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5,2018

신종 바이러스와 과학 소통

과학기술 넘나들기(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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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3년 만에 메르스(MERS)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을 뜻하는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 감염으로 인한 새로운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사스와 메르스 등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 ⓒ Free photo

사스와 메르스 등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 ⓒ Free photo

지난 2015년 5월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타나서, 그해 200명에 가까운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38명의 사망자를 냈다.

메르스 이외에도 2000년대 이후 신종 인수공통 전염병들이 창궐하면서 큰 피해를 일으키곤 하는데, 각종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전염병들은 이미 200가지가 넘는 것으로 분류된다.

2009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변형인 신종 플루가 발생했고, 다행히도 치사율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한때 큰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는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가 꼽힌다.

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에볼라 출혈열은 1976년 아프리카의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집단 발병을 일으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후에, 주기적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한 바 있다.

얼마 전 국내 검역소와 의료원이 감염병 위기관리 대응훈련의 일환으로서, 에볼라바이러스 의심환자 발생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습 ⓒ Free photo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습 ⓒ Free photo

지난 2014년에는 에볼라 출혈열이 서아프리카 전역을 휩쓸면서 10,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등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고, 올해 8월에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열 한번 째 집단 발병하여 89명의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급속한 감염과 높은 치사율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징으로서, 치사율이 최소 50% 이상이며, 초기 치사율은 90%에 이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처럼 인류에게 위협적이다 보니 영화에 곧잘 등장하곤 한다.

이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들로는 ‘바이러스(Robin Cook’s Virus; 1995)’와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를 들 수 있다.

같은 해인 1995년에 나온 이 두 영화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점뿐 아니라, 내용의 전개 등에도 비슷한 부분이 꽤 많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의문의 죽음들에 얽힌 미국 의료계의 음모 등에 대항하는 젊은 여의사의 활약상을 그린 ‘바이러스’보다는, 육군 대령인 주인공(더스틴 호프만 분)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둘러싼 각종 비밀을 파헤치며 미국 군부의 음모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아웃브레이크’가 보다 흥미 있고 여러 측면에서 우수해 보인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관해 잘 묘사된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포스터 ⓒ Warner Bros

에볼라바이러스에 관해 잘 묘사된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포스터 ⓒ Warner Bros

특히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생과 전파 과정, 바이러스의 특성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과학적으로 오류가 거의 없고 매우 개연성 있게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 무리한 방법을 서슴지 않는 세력 및 그 이유 등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의문의 출혈열이 처음으로 발병한 것으로 나온 1967년은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해이기도 하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를 하필 한국인들의 선박인 ‘태극호’가 운송해 미국에 바이러스가 옮아온다는 내용 때문에 이 영화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에볼라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자연 숙주가 원숭이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후의 연구에 의하면 원숭이는 숙주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과일박쥐가 아닐까 유력하게 추정되고 있다.

박쥐 중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종들이 있는데다가, 사스와 니파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들도 박쥐들이 옮기는 것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뛰어난 점들이 적지 않다.

즉 이미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에 성공하고도 생물학 무기화 시의 보안 등을 이유로 이를 은폐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감내하려는 미 군부 일각의 음모를 그린 부분 등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방역과 직접적인 대응 작업들 못지않게, 일반 시민 대중들에게 진실을 솔직하고도 신속하게 알리고 최적의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숙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과일박쥐 ⓒ Free photo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숙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과일박쥐 ⓒ Free photo

지난 2008년,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여부로 인해, 거의 1년 가까이 나라 전체가 큰 소동과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광우병의 위험과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느 쪽에 더 큰 잘못과 책임이 있든 정부의 대국민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도리어 혼란을 더욱 부채질한 바 있다.

신종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위험들 중에는 현대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도 완벽하게 그 원인을 밝히거나,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중요한 정보들을 숨기거나 무턱대고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전혀 현명한 태도가 아닐 것이며, 도리어 나중에 더 큰 재앙과 혼란을 자초할 우려가 크다.

차라리 각종 정보와 문제점 등을 솔직히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므로, 위험 커뮤니케이션에도 늘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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