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9

영화 속 비현실적인 공중전

극적 효과 위해 과학적 상식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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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재미있게 보는 다양한 전쟁영화들. 그러나 그 전쟁영화들 중 사실상 거의 대부분은 극적 효과를 위해 과학적 상식을 왜곡하고 있다.

특히 이는 항공기와 공중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감이 있다. 어느 테스트파일럿 말마따나 항공 우주는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1G의 중력가속도와 해발고도 수준의 기압, 본인의 양 발바닥이 제공하는 속도에 맞춰 진화한 생물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초월한 영역인 고공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공우주공학을 잘 모른다. 따라서 대중들을 상대로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갈 수밖에 없다.

헬멧 바이저와 산소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헬멧 바이저와 산소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조종사가 영화 속에서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둘 다 고공의 환경에서 조종사를 보호해 주는 중요한 보호 장비인데도 말이다.

헬멧 바이저와 산소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늘어뜨린 채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 ⒸUSAF

헬멧 바이저와 산소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늘어뜨린 채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 ⒸUSAF

오늘날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 있는 선글라스가 조종사들의 요청으로 발명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고공에서 바이저를 쓰지 않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

태양빛에는 자외선이 들어 있으며, 이는 기상 효과의 영향이 적은 고공으로 올라갈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자외선은 눈 건강에 좋지 않다. 눈의 노화와 백내장을 일으킨다.

게다가 전쟁영화에 나오는 전투기의 조종실은 시야 확보를 위해 천정 부분까지 모두 유리(캐노피)로 되어 있으므로, 자외선의 위협은 더욱 커진다. 또한 전투에서 캐노피가 깨질 경우 전투기의 고속도로 인한 엄청난 풍압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따라서 헬멧 바이저는 주간에는 거의 대부분 착용한다.

거꾸로 야간비행 때에도 검은색 헬멧 바이저를 착용한 영화도 있었는데, 캄캄한 야간비행 시에는 시야 확보를 위해 투명 헬멧 바이저를 착용해야 한다.

산소마스크 역시 고공 환경을 비행하는 전투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공기는 고도 3000m부터 희박해진다. 물론 전투기 조종실에도 여압장치는 되어 있다. 그러나 전투 중 피탄 시 급격한 감압을 막기 위해 여객기만큼 높은 기압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산소마스크는 무전 통화 시 마이크도 겸하고 있어서 비행 중에 이걸 함부로 벗으면 산소 부족으로 인한 판단력 저하는 물론, 엔진음이 무전망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중력가속도 제대로 표현 안돼

중력가속도(보통 gravitational accelera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G로 부른다)의 무서움 역시 대부분의 영화에서 제대로 묘사하지 않는 부분이다.

중력가속도를 이기기 위한 훈련을 받는 조종사(화면 속) ⒸUSAF

중력가속도를 이기기 위한 훈련을 받는 조종사(화면 속) ⒸUSAF

일상생활에서 인간이 받는 중력가속도는 딱 1G 정도다. 그러나 항공기가 급선회, 급상승을 할 경우 원심력에 의해 이 G는 크게 늘어난다.

즉, 항공기와 조종사의 몸무게가 순식간에 크게 늘어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오는 것이다.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F-16은 통상 9G까지 버틸 수 있다. 9G에서 항공기와 조종사의 무게는 문자 그대로 9배가 된다. 이 경우 조종사의 뇌에 있는 혈액도 무거워져 몸 아래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러면 뇌와 시각을 포함한 신경계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더 심해지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는 그레이 아웃, 검은색으로 변하는 블랙아웃이 일어나며 그다음으로는 G로 인한 의식 상실(G-LOC)이 온다.

거꾸로 항공기가 급강하를 할 경우에는 –G를 받게 된다.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처럼 중력이 발이 아닌 머리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액이 두뇌로 몰려 시야가 붉게 변하는 레드 아웃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더 심해지면 뇌혈관 파열, 뇌졸중으로도 이어진다. 인간이 +G에 비해 –G를 잘 버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공중전 영화 중 이런 조종사의 생리적 변화를 1인칭 시점에서 제대로 묘사한 작품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심지어 +G가 묘사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G를 묘사하는 영화도 있었다.

중력가속도와 관련 있는 얘기긴 한데, 대부분의 공중전 영화에서는 현대 공대공 미사일의 무서움도 제대로 표현되짐 못하고 있다.

주인공을 영웅화시키기 위해 적 미사일이 날아오면 현란한 회피 기동을 통해 이를 피하는 연출을 주로 쓴다. 그러나 이미 공대공 미사일의 G내구도는 인간은 물론 유인기의 G내구도를 한참 뛰어넘은 지 오래다.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 사용한 AIM-7 스패로우 미사일의 초기형조차 G내구도는 무려 22G에 달했다. 즉 유인기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급기동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공대공 미사일의 목표 조준 및 추적 능력 또한 항공 전자 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계속 상승했다. 때문에 현대 군용기에서 미사일 회피는 급기동이 아니라, 공대공 미사일의 기계 눈을 속이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열추적 미사일을 교란하는 대응책인 플레어를 살포하는 항공기. ⒸUSAF

열추적 미사일을 교란하는 대응책인 플레어를 살포하는 항공기. ⒸUSAF

고열을 이용해 열추적 미사일의 탐지 장치를 속이는 플레어(flare), 알루미늄 조각 등을 사용해 레이더 유도 미사일을 속이는 채프(chaff) 등이 그것이다. 현란한 급기동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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