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염소로 호흡하는 외계인이 있을까?

[SF 관광가이드] SF관광가이드/ 외계인 신화(11)

지구상의 살아있는 유기체는 대부분 산소호흡을 한다. 산소는 혈관을 타고 이동하며 당(糖)과 같은 전자 화합물(영양분)을 몸 구석구석에 보낸다. 그렇다면 생물의 호흡은 죄다 산소만을 이용해야 할까?

지구상에는 산소를 싫어하여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 대사를 하는 미생물들이 일부 존재한다. 어떻게 이러한 방식의 신진대사 메커니즘이 가능할까?이러한 물음에 대한 힌트는 까마득한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태초의 원시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산소는 결합력이 강해 생기자마자 주변의 다른 물질(생물의 경우에는 단백질)과 결합하는(산화시키는) 성질이 있다. 초기에 탄생한 원시 미생물은 단백질을 썩게 하는(산화시키는) 산소의 독성을 이겨내지 못해 대부분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염소가 대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행성의 색깔 - 그림 Steve Bowers and John M Dollan

염소가 대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행성의 색깔은 의외로 녹 빛이다. 녹색 행성이라 해서 다 우리처럼 산소호흡 종에게 환경친화적은 아니란 뜻이다.(copyright: Steve Bowers and John M Dollan)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광합성 생물 덕에 산소량이 차츰 늘어나 전체 대기의 20%를 넘게 되자 오히려 이 독한 기체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으려는(산소호흡하려는) 생물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산소는 에너지 활성도가 높아 (혐기성 생물의 무기호흡 방식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소 말고는 생물이 호흡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체가 없을까? 일부 식물의 경우 질소를 빨아들이지만 이는 호흡을 위해서가 아니라 토양이 비옥해지도록 땅 속에 질소를 고정시키기 위함이다. 생물의 신진대사를 위해 산소를 대신할 유력한 후보로 염소(鹽素)가 있다.

염소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 대부분에게 유해하다. 이는 우리가 산소 친화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만일 지구상의 대기에서 염소가 오늘날처럼 희박하지 않고 산소 대신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더라면 우리의 진화양상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초기의 혐기성(무기호흡) 생물군을 대거 대체하는 후보가 산소 대신 염소로 호흡하는 생물군이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염소 기체가 많이 분포된 행성의 녹색 대기와 진홍빛 식물군 - 그림 Chris Shaeffer

염소 기체가 많이 분포된 행성의 녹색 대기와 진홍빛 식물군.(copyright: Chris Shaeffer)

염소는 산소보다도 결합력이 강하고 에너지 대사 효율에서 앞선다는 장점이 있다. 염소가 수소와 결합한 염화수소는 물에 잘 녹으며 그 결과 염산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염소가 풍부한 행성에서 이 기체로 호흡하는 외계인은 우리보다 염산에 대한 내성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 (영화 ‘에어리언’에서 외계의 포식괴물은 산성 용액에 부식되지 않는 강인한 피부를 지녔지만 염소호흡을 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랬다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마스크 없이 사투를 벌일 수 없었으리라.)

이 세계의 식물은 광합성 하는 동안 염소를 배출하고 뿌리로 빨아들인 염산에서 염소를 다시 공급받는다. 동물은 염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와 염화수소를 내뱉는다. 덕분에 산소 생태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과 식물 간에 염소와 이산화탄소의 교류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염소 가스가 풍부한 바다와 하늘은 선명한 녹 빛을 띤다. 오존층이 없는데다 어쩌다 소량 생기더라도 다량의 염소가 신속하게 파괴해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행성의 지표에 사는 생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태양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존은 산소원자 3개로 구성된 산소의 동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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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단편 ’C-슈트 (C-Chute; 1951년)’에 등장하는 클로로스인(Kloros)들은 염소로 호흡한다.(copyright: David Stone)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단편 ‘C-슈트 (C-Chute; 1951년)’에 등장하는 클로로스인(Kloros)들은 성간문명으로 발돋움한 염소호흡 종족으로, 어느 날 인류와 조우하여 전쟁을 벌인다. 키가 인간만한 이 외계종족은 외관상 목이 길고 가늘며 작은 머리에는 한 쌍의 퉁방울눈과 삼각형 모양의 기다란 코 또는 입이 달린 곤충의 모양새다.

뇌는 복부에 있기 때문에 외관상의 머리는 감각기관에 지나지 않으며 가슴에는 작은 촉수들이 무수히 달려 있다. 피는 산소 대신 염소가 들어 있어 녹색이다. 목이 잘려도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 굶어죽을 때까지는 살아있다. 염소가 인류에게 유해한 만큼 산소는 클로로스인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들은 나름 도덕률이 있어 전쟁포로에 대한 대우가 인류보다 나은 편이다. 클로로스인들에게 가족 개념은 없지만 대신 이보다 확장된 집단 내 유대의식이 있다.

염소 외에 다른 기체로 호흡하는 생물들도 있을까?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의 ‘종합병원 시리즈 (Sector General; 1962~1999년)’는 아무리 성간전쟁 중이라 해도 종의 출신지를 따지지 않고 치료해주는 병원이 주된 배경으로, 일종의 치외법권적인 평화지대인 이곳에는 산소와 염소는 물론이고 메탄으로 호흡하는 외계인들도 등장한다. 인간에게는 유독한 기체로 호흡하는 생명이나 외계인은 TV 드라마에도 나온다. ‘스타게이트 (Stargate SG-1)’ 첫 번째 시즌 ‘그을린 지구(Scorched Earth)’편에서는 외계인들이 한 행성에 쳐들어와 그곳의 인간들을 몰아내고 테라포밍 하여 황산가스로 호흡할 수 있는 대기로 바꾸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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