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무한에 대해 가장 쉽게 상상하거나, 무한이 존재한다고 강변할 수 있는 사람은 수학자가 아닐까 싶다.
1+1+1+….을 계속 무한 반복하면 자연수의 무한이 된다. 물론 그 반대의 추상적 무한도 있다.
일정한 밀가루를 가지고 피자를 영원히 만드는 방법은? 밀가루를 절반을 떼내어 피자를 만들고, 다시 남은 절반의 절반을 떼내어 피자를 만들고, 다시 절반의 절반을 떼어 만들고…하는 식으로 무한반복을 하면, 영원히 피자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유한에서 무한을 창조하는 논리이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무한이란 개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오죽하면 수학자들은 무한의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기 편하게 ∞라는 기호를 만들어냈을까? 그렇지만 이런 기호로만 무한을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무한을 넘어서’(BEYOND INFINITY)를 쓴 유지니아 쳉(Eugenia Cheng)은 무책임한 수학적 개념의 논리가 얼마나 현실과 분리되어있는지를 간단한 수식으로 보여준다.
1+∞=∞
이제 양 변에서 ∞을 빼면 어떻게 될까?
1+∞-∞=∞-∞
1=0
곱하기 나누기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생긴다.
∞×∞=∞
양변을 ∞으로 나눠보면 이렇게 나온다.
∞×∞÷∞=∞×∞
∞=1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수학적으로 추상적인 무한이 현실적인 무한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추상적으로 유한하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것이 적지 않다. 에베레스트 산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유한한 곳이지만, 80세가 넘고 암수술 이력이 있는 고령의 할머니에게 에베레스트는 결코 갈 수 없는 무한의 땅이다.
수학적 무한과 현실적 무한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이 책은 ‘무한과 그 너머의 불가사의하고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여행’이다.
무한에 대한 여행이 추상적인 두뇌놀음에 그치지 않도록 저자는 다양한 비유를 동원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로 휙 날아가는 여행과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유유자적 떠나는 여행은 같을 수가 없다.
우리는 무한에 대한 단순무식한 수학적 추상만 가지고는 암흑 속 미궁에 갇히게 된다. 어렸을 적 무한의 개념을 처음 생각할 때 빠져드는 순환의 고리는 대체로 이렇다.
무한은 영원히 이어진다.
→무한은 제일 큰 수 보다 더 크다.
→무한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크다.
→무한에 1을 더해도 그 값은 여전히 무한이다.
→무한에 무한을 더해도 그 값은 여전히 무한이다.
무한에 무한을 곱해도 그 값은 여전히 무한이다.
이런 초보적인 무한에 대한 의식이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이런 논리가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무한을 설명하기 위해서 매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 중 하나가 차원의 개념을 사용해서 무한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시간여행도 그 중 하나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그물로 사로잡았다. 당신을 그물로 옭아 맨 사람은 당신이 그물이라는 공간에서 전혀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라는 다른 차원을 동원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당신은 시간여행을 해서 그물이 던져지기 전의 시간으로 간다. 그리고 그물이 던져지는 장소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선다.
그런 다음에 다시 원래 시간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당신은 안전하게 그물밖에 위치하게 된다.
유한한 설명을 통해 무한의 영토를 넓힌다
유지니아 쳉은 여기에 또 다른 차원을 하나 더 붙여서 설명한다. 네 번째 차원을 색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인가 같은 위치에 있으려면 동서좌표, 남북좌표, 수직좌표뿐 아니라 색깔좌표도 같아야 한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벽이 하얀 방에 가둬 놓으려면, 당신을 하얀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뜻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을 방금 듣고 나온 사람은, 도심의 복잡한 교통에 시달리느라 짜증내면서 가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한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다. 비록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존재하기는 해도 말이다.
수학자인 유지니아 쳉은 무한에 대해서 행렬과 팩토리알과 수열과 기하학으로도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무한을 설명하려 할까?
저자에게 있어서 “모든 아름다움은 경계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점점 더 많이 설명할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논리의 영역에 집어 넣을수록 논리의 영토는 넓어지면서 그 표면도 넓어진다.
이렇게 논리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의 경계가 켜지면 점점 더 많은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수학을 통해서 무한을 추적하고, 무한을 통해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지니아 쳉의 특이한 발상은, 그의 이력을 보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셰필드대학교 순수과학과 명예 선임연구원이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쿨의 전속 과학자이다.
그는 또 ‘완벽한 피자를 만들기 위한 수학공식’이란 논문을 발표하고, 피아노 연주 무대에 종종 설 만큼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무한을 설명하는 비유에 피자, 빵 같은 음식 이야기가 다수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소양을 가진 유지니아 쳉은, 이를 바탕으로 수학에 대한 공포를 몰아내는 것을 일생의 사업으로 생각한다. ‘무한을 넘어서’ 역시 수학의 아름다움을 일반에게 전파하기 위한 그의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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