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019

식욕 때문에 잠들 수 없다면?

21세기는 신드롬 시대 (14) 야간식이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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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인 박 모 씨(29)는 전형적인 심야족이다. 낮에는 매사에 의욕이 하나 없다가도 밤만 되면 정신이 말짱해지면서 밤새 TV 시청이나 게임을 즐기는 일이 다반사다.

남들이 다 자는 심야에 TV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참을 수 없는 ‘야식의 유혹’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 덕분인지 박 씨는 키가 170cm인데도 불구하고 체중은 80kg이 넘는 비만형 몸매를 갖고 있다.

밤만 되면 야식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야간식이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밤만 되면 야식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야간식이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 ObesityHelp

박 씨도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밤에 음식을 자꾸 먹으면 그것이 습관이 되어 결국에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그런데도 밤만 되면 음식을 다시 찾게 된다. 머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손은 이미 음식에 가 있다.

이 같은 증상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일종의 질병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밤만 되면 야식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됐거나 혹시라도 잠을 자던 중에 배가 고파 잠에서 깨어났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야간식이증후군’에 걸린 것이 아닌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조언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의 원인은 스트레스

‘야간식이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란 무엇인가를 먹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잠을 자다가 배가 고파 일어나서 식사를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낮에는 별다른 식욕을 느끼지 못하다가 유독 밤만 되면 식욕이 증가하여 과식을 한다.

특히 저녁식사 후의 음식물 섭취량이 하루 섭취량의 절반을 넘는다거나, 남들은 다 잘 시간인 심야에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음식이 당긴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이 아닌지를 의심해 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스트레스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副腎)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도 촉진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신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식욕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세로토닌의 경우도 분비가 촉진될 때 포도당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준다 ⓒ ObesityHelp

코르티솔 호르몬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준다 ⓒ ObesityHelp

이 같은 이론은 노르웨이 트롬소 대학의 ‘그레드 버켓벳(Grethe Birketvedt)’ 교수와 그가 이끄는 연구진의 실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야에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호르몬 분비 양상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선 야간식이증후군을 가진 5명의 여성들과 이에 대한 대조군으로 증후군이 갖지 않은 5명의 여성들을 골라 이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정도를 측정했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심야에 대량의 음식물을 섭취한 후 자거나 새벽에 일어나 음식을 먹도록 했다.

이후 양쪽 그룹의 여성들에게 각각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을 주사했다. 그러자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은 주사를 맞은 후에 스트레스 호르몬치가 약간 증가했으나, 정상인들의 경우는 스트레스 호르몬치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버켓벳 박사는 “증후군에 걸린 그룹은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을 맞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라고 밝히며 “심야에 음식이 찾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음식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합병증이 더 문제

자기 전에 먹는 것을 찾는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음식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이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자기 전에 먹으면 살이 찔 위험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수면 시간에는 신체의 움직임이 낮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어 에너지를 소비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낮에는 교감신경이 작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더 많이 작용하므로 먹은 음식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에 축적된다는 점도 또 다른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야식을 참기 어렵다면 되도록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wisegeek

야식을 참기 어렵다면 되도록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wisegeek

따라서 전문가들은 야간식이증후군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야식을 찾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각종 취미활동을 한다거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갖도록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증후군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간식이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숙면을 취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스트레스가 누적된 신체가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되면 증상이 크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렇게 했는데도 잠들기 전에 음식에 대한 유혹을 끊을 수 없다면 차라리 저녁 식사 시간을 늦추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간식을 먹고 저녁식사 시간을 8시에서 9시 사이에 갖는다면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것도 증후군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최대한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을 골라 소량만 섭취할 것을 당부한다. 예를 들면 포만감을 주기 위해 죽 종류를 먹는다거나 위에 부담이 적은 오이나 당근, 토마토와 같은 채소 등이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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