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2018

오래된 집에서 건강 챙기려면?

21세기는 신드롬 시대(29) 헌집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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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을 앞둔 이 맘때가 되면 이사를 하는 집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니 ‘새집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새집 증후군 만큼이나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사철 유행어가 돌고 있다. 바로 ‘헌집 증후군’이다. 헌집 증후군이라고 하면 낯선 용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이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하나의 증후군으로 체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헌집 증후군 오염물질 현황 ⓒ 국립환경과학원

헌집 증후군 오염물질 현황 ⓒ 국립환경과학원

오래된 집이 사람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현상

헌집 증후군이란 지은지 오래된 집이 사람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사라고 하면 언뜻 새집이 연상되지만, 반드시 새집으로만 이사를 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헌집으로도 이사를 할 수도 있는데, 헌집도 새집만큼이나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 증후군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다만 새집 증후군이 주로  건축 자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화학적 유해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인위적 현상이라면, 헌집 증후군은 미생물이나 악취 등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사가는 집이 헌집일 경우 실내환기가 쉽지 않고, 건물 단열도 허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곰팡이나 유해성 세균들이 증식할 위험성도 따라서 높아진다. 단열 처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경우, 공기와 벽의 온도차가 커지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벽에 부딪쳐 결로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집 증후군이 유발하는 주요 질병 현황 ⓒ ezco.co.kr

헌집 증후군이 유발하는 주요 질병 현황 ⓒ ezco.co.kr

결로현상은 벽지를 물에 젖게 하고, 물에 젖은 벽지는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벽지 외에도 창문 주변이나 벽 모서리, 또는 장판이나 욕실의 타일 등은 습기가 쉽게 찰 수 있는 곰팡이 상습발생 구역이기 때문에 헌집에 입주할 때는 이 부분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헌집에 이사를 하다 보면 오래된 이불이나 커튼 등을 그냥 버려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에는 유아 아토피 증상을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가 가득 들어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 밖에도 노후된 배수관 및 하수관에서 나오는 악취나 갈라진 벽을 타고 들어오는 해충 등은 모두 헌집 증후군의 원인을 제공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에, 이사하기 전에 헌집의 이런 부분들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습기 제거와 침구류 위생에 힘써야 예방 가능

거주하면 병이 든다고 해서 ‘병든집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헌집 증후군. 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헌집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제습이라고 지적한다. 실내 습기를 제 때 제거만 해주어도 대부분의 곰팡이나 세균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립환경과학원의 관계자는 “습기가 많은 노후주택에서 살 경우 기관지염이나 천식, 알레르기를 달고 살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집안 곳곳에 습기제거제를 비치해두고, 환기만 수시로 해주어도 곰팡이가 원인인 질병은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공기청정기가 등장하여 헌집 증후군 예방에 한 몫을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 제거는 물론 습기 제거 및 환풍 효과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습 외에 헌집에 이사하는 거주자가 신경을 써야 할 대상으로 집먼지진드기가 꼽힌다. 비교적 최근에야 집먼지진드기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도 이 해충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표적 피부염인 아토피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헌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원인인 곰팡이. 제습만 제 때 해줘도 없앨 수 있다 ⓒ 24moa.com

헌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원인인 곰팡이. 제습만 제 때 해줘도 없앨 수 있다 ⓒ 24moa.com

과거 연세대학교 홍천수 교수팀이 조사했던 집먼지진드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먼지 1g에 집먼지진드기가 100마리 이상이면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고, 먼지 1g에 집먼지진드기가 500마리 이상이면 알레르기 증상 발작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집먼지진드기가 어디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느냐는 점인데, 조사결과 소파와 카페트, 그리고 담요와 이불 순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파와 카페트에는 각각 403마리/g와 317마리/g가 존재했고, 담요와 이불에는 300마리/g가 채 안되는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에는 소파와 카페트 사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식생활뿐만 아니라 주거환경까지 서구화 되면서 소파와 침대, 카펫 등의 사용 빈도수가 늘어나며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환경연구원의 관계자는 “집먼지진드기는 살충된 후의 사체도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 탓에 단순히 집먼지진드기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침구나 가재도구는 자주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햇빛에 말리는 일광소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오래된 배수관이나 하수관은 악취로 인해 두통과 현기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히며 “노후된 관들은 교체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당장 교체가 어렵다면 평소 물을 사용하지 않을 때라도 마개를 닫아 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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