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안전기준치가 선량한도치는 아냐”

[방사선에 대한 오해 풀기] [인터뷰]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박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한국방사선진흥협회와 공동으로 방사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한편,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취재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동 기획취재의 1회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진영우 박사와 ‘저선량 방사선과 인체 영향’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실시했으며, 앞으로 격주 목요일에 '방사선에 대한 오해 풀기' 코너를 통해 방사선의 인체 영향, 방사선 의학, 방사선 응용기술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박사 ⓒ ScienceTimes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박사 ⓒ ScienceTimes

-저선량 방사선이란 무엇인가요? 저선량과 고선량을 구분하는 기준은 어떤 것입니까?

방사선은 에너지를 가진 빛의 한 종류로, 물질과 반응하여 전리를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전리란 방사선이 물질을 통과할 때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줌으로써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에서 전자를 튕겨내는 것을 이릅니다.

저선량과 고선량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100밀리시버트(mSv) 이하의 방사선량에 노출될 경우 암 등 위험사항이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측면에서 현재는 100밀리시버트가 잠정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100밀리시버트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1000명 중 5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일본방사선영향협회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면 200밀리시버트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1991년 일본의 리포트(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12만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200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을 받은 경우 선량이 늘어남에 따라 암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일본방사선영향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밀리시버트 이상일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2000년대 들어서서는 100밀리시버트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은 안전하다는 것인가요? 연간 1밀리시버트로 제시돼 있는 일반인의 선량한도는 무슨 의미인가요?

식물의 경우에는 1000~2000밀리그레이(mGy)도 저선량이라고 합니다. 물질을 직접 다루는 연구자들은 500~1000밀리그레이도 저선량이라고 하고요. (그레이는 물질이 흡수하는 방사선 에너지의 총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이 에너지가 인체에 양향을 미치는 정도가 시버트이다. 방사선 종류에 따라 그레이와 시버트가 1 대 1로 대응하기도 한다.)

100밀리시버트가 기준값으로 제시되는 것은 연구 자체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 연구이고, 현재까지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한계선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10밀리시버트, 1밀리시버트의 영향 연구가 의미를 지니려면 훨씬 많은 사람을 연구하거나 오랜 시간 연구를 해야 하는데, 몇백만명 단위의 피폭자 표본을 구할 수도, 인간의 수명을 100년 이상으로 늘릴 수도 없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이론이든지 그것이 과학이라는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반증 가능해야 한다”는 칼 포퍼의 시각으로 볼 때 지금까지의 연구는 100밀리시버트 이하에서 암 발생에 관해 반증 가능하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방사선 피폭을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규제하기 위해 관리 차원에서 선량한도를 설정해 놓았는데, 그것이 1밀리시버트입니다. 1밀리시버트는 100밀리시버트를 기준점으로 암 사망률을 선형으로 가정했을 때 1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지는 지점입니다. 방사선 피폭원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지 선량한도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보는 경계선은 아니지요.

 -그러면 1밀리시버트 이하 저선량의 경우 안심해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복잡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 시속 110㎞를 넘기면 속도위반 단속에 걸립니다. 하지만 선량한도 1밀리시버트라는 것은 그것을 넘기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이하면 신경 쓰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과학자들과 일반 사람들이 쓰는 안전기준치라는 개념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애초 사회과학자들과 함께 일을 했다면 이런 식으로 명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1밀리시버트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아주 보수적으로 낮춰서 잡아놓은 수치예요. 암 사망률 1만분의 1 확률은 어떤 상황이든지 만날 수 있는 경우로, 이것을 문제삼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정도지요. 이런 배경은 모른 채 선량한도 1밀리시버트가 안전기준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오해를 낳고 있는 것입니다.

 -방사선은 아무리 작은 양이어도 없는 것보다는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는데요.

“방사선은 위험하다. 위험은 줄여야 한다. 방사선은 아무리 적은 양이어도 없게 해야 한다”는 말은 논리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불안 스트레스에 의한 해악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일본산 방사능 오염 생선만 해도, 1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생선(150~200g)을 날마다 1마리씩 52주 동안 먹는다고 가정해도 연간 선량은 0.0676밀리시버트에 불과합니다. 반감기를 계산하면 더 작아지지요. 방사선이 들어 있는 식품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로 인해 제주도 수산업이 겪은 피해를 생각해보면 과도한 반응이라는 측면도 들여다봐야 공정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도 암 발생 추정치가 발표됐을 뿐인데, 유전적 기형에 대한 우려로 북유럽에서 1만~2만명이 인공유산을 했음을 밝혀낸 논문들이 있습니다.

선량한도 1밀리시버트는 정상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양이고, 비정상 상황에서도 아무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제시한 수치일 뿐입니다.

 -100밀리시버트는 독성 분야에서 말하는 문턱값(역치)인가요?

암 발생에는 역치가 없습니다. 암의 발생은 돌연변이 세포가 무한성장하는 것으로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역치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잠재기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돌연변이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려면 상당기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방사선방호 목적으로 낮은 선량에서도 선량에 비례하는 암 위험이 있을 것으로 간주하는 ‘역치 없는 선형 비례 모델’(LNT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설로 역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설은 가설일 뿐입니다. 일부에서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는데 규명된 이론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 독성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합리적으로 획득가능한 선에서 낮게 유지하자”(ALARA, As Low As Reasonable Achievable)는 원칙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수준에서 가능한 낮추자’는 것이고, 이것이 1밀리시버트인 것입니다.

