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심해생물은 환경 변화에 취약해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사라져 가는 예티크랩

우주에서 외계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외계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구 내부의 우주라 불리는 심해는 다르다. 탐사할 때마다 심해에서는 처음 보는 생물들이 발견된다.

설인 닮은 예티크랩

2005년 심해에서 기괴한 설인(雪人)을 연상시키는 생물이 발견되었다. 몸과 집게발에 털이 숭숭 나있는 게같이 보였다. 눈사람 닮은 듯 몸은 우윳빛이 도는 흰색이었다.

예티크랩(yeti crab)이란 이름이 붙었다. 예티는 네팔, 부탄, 티베트가 자리 잡은 히말라야 고산지역의 눈 덮인 산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상의 괴물이다. 사람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크고 유인원을 닮았으며, 온몸이 하얀 털로 덮여 있다. 발자국이 발견되었고, 설인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목격자들이 나타났지만 아직 미스터리한 동물로 남아있다.

예티크랩은 불과 10여 년 전에 심해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벌써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과거의 환경 변화가 깊은 바다에 사는 예티크랩의 지리적 분포와 종 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 결과를 2018년 3월 22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심해에 사는 이와 같은 동물은 우리 예상보다 심해저 자원 개발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변화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생태학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참여하였다.

열수분출공은 지구에서 가장 극한 환경을 보이는 곳이다. 주변 바닷물은 거의 섭씨 0도에 가깝지만, 열수분출공에서 솟아나오는 뜨거운 물의 온도는 350~450도나 된다. 수압이 높기 때문에 수증기로 증발하지 않고 과열된 물로 솟아나온다.

예티크랩은 3천~4천만 년 전 남동태평양의 중앙해저산맥에 있는 심해 열수분출공 주변에 살았던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되었다. 현존하는 예티크랩의 서식지와 분화 과정을 분석해보니, 동태평양 중앙해저산맥에 광범위하게 살았었지만, 지금은 그 지역에서 사라져버렸다.

사라져버린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공룡이 왜 멸종하였는지 설명이 분분한 것처럼. 연구팀은 기후 변화에 따라 심해의 용존산소 농도가 변하고 열수분출공 활동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예티크랩이 열수분출공 지역 간에 부유성 유생을 전파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열수분출공은 해저에 띄엄띄엄 있다.

해저에 사는 생물들은 생활사 중 플랑크톤 생활을 하는 유생 시기를 거친다. 이때가 다른 열수분출공으로 이민 떠나는 절호의 찬스다. 물에 떠다니다 새로운 열수분출공을 만나면 바닥으로 내려가 정착한다. 심해는 일반적으로 환경 변화가 적은 곳이다, 그러므로 심해 생물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취약하기 마련이다.

농사짓는 예티크랩

열수분출공은 광대한 심해 환경의 극히 일부분이다. 그렇지만 어느 심해보다 생물이 많이 사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학합성을 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식물이 광합성 하듯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 열수분출공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다.

예티크랩은 집게발과 다리에 난 털이 인상적이다. 멋 부리려고 이 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을 배양하는 밭이자 식량창고이다. 이 털에서 미생물을 길러 먹는 것이다. 농경생활을 하면서 문명을 싹 틔어온 인류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이미 농사짓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예티크랩은 집게발을 천천히 휘젓는 동작을 한다. 미생물에게 영양분 만드는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사람이 비료를 뿌리면서 농작물을 기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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