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카니발리즘의 과학적 증거

고대 중앙아메리카에서 식인조리법 허용

인간이 인간을 먹는 풍습을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한다. 뉴기니 내륙 일부 지방, 중앙아프리카, 멜라네시아, 호주 각 지방, 뉴질랜드, 폴리네시아, 수마트라, 남북아메리카 등지에서 이 관습이 행해졌다.

마오리족은 전쟁에서 이길 경우 죽인 자의 살을 베어 축하 잔치에 사용했다. 또 바타쿠족은 인육을 거래했다. 대부분은 의례적으로 내장 등 인체의 특정 부분을 먹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혼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런 식인 풍습을 일부 원시 부족의 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5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동물학자 롱아일랜드대 빌 슈트(Bill Schutt) 교수는 자신의 저서 ‘카니발리즘’을 통해 인간이 본능적으로 식인 풍습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단지 이 잔인한 습성을 억제하고 있을 따름이다.

언어·풍습이 다른 이민족 중에서 식인자의 오명을 쓰지 않은 민족이 없을 정도로 식인 풍속에 대한 소문이나 보고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육을 먹는 식인행위가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돼왔다는 의미다.

드 브리(Theodor de Bry, 1528-1598)의 판화. 당시 남아메리카를 탐험한 독일의 한스 스타든(Hans Staden)이 쓴 원주민들의 식인 기록을 판화로 제작했다.  ⓒWikipedia

드 브리(Theodor de Bry, 1528-1598)의 판화. 당시 남아메리카를 탐험한 독일의 한스 스타든(Hans Staden)이 쓴 원주민들의 식인 기록을 판화로 제작했다. ⓒWikipedia

인육을 주술·식량 대용으로 사용   

과학적인 증거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동물 차원에서 이 식인 습성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은 연체동물·곤충과 같은 무척추 동물뿐만 아니라 포유류인 척추동물들까지 자연스럽게 동족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부 무척추 동물의 경우 엄청난 수의 알과 애벌레 등을 생산해 영양보충은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 척추동물 역시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동족 수가 너무 많을 때 새끼를 식량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들 역시 죽은 새의 시체를 먹었다. 그리고 시체가 썩어 전염병을 유발하거나 시체 냄새가 퍼져나가 또 다른 포식자를 새 둥지로 오게 하는 일을 방지하고 있었다. 슈트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혐오스러운 식인 풍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근이 심했던 17, 18세기 유럽인이 가루로 만든 미라를 먹었다든지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임신을 전후해 신생아의 태반을 먹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사람 역시 식량 대용으로, 혹은 의학적인 식인 풍습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비행기 사고로 사람들이 외딴 지역에 착륙해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을 때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60년 미국에서 출생한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Jeffrey Dahmer) 역시 인육을 먹은 확실한 사례다.

그는 18세이던 1978년 6월 첫 살인을 저질렀다. 1987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살인행각을 시작해 체포될 때까지 17명을 살해한 다음 시신 일부를 먹거나 냉장고에 보관했다. 동성애자였던 그의 희생자는 모두 10~30대의 젊은 남성이었다.

인간의 식인 흔적 19세기까지 이어져  

슈트 박사는 적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를 먹은 것은 후손들에게 힘, 그리고 지혜와 용기 등을 부여하기 위한 의례적인 관습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관습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돼 왔으며, 지금은 변칙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슈트와 같은 동물학자뿐만 아니라 고고학자들 역시 사람의 식인 풍습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기원전 7~5세기 멕시코·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앙아메리카에 있었던 메소아메라칸(mesoamerican) 문명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지역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식인 조리법을 알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지난 2015년 이 식인 레시피를 복원했다. 이 조리법에 따르면 사람의 덩어리 고기를 끓여 먹거나 그릴, 혹은 석쇠를 사용해 구워먹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흔적들을 보면 끓여먹었던 인육이 노란 색을 띠고 있었는데 분석 결과 아나토(annatto), 삐삐안(pipián), 칠리(chilis) 등 특수 식물에게서 채취한 향신료를 다량 첨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쪽에 있는 사적지 제임스타운(Jamestown)에서도 식인 풍습을 연상케 하는 흔적이 발견됐다. 20대 소녀의 유골이 발견됐는데 머리 부분이 매우 작게 조각조각 잘려 있었다. 다른 뼈들은 말과 개고기 흔적들과 함께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1609~1610년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다 인육을 먹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이 지역에 살았던 제임스타운 지도자 조지 퍼시(George Percy)도 유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식량이 부족했던 제임스타운 거주자들이 무덤을 파헤쳐 훼손이 덜 된 시체를 먹었다는 것. 19세기 식인 풍습의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고고학자들은 지난 1845년 미 북서부를 탐험한 프랭클린 탐험대(Franklin Expedituon) 유적을 발견했다.

시체 유적이 발견됐는데 칼질을 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식량이 없어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뼈 흔적에서는 물 속에서 끓인 흔적이 발견됐는데 스푸를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은 인육을 먹는 풍습이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는 인류의 오래된 관습이라고 보고 있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위기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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