 -우주선(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나 대지에서 나오는 방사선 등 자연방사선의 경우 지역별로 편차가 큰데 지역별 암발생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는 없습니까?

자연방사선의 세계 평균값은 연간 2.4밀리시버트, 우리나라 평균은 3.0밀리시버트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10밀리시버트에 이르는 곳도 있습니다. 평생 누적치를 보면 우리는 100밀리시버트를 넘고, 600밀리시버트가 넘는 지역도 있지만 암 발생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발생 당시 반경 30㎞ 지점의 소나무들이 모두 죽을 정도였고 동물들도 방사선을 쬐었는데 지금도 선량이 꽤 높이 나옴에도 쥐를 조사해보니 기형발생률에서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아마 복구 유전자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자연배후방사선지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라돈 발생이 높은 곳에서는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는데요.

탄광 쪽은 라돈 발생 수치가 높고 폐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발암물질인 유리규산도 많이 검출됩니다. 하지만 라돈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그룹 안에서도 논란은 있습니다. 염색체 이상 비교에서는 분명 자연방사선량이 높은 곳에서 염색체 이상이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암 발생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염색체 이상은 일어났지만 그것을 복구하기 위한 다른 작동이 함께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염색체 이상은 방사선 노출 지표일 뿐으로 방사선 영향 지표는 아닌 거지요.

 -인공방사선량의 기준이 상황이나 개인별 편차가 있을 수 있지 않나요?

술은 분해효소에 따라 선천적으로 액티브 타입과 인액티브 타입이 있습니다. 방사선에 대해서도 타입을 알면 좋겠지만 그런 기준이 없습니다. ATM 유전자라고 있는데 방사선뿐만 아니라 모든 독성에 예민한 것이지요. 저선량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릅니다.

 -방사선량은 연간 단위를 주로 쓰는데 피폭은 누적 개념인가요? 시간당 집중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나요?

역치를 가진 질병에서는 누적 개념이 아닙니다. 가령 피부에 이상이 생기려면 한꺼번에 20그레이를 쬐어야 하는데 하루 1그레이씩 5주일에 걸쳐 쬐면 이상이 안 생깁니다. 하지만 발암은 이론적으로 역치가 없이 이벤트가 일어나는 것이어서 발암에 대해서는 누적치를 씁니다.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 급성 피폭과 만성 피폭에 차이가 있나요?

외부 피폭은 그냥 지나가는 것, 내부 피폭은 몸 속에 남아 계속 방사선을 쬐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은 외부에서 방사선을 쬐는 단발성 피폭이지만, 양전자단층촬영(PET)은 내부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집어넣는 내부 피폭입니다.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전체 쬐는 방사선 양이 얼마인가가 중요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방사선을 쬐는 것과 같은 양을 오랜 시간을 두고 쬐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몇천 그레이씩 주기 때문에 정상조직도 손상됩니다. 그래서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분산 치료를 하지요. 하지만 발암 측면에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차이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단용 방사선 장비의 방사선량은 얼마나 높은 수치인가요?

가슴 엑스선은 0.01밀리시버트, CT는 10밀리시버트, PET-CT는 15밀리시버트 수준입니다. 일부에서는 병원에서 찍는 방사선 진단으로 인해 발병 위험성이 있다고 얘기합니다만, 미국의 한 연구는 방사선 검진을 한 경우가 조기 치료로 수명이 유의미하게 더 늘어났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방사선 검진을 많이 받은 어린이의 경우 백혈병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온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반복해 방사선 진단을 받은 경우로 오히려 질병 위험성 때문에 엑스레이 등을 찍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아 일반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저선량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된다는 것인가요?

후쿠시마 사태처럼 방사선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저선량 방사선이) 안전하다고 감히 말하지는 못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는 ‘부정적인 효과’(네거티브 이펙트)를 일으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위험도 교육이 돼야 합니다. 어릴 때 습득한 위험에 대한 시각이나 인지 수준이 삶의 질과 연관이 크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합니다. 온도계만 해도 일상적으로 쓰는 데 150년이 걸렸습니다. 자동차가 처음 도입된 지역에서는 속도감이 없어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야 위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쇠우산을 쓰고 나가면 번개 맞는다는 교육을 받아 몇백만분의 1의 확률 때문에 우산을 쓰지 않고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아이들한테 위험에 대한 적정하고 정확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위험을 객관화할 수 있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저선량이 사람의 건강에 좋을 수도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없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어떻다라고 규명되지 않았을 때, 곧 정설이 없을 때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동물실험 통해서는 긍정적인 보고도 꽤 있지만 사람한테 적용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초파리 실험을 해보니 4그레이 맞으면 빨리 죽는데 0.2그레이 맞으면 안 맞은 것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저선량을 쬐었을 때 고선량을 쬐었을 때보다 치료 효과가 큰 경우도 있습니다. 저선량을 쬐었을 때 전신의 면역 기능을 향상시켜서 암 세포를 죽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물실험 단계이고, 더욱이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있기 때문에 굳이 방사선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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