에 성큼 다가섬으로써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있다. 이를테면 곽재식의 <그녀를 만나다; 2010년>1)는 질병으로 사망 직전 뇌를 새로 배양한 신체에 이식한 젊은이가 맞이한 곤혹스러운 처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여기서 주인공의 뇌는 새로운 신체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병원 측의 배려로 각기 절반으로 잘라져 두 개의 독립된 신체에 넣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식된 개체 둘 다 수술에 성공한다. 할 수 없이 일정한 재활기간이 지난 후 병원 측은 종합 정밀검사를 실시해 한 사람은 수술 전 원래 진본으로 판정하고 다른 한 사람은 원본과 상관없는 별개의 인격체로 백지상태에서 삶을 시작하라고 결정한다.
단지 다른 개체보다 원본의 기억을 덜 갖고 있다고 해서 이미 갖고 있는 기억을 애써 마음 속에 묻어두고 과연 완전히 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특히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기억에서만큼은 자신이 원본에 가깝다고 판정받은 쪽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강렬하다고 확신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2)
이 작품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사의 아이러니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하며 인격과 자아라는 것은 계량화 대상이 아니라는 주제의식을 구태여 말미에서 주인공의 독백으로 토로하는 대신 독자가 알아서 느끼게 해주었더라면 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 아인슈타인의 뇌를 반씩 나눠 각기 새로운 육체에 이식한 결과 두 개체 모두 멀쩡하게 생존한다면 진짜 아인슈타인은 누구일까? 곽재식의 <그녀를 만나다>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좌우 뇌를 활용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광고물.
▲ 인간의 육체에 탑재한 인공지능에게 로봇공학의 3원칙이 통용되어야 할까? 정희자의 단편 [U, Robot; 2009년]은 아시모프의 기존원칙이 폐기될 수밖에 없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쓰임새를 사색한다. ⓒefremov
1) 이 단편은 황금가지에서 펴낸 한국SF단편선 <아빠의 우주여행; 2010년>에 수록되었다. 2) 오늘 처음 그녀와 재회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녀가 나를 (수술 전처럼) 사랑하게 될지 조마조마하게 고민했고 내가 뭐라 말해야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 지 궁리했다. 그렇지만 이미 그녀와 뭘 어떻게 하는가와 상관없이 나의 뇌는 (또 다른 분리된 뇌에 비해) 워낙 다른 부분의 점수가 낮아 이미 원래의 뇌가 아닌 것으로 결정되어 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나는 그녀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정되어 있었고 나에게도 역시 내가 사라했던 사람의 추억은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 곽재식, <그녀를 만나다>, <아빠의 우주여행>에 수록, 2010년, 308쪽 3) 이 단편은 황금가지에서 펴낸 선집 [U, Robot; 2009년]에 수록되었다. 4) 이 단편은 행복한 책읽기에서 펴낸 선집 <누군가를 만났어; 2007년>에 수록되었다. 5) 이 단편은 웅진씽크빅 시작에서 펴낸 단편집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 2009년>에 수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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