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아빠 코골이 덕분에 상 받았네!

나는 창작자다(4) 코골이 베개 발명한 양재영씨 가족

아빠의 ‘코골이’는 온 가족의 걱정거리였다.

시끄러운 소리도 문제지만 숨을 한동안 멈추는 무호흡 상태일 때는 행여나 숨을 안 쉬면 어쩌나 하는 근심을 동반했다. 딸들은 아빠의 코골이를 고칠 수 없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 했다. 아빠의 고개가 베개 뒤로 젖혀 질 때 코골이는 잦아들었다.

유레카! 아빠의 코골이를 잡는 비결은 ‘베개’에 있었다. 코골이 방지 베개를 발명하자, 두 딸은 아빠에게 상의를 했고 이렇게 ‘한 팀’이 탄생하게 되었다.

‘2015 대한민국 과학기술창작대전’에서 ‘코골이 방지용 스마트 베개’로 건강 분야 우수상을 거머쥔 버팔로 에이스팀. 양재영(39)씨를 대표로 출전한 이 팀의 구성원은 ‘가족’. 특이하게도 3살짜리 아기와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 엄마와 아빠로 이루어진 5명의 ‘대가족’이다 보니 대회에 참가한 많은 이들의 격려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호기심 많은 두 딸과 의사이면서 ‘아두이노(Arduino)’를 활용한 과학 제품에 관심 많은 아빠가 합심, 두 달 동안 수많은 시행 착오로 거쳐 만들어 낸 ‘코골이 방지용 스마트 베개’는 이제 가족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아빠 코골이 베게는 우리집 보물!" 가족과 함께 신나는 과학 경험한 양재영(39), 양서영(10), 양서은(12) 가족

“아빠 코골이 베개는 우리집 보물!” 가족과 함께 신나는 과학 경험한 양재영(39), 양서영(10), 양서은(12) 가족 ⓒ김은영/ ScienceTimes

심사위원 사로잡은 ‘코골이’ 스마트 베개

“평소 아빠 코골이 때문에 골치 아프다던 엄마의 하소연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크게 작용했죠. 하지만 상까지 받을 줄을 생각도 못했어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양서은(12), 양서영(10)자매는 아빠와 함께 만든 발명품으로 상까지 탄 것이 아직도 놀랍기만 하다. 아빠 양재영(39)씨는 딸들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발명품을 만들어 낸 사실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코골이 베개는 가족에게 너무 절실한 발명품이었다. 세 사람 모두 두 달간 주말도 잊은 체 밤 낮 없이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해요. 센서로 잠자는 사람의 호흡을 분석해서 베개의 높낮이가 조절되게 만들었어요.”

베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개의 센서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센서는 호흡이 드나드는 것을 체크한다. 코를 골게 되면 소음센서가 작동된다. 마이크로 컨트롤러((Microcontroller)를 이용, 코를 골거나 무호흡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베개의 높낮이가 조정 되게 했다. 자는 이의 어깨를 높이고 고개가 뒤로 젖혀지게 된다. 이렇게 기도가 열리는 자세가 되면 코골이를 멈추게 된다.

베란다에 잠자고 있던 베개 대활약

주재료는 집에서 구했다. 야외로 놀러 다닐 때 쓰던 에어 베개 두 개를 붙여 보았다. 그럴 듯 하게 보였다. 인두로 납땜을 하고 부품을 연결하는 일 등 위험한 작업은 아빠 재영씨의 몫이었다. 두 딸은 베개에 튜브나 펌프 등을 연결하는 작업을 도왔다. 섬세한 바느질 작업은 서은이가 해냈다. 아빠 옆에서 재잘대며 필요한 부품을 공수해주는 ‘보조’ 역할은 서영이가 맡았다. 엄마와 아기는 세 사람을 응원하며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피며 물심양면 도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제품을 개발한답시고 세 사람은 집 안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센서와 모터 등 부품 등으로 거실과 방은 순식간에 초토화 되었다. 하지만 아빠의 ‘코골이를 고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말에 설득되었다. 엄마는 아빠의 코골이로 골치가 많이 아프던 차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밀어줬지만 점점 딸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제품에 열정을 쏟는 것을 보고는 저절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재영씨는 병원 일이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다.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자 마자 달려와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야

현재 마취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재영씨는 대학 시절 생리학을 전공했다. 의예과를 마친 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미국 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는 미국 뉴욕에서 6년간 살았다. 유학을 가서 미국 생활은 생각 보다 힘겨웠다. 무엇보다 주변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동네 식당에서도 차별을 경험했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의 냉대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못 느꼈던 냉소를 일상 주변에서 느낀 것이 한국으로 돌아 온 계기였다.
재영씨는 이번에 상을 수상하면서 내면에 무언가 벅차 오르는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공부만 해오면서 놓쳐왔다고 느꼈던 허전함이 창작대전을 참가하며 가득 채워졌다.

재영씨는 대회에 참가하는 2박3일 동안 각계 각층에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이들도 변했다. 서은이는 “대회 전에는 막연히 과학이나 기술은 나와는 먼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아, 나도 해볼 수 있구나. 과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창의력, 딸들을 부탁해

아이들은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는다. 대신 방과 후 수업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단순히 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지양하는 편이다. 지식만 학습하는 방식의 과거의 공부 방법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재영씨는 미국까지 와서 대학원을 마쳤는데 허무했다고 말한다. 공부를 더 한 이유가 배워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였는데 다 배우고 보니 공부한 이유가 ‘세상에 없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구별하기 위함’이었다. ‘창의’와는 반대 되는 개념이었다.

재영씨는 “앞으로는 창의력이 관건이다”라며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과학대전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으로 계속 재미 있는 상상을 하며 창의적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도 의학과 과학이 만나는 접점에서 무엇인가 창의적인 개발을 하고 싶어졌다.

서은이는 퀴리 부인이 받았던 노벨상이 탐난다. 서영이는 이번 대전 참가를 계기로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전부 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졌다. 저마다 즐거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재영씨 가족. 언제나 이들 곁에는 신나는 과학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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