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2018

쌀 문화권 vs 밀 문화권 구별하려면?

상호관계 중시하면 쌀, 자기 우선이면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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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원숭이와 판다, 바나나가 있다고 치자. 그중에서 서로 가까운 것끼리 2개만 묶어 보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상당수는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을 것이다. 원숭이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바나나라는 사실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이 문제를 주면 대답은 달라진다. 그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판다를 묶는다. 왜 이렇게 묶었냐고 물어보면 원숭이와 판다는 둘 다 동물이고 똑같이 포유류라는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차이가 숨어 있다. 동양인은 각 개체 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상호 관계를 중시하는 전체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서양인의 경우 개체 간의 상호 관계보다는 분석적인 사고에 익숙하다.

토머스 탈헬름의 실험 장면. 왼쪽은 연구원 중 한 명이 의자 틈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은 사람들이 쉽게 옮길 수 있는 가벼운 나무의자만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 advances.sciencemag.org(토머스 탈헬름)

토머스 탈헬름의 실험 장면. 왼쪽은 연구원 중 한 명이 의자 틈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은 사람들이 쉽게 옮길 수 있는 가벼운 나무의자만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 advances.sciencemag.org(토머스 탈헬름)

이 같은 사고의 차이는 언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말은 주어나 목적어 없이 동사만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사 중심의 언어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와 목적어가 꼬박꼬박 들어가는 명사 중심의 언어다. 즉, 우리말은 각 개체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동사 중심이며, 영어는 각 개체의 단독적 이름인 명사 중심이다.

동서양의 이 같은 사고 및 언어의 차이를 쌀 문화와 밀 문화로 설명하는 이들이 있다. 벼농사를 하기 위해선 이웃 간에 물을 나눠 사용해야 하는 관개 시스템이 필요하며, 피를 뽑는 작업 등 밀농사에 비해 약 2배의 노동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벼농사를 하는 지역에서는 이웃 간에 협업을 할 수 있는 상호의존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또한 쌀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이 인구 부양력이 높다. 따라서 쌀 생산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제하기 위해 중앙집권적 왕권 국가가 형성되었다.

동양은 왕권국가, 유럽은 도시국가 형성

이에 비해 밀은 좀 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지녀 유럽에서 많이 재배됐다. 그런데 밀농사는 자연 강우에만 의존하면 되고 혼자서도 관리가 가능해 그만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할 필요가 없다.

밀은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이어서 휴경이 필수다. 따라서 매년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대규모로 식량을 거래할 수 있는 상업 위주의 문명이 발달했다. 개인주의적이고 논리적인 성향이 강하며, 동양처럼 왕권국가가 아닌 도시국가가 발달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이처럼 쌀과 밀로써 동서양 간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이 미국 시카고대학의 행동학자 토머스 탈헬름이다. 그는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보였다.

탈헬름이 주목한 지역은 바로 중국의 북부와 남부다. 중국은 양쯔강을 경계로 북쪽 지역은 수천년 동안 밀농사를 위주로 한 반면 남쪽 지역은 벼농사 위주였다. 그는 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간에 나타나는 사고 및 문화의 차이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자신의 가설이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최근 탈헬름이 중국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가 이번에 연구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밀을 재배하는 중국의 북부 지역인 베이징과 선양, 그리고 쌀을 재배하는 남부지역인 상하이, 난징, 광저우, 홍콩 등 6개 도시다.

연구진은 먼저 이 6개 도시의 256개 커피숍에서 8964명의 사람을 관찰해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의 수와 여러 명이 합석한 사람의 수를 비교했다. 혼자 앉아 있는 것은 홀로 일하는 밀농사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일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사 결과는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벼농사를 하는 남부 지역보다 밀농사를 하는 북부 지역에서 약 10% 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앉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혼자 앉는 비율은 주말보다 월요일에, 그리고 오후나 저녁보다는 오전 시간대가 더 많았으나 쌀과 밀의 차이는 그대로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 문화는 의자를 옮기게 한 후 지나가

두 번째 연구는 커피숍에서 의자를 좁게 배치한 다음 그 좁은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지나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이때 공간을 좁게 만드는 데 사용한 의자는 사람들이 쉽게 옮길 수 있는 가벼운 나무의자였다.

이 실험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적응하는 쌀 문화 지역 사람들의 태도와 환경을 자기 의지대로 조절하는 밀 문화 지역 사람들의 태도를 비교 관찰하는 연구였다. 즉, 의자를 그대로 둔 채 자기 엉덩이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쌀 문화권,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의자를 옮기게 한 후 지나가는 사람들은 밀 문화권의 특징으로 본 것이다.

이 실험 결과 역시 연구진의 가설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지역에서는 약 6%의 사람들이 의자를 옮긴 반면 밀 지역에서는 약 16%의 사람들이 의자를 옮기게 하고 지나갔다.

연구진은 처음 시도한 이 실험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도시에서도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쌀 문화인 일본에서는 8.5%의 사람들이 의자를 움직이게 한 반면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20.4%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에 홍콩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홍콩은 중국의 대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보다 1인당 GDP가 약 3배에 달할 만큼 시장 자본주의가 발달한 곳이며, 한때 영국의 식민지로서 서양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실험 결과 홍콩의 주민들은 서양과 자본주의의 특징인 개인주의적 성향보다는 쌀 문화 지역의 특징인 상호의존적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자본화나 근대화의 차이보다는 쌀 문화 대 밀 문화의 차이가 여전히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견달기(1)

  1. 신석균

    2018년 5월 1일 8:19 오전

    기후와 음식이 성향을 만들었겠지요.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