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44)
최근 우리나라에서 ‘영아 보툴리눔독소증’ 환자가 발생해 관련 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보툴리눔독소증(botulism)이란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이 만드는 신경독으로 인해 생기는 급성, 대칭성, 진행성의 신경마비 질환을 말한다.
영아 보툴리눔 독소증(Infant botulism)은 만 1세 미만의 아기들이 걸리는 보툴리눔독소증으로 1976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번이 첫 사례이며 환아는 생후 4개월째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평균 145명이 보툴리눔독소증에 걸리며, 그중 65% 가량이 영아 보툴리눔독소증 환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툴리눔독소증이 2003년에 처음 보고된 후 2014년까지 총 8건이 보고되었다.
언론에 실린 기사들을 보면 보툴리눔독소증, 보툴리즘, 보툴리누스 중독으로 표현하고 있다. 용어 자체가 어렵고 생소하기에 혼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1793년, 독일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수도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빌트바트(Wildbad)에서 소시지를 나눠먹은 주민 13명이 식중독에 걸려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기록에 남은 최초의 ‘소시지 식중독(sausage poisoning)’이다.
특정한 음식을 먹고 걸리는 식중독에는 버섯중독, 홍합중독, 복어중독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소시지 식중독은 이때가 처음 알려졌다. 이후로도 치명적인 소시지 식중독은 기세가 꺾이지 않고 수 년에 걸쳐 슈투트가르트 일대에서 기승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 1802년 뷔르템베르크 공국 정부가 돼지 피를 섞어 만든 소시지의 식중독 위험성을 경고할 정도였으니까.
1817년에 이 지역 의사이자 시인인 케르너(Justinus A. Kerner, 1786~1862)는 소시지 식중독을 앓은 환자 76명의 연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이후로 추가적인 연구를 더한 케르너는 소시지 식중독이 다른 식중독과 달리 무산소 환경에서 보관한 음식으로 걸리며, 독성이 매우 강해 신경마비로 목숨을 잃는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870년대에는 소시지 식중독을 ‘보툴리즘(botulism)’으로 불렀다. 소시지를 뜻하는 라틴어 ‘보툴루스(botulus)’에서 따온 이름으로, 뜻을 살리면 보툴리즘은 ‘소시지 (식)중독’이다.
1895년, 벨기에에서는 햄을 나눠먹은 주민 34명이 한꺼번에 식중독에 걸려 그중 3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은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는 사고가 났다.
희생자들의 몸에서 얻은 조직 표본과 햄 시료를 연구한 겐트대학교 미생물학자 에르멩겜(Émile Pierre-Marie van Ermengem, 1851–1932)은 상한 햄과 희생자의 몸에서 균을 발견했다. 이 균은 무산소 상태에서 살수 있는 막대 모양의 혐기성 세균이었다.
에르멩겐은 오래전에 남부 독일에서 기승을 부렸던 소시지 식중독과 이 사건을 관련지어 생각했고, 자신이 발견한 소시지 식중독의 원인균을 ‘바실루스 보툴리눔(Bacillus botulinum)으로 명명했다. 소시지 식중독(boulism)을 일으키는 간균(bacillus, 막대 모양으로 길쭉하게 생긴 세균)이란 뜻이다.
나중에 ‘바실루스 보툴리눔’ 균이 ‘클로스트리디움’ 속(屬)으로 편입되면서 균의 이름도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으로 바뀌었다. ‘바실루스’가 막대기 모양이라면 ‘클로스트리디움’은 볼링 핀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보툴리눔균은 무산소 환경에서만 활동력을 가지며, 생존이 불리한 환경에서는 씨앗(포자)처럼 꼼짝 않고 동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 상태로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무제한 버틸 수 있으며 적당한 환경을 만나면 싹을 틔워(발아) 활동을 시작한다.
1904년에는 소시지나 햄이 아닌 ‘콩 통조림’을 먹고 보툴리즘에 걸린 환자들이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소시지가 아니어도 보툴리즘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오리고기 샌드위치(1923년)를 필두로 감자 수프 통조림, 연어 통조림, 칠리 통조림, 집에서 만든 버섯 통조림 같은 ‘통조림’ 음식들이 보툴리즘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밀봉된 흰개미, 발효된 고래고기, 오일에 절인 마늘 및 마늘빵 등을 먹고 보툴리즘에 걸린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이 음식들의 특징은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상태로 저장되었고, 산화 방지제를 첨가하는 바람에 산성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충분히 끓이지 않고 먹은 것으로 정리된다.
보툴리눔균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에 유리한 혐기성 환경, 산성이나 열에 의한 파괴를 비껴나가 독소가 멀쩡하게 잘 보존된 환경이었다. 이 3박자가 맞아야 보툴리즘에 걸릴 수 있다.
1928년에는 이 균이 가진 특유의 신경 독이 분리되어 ‘A형 보툴리눔독소(botulinum toxin type A)’라 불렸다. 20년 후에는 독소가 신경 말단인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막아 마비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툴리즘은 몇 가지 경로로 걸리게 된다. 독소가 든 음식 섭취, 포자가 상처를 통해 들어와 몸에서 발아한 후 독소를 만든 경우, 포자가 소화기관으로 들어와 독소를 만든 경우(영아 보툴리눔독소증이 이에 해당하는데 드물지만 성인도 가능), 미용 시술로 독소 주사를 맞은 경우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2003년 대구에서 처음 보툴리즘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3명의 환자는 오염된 소시지를 나눠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에는 좀 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툴리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식중독성 보툴리즘은 알래스카 주에서, 상처 감염을 통한 보툴리즘은 캘리포니아 주에 집중 발생한다.
알래스카 주의 경우 이누이트(에스키모)의 특별한 음식이 원인이다. 그들은 사냥한 고기를 자연 상태의 얼음 속에 냉동 저장해서 먹는 풍습이 있는데, 얼음 속 무산소 환경에서 균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에는 특이한 마약 주사를 맞은 자리에 균이 자라서 중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미용 목적으로 보툴리눔독소 주사를 맞은 후 보툴리즘에 걸린 사례들도 보고되었다.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의 15년 동안 이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가 28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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