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신약개발에 필수, 가속기질량분석법

[인터뷰] 유병용 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인쇄하기 방사선진흥협회 공동기획 스크랩
FacebookTwitter

가속기질량분석법은 기존의 질량분석법에서 한 단계 진보한 기술로 꼽힌다. 종전에는 이 기술이 연대 측정에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신약개발 및 의료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 가속기질량분석법(Biomedical AMS)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의 20%가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해 임상시험이 진행됐을 정도다. 국내 병원과 일부 제약회사에서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하여 임상시험한 예가 있고 최근 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병용 박사. ⓒ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병용 박사. ⓒ 한국방사선진흥협회

가속기질량분석법이 무엇인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유병용 박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가속기질량분석법(AMS·Accelerator Mass Spectrometry)라는 이름이 생소합니다. 어떤 원리로 활용되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입자에 전하를 부여한 뒤 자기장을 통과시키면 질량이 가벼우면 자기장 속에서 많이 휘고, 무거우면 덜 휘는 성질을 활용해 물질을 분리해 내는 분석기술을 질량분석법이라 합니다.

가속기질량분석법은 가속기를 사용한 질량분석법으로 일반 질량분석법과는 기본원리는 비슷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크기도 질량분석기(약 1m내외)에 비해 매우 큽니다(KIST 가속기질량분석기의 경우 30 m).

일반 질량분석기의 경우 분자입자들을 이온화시키고 무게와 전하별로 분리하는 장비로 ppb(part per billion, 10-9) 수준의 감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가속기질량분석기의 경우 측정하는 물질이 동위원소(원자 번호가 같고 질량수가 다른 원소)로 원자를 측정합니다.

측정하고자하는 원소(주로 탄소)를 이온으로 만들고 가속기를 사용하여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킨 후 가속기 중심에 있는 알곤 기체와 충돌시키면 측정하고자하는 원자와 같은 질량수를 가지는 분자들이 모두 깨져 원자상태로 됩니다.

원자상태까지 작게 만든 후 질량별로 원자를 분리하고 검출기에 들어온 원자를 셀 수 있는 분석법이 바로 가속기질량분석법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원하지 않는 원소들은 모두 제거 할 수 있어 감도는 일반 질량분석법으로 얻을 수 없는 ppq(part per quadrillion, 10-15) 수준으로 분석 장비 중 가장 높은 감도를 가지고 있어 극미량의 동위원소를 측정하는데 사용합니다.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하면 일반 질량분석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가속기질량분석법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속기질량분석법은 측정하고자하는 동위원소의 질량이 다른 점을 이용하여 분리하고 그 수를 세는 분석법으로 반드시 방사성동위원소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분석하고자 하는 동위원소의 양이 매우 적을 때(안정 동위원소 대비 10-9 이하) 사용 가능합니다. 대부분 양이 매우 적은 원소들이 방사성동위원소이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기 중에 탄소는 99% 정도가 C-12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방사성탄소인 C-14는 C-12에 비하여 10-12 만큼만 존재합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따라서 C-14의 양을 분석해 활용하고자 하면 일반 질량분석기로는 불가능하고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질량기가속기에서 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로는 H-3(3H), Be-10(10Be), C-14(14C), Al-26(26Al), Ca-41(41Ca), Cl-36(36Cl), I-129(129I) 등입니다.

-최근 신약개발 임상시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극소량의 C-14를 표지한 바이오메디컬 가속기질량분석 기술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활용이 되는 건가요?

가속기질량분석법은 ‘마이크로도징(Microdosing)’ 또는 ‘마이크로트레이싱(microtracing)’이라는 기술로 활용됩니다. 마이크로도징은 보통 복용하는 약의 100분의 1 정도의 매우 적은 량을 체내에 도입하고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약의 양을 100 mg이라고 한다면 마이크로그램 수준의 약을 체내로 도입했을 때, 미량의 약물을 측정할 수 있다면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배설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C-14가 극소량(~100 nCi) 포함된 마이크로그램 수준의 약물을 투여하고 가속기질량분석기를 활용해 혈액이나 소변에서의 C-14를 측정하면 극미량의 약물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체내 약효 및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적은 용량에서도 약물이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고 조직에 분포되며 얼마나 빠르게 배설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트레이싱은 일반 복용량의 약물에매우 적은 량(일반적으로 수백 nCi)의 C-14을 표지하고 복용하여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하여 혈액 또는 조직내의 C-14량을 분석하여 약물이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고 조직에 분포되며 얼마나 빠르게 배설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단계에서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이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신약개발에서 약물을 개발하고 약효를 검증받고 시판하기 까지는 약 15년의 오랜 기간이 필요하며 막대한 자원이 소요됩니다. 특히 비임상 단계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 및 약효 시험을 거쳐서 임상단계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체내에서 흡수가 거의 안 되거나, 매우 빠르게 배설되어 약으로서 개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로 인하여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의 손실이 발생됩니다.

