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식이섬유가 몸에 좋은 이유

섬유질과 미생물 집단과의 관계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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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채소처럼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이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등을 예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화기 등을 건강하게 해 변비와 같은 고질병을 줄이고,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의사, 식품영양학자 등 전문가들이 섬유질이 많은 식단을 권고하는 이유다. 그러나 섬유질이 왜 몸에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면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인간 몸 안에서 섬유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2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그동안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조지아 주립대학 연구팀은 이 식이섬유가 사람 몸에 들어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연구해왔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섬유질 식품의 비밀이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식이섬유 속에 살고 있는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가 소화 및 면역기능을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ikipedia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섬유질 식품의 비밀이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식이섬유가 우리 몸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를 부양해 소화 및 면역기능을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ikipedia

이로운 박테리아들이 소화효소 생성

그리고 식이섬유 스스로 그다지 많은 도움을 주지 않는 사실을 알아냈다.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식이섬유질에 의해 부양되고 있는 수십억 마리의 박테리아들이다. 이들 박테리아들은 소화기관 내에서 많은 양의 효소를 생성해 소화를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효소가 생성돼 음식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을 분해하고, 분해된 분자 조각들은 장(창자)를 통해 흡수된다. 음식 속에 들어있는 영양소가 우리 몸에 흡수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음식을 먹을 경우 소화기관 스스로 음식을 모두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거친 구조를 갖고 있는 식이성 섬유를 많이 먹을 경우 분해가 더욱 힘들어진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분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런 상황을 뒤집는 일이 벌어진다. 소화기관 벽면을 관찰해보면 어떤 막을 씌운 것처럼 점액층이 깔려 있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표면에 수백 종의 박테리아로 구성된 카펫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즉 인간 소화기관 내 환경에 공생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 집단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이  ‘마이크로바이옴’이 형성하고, 또한 음식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대량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조지아 주립대학의 앤드류 게위츠(Andrew T. Gewirtz) 교수팀, 예테보리 대학의 생물학자 프레드릭 베케드(Fredrik Bäckhed) 교수팀 두 연구그룹에 의해 수행됐다. 관련 논문은 감염 면역 연구 분야 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 최신호에 게재됐다.

조지아 주립대 앤드류 게위츠 교수팀은 여러 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배출된 대변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박테리아 DNA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쥐 소화기관 내에 살고 있는 장내 세균 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식이섬유 섬취 줄어들 경우 면역반응

쥐들로 하여금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먹게 한 다음, 다시 식이섬유가 적은 음식을 섭취하게 했다. 그러자 식이섬유가 적은 음식을 섭취한 쥐  ‘마이크로바이옴’ 내의 박테리아의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는 쥐가 섭취한 식이섬유가 박테리아를 부양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예테보리대 프레드릭 베케드 교수 교수팀도 유사한 실험을 시도했다. 쥐들로 하여금 섬유질이 많고, 적은 식품을 번갈아가면서 먹인 후 장 내의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가 생성되며 그 세균 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찰을 진행했다.

먼저 지방, 설탕, 단백질이 풍부한 햄버거를 먹게 했다. 그러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소화기관 벽면을 덮고 있는 점액 속에 살고 있는 기존 박테리아 종(種)이 사라지고, 대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이 등장했다.

쥐의 소화기관 크기가 줄어들었다. 쥐 안의 점액 측을 분석한 결과 그 두께가 훨씬 얇아져 있었다. 박테리아 수가 줄어들면서 점액층을 손상시켰기 때문. 또한 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5일 후 쥐 소화기관 내에서는 만성염증(chronic inflammation)이 발생했다. 수 주일이 더 지난 후에는 또 심각한 반응이 발생했다. 쥐의 혈당농도가 급격히 상승했으며, 살이 찌면서 뚱뚱해지기 시작했다.

베케드 교수팀은 또 다른 그룹의 쥐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식이섬유 이눌린(inulin)과 함께 지방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였다. 그리고 이전에 식이섬유를 먹지 않은 쥐들과 비교한 결과 박테리아로 이루어진 점액층이 장 표면을 두텁게 덮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게위츠 교수팀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쥐에게 지방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음식과 함께 많은 양의 이눌린을 섭취하게 한 결과 소화기관 벽 표면이 건강한 박테리아 군으로 뒤덮이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

박테리아는 소화기관 내 벽면을 보호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위츠 교수는 “소화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박테리아의 움직임에 반응하면서 면역 시스템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 경우 장내의 평화스러운 상태가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수는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할 경우 박테리아로부터 신호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소화기관 내 세포들의 점액 분출이 줄어들면서 항원 침투에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미시건 대학의 미생물학자 에릭 마튼즈(Eric C. Martens) 교수는 “소화기관 내에서 이처럼 위태로운 상태에서 지속적인 안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식이섬유가 그 여부를 결정하는 티핑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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