신약후보물질의 기본적인 독성 시험을 거친 후에 미량으로 사람에게 투약할 수 있는 가속기질량분석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동물과 사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흡수, 분포, 대사, 배설에 대한 약물 동태 정보를 초기 개발단계에서 사람에게 얻을 수 있어서 신약개발에 있어 혁신적인 분석기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사용하면 사람에게 도입하는 일반 투여량보다 100분의 1 정도로 매우 적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임상시험 진행이 가능합니다. 한편, C-14를 약물에 표지하여 사용해서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C-14 표지 물질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흉부 X-Ray 1회 촬영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하므로 방사성 탄소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 량이 극히 적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안전하게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임상단계에서 가속기질량분석기를 활용하여 신약후보물질의 배출경로 및 대사물질에 대한 정보를 초기에 파악할 수 있어 신약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소요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동물시험이 아닌 인체에 직접 신약과 방사성동위원소를 투여합니다. 안전성은 확보가 된 것인가요?

신약개발에서 사용하는 동위원소는 C-14를 주로 사용합니다. 가속기질량분석법에 사용하는 방사선 동위원소의 양은 수백 nCi 로 극히 적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흉부 X-Ray 1회 촬영의 수천분의 1에 해당하며,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왕복할 때 받는 피폭 량의 천분의 일정도 수준으로 매우 적습니다. 참고로 성인 한 사람이 가지는 C-14의 방사선량은 약 100 nCi 입니다.

따라서 가속기질량분석법에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경우 이때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로 인한 위험성은 매우 적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안전한 임상시험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임상시험 참여자로 얻은 혈액이나 임상시료 내에 포함된 C-14의 양도 자연 생체 물질 수준입니다.

-해당 기술이 국내외적으로 임상에 직접 적용(실용화)되고 있나요?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기술은 미국 FDA에서 권장하고 있는 임상기술입니다. 2013년 한해 FDA에서 승인한 신약 물질의 20%가 가속기질량분석기를 활용해 진행됐습니다. 가속기질량분석법이 임상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안전성이 중시되는 만큼 향후 사용빈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상시험에서 널리 알려진 상태입니다.

국내 제약회사로는 녹십자와 동아제약에서 가속기질량분석법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국내 CRO를 통하여 분석은 외국에서 실시함), 국내에서는 2014년 서울대병원에서 수백 nCi의 C-14를 표지된 미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마이크로도징 기법을 이용한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시도하였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이용하여 임상시료를 분석하여 세계적 수준의 결과를 얻어 우리나라에서도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한 임상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서울대병원, 가톨릭성모병원에서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제약회사에서도 가속기질량분석법을 이용한 임상시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방사성동위원소와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속기질량분석법은 기본적으로 탄소연대측정을 위한 분석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14의 반감기가 5730년이기 때문에 연대를 측정하는 고고학에서 많이 활용합니다. 또한 C-14는 석유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도로에 있는 은행잎의 C-14비율을 조사하면 그 도시의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은행잎이 갖고 있는 C-14의 비율이 적을수록, 자동차에서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연구개발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제약회사, 임상센터, 그리고 CRO(임상수탁기관)와 연계하여 신약개발에 필요한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확립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통하여 바이오메디컬 가속기질량분석법을 국내에서 활성화하고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홍보 및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가속기질량분석법의 매우 높은 감도특성을 이용한 생-의학분야에서 약물간 상호작용, 독성연구, 뇌 관련 응용연구에 관하여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보유중인 가속기질량분석기는 가속전압이 최대 6 MV로 C-14 이외 다른 동위원소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C-14 뿐만아니라 그 외의 동위원소(Ca-14, Al-26, Cl-36, I-129)를 생-의학 분야에서 활용 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하려고 합니다.

생-의학 분야 외에도 환경 분야에서 I-129를 활용한 핵물질 감시, 지구과학 분야에서 대기중에 노출된 암석등에서 생성되는 Be-10 및 C-14를 이용한 암석의 노출 연대관련 연구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가속기질량분석법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