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수학, 미술품 감상하듯 즐겨보자

2019우수과학도서 / 수학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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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갤러리  ⓒ컬처룩

수학 갤러리 ⓒ컬처룩

학창시절 ‘수학’을 떠올리면 그리 행복하지 않다. 시험 성적을 위해서는 중요한데 일상생활에는 전혀 사용하지도 않을 듯하여, 흔히들 ‘수학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라고 푸념을 하곤 한다. 대체 어디에 써먹을 데가 있다고 이 골치 아픈 과목을 이토록 힘겹게 배워야 하느냐는 하소연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수학은 만국 공통으로 교과 과정에서 포함돼 있고, 입시에서도 빠지지 않을까? 수학은 결코 ‘쓸모없는 공허한 학문’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의 문명을 이해하는 데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해 오면서 고도로 추상화됐기 때문에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일 뿐, 수학은 태생적으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예컨대 고대 농경 사회에서 천문학을 통해 계절 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기하학과 계산 방법이 크게 발전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대규모 건축, 농산물 저장과 관련해 산술법과 기하학, 삼각함수 등이 개발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과 미술은 사영기하학을 탄생시켰고, 지역 군주들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발달한 탄도학은 미적분학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파스칼이나 라이프니츠가 꿈꾸던 계산 기계는 20세기에 마침내 컴퓨터로 등장하였다. 컴퓨터 시대가 되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수학 문제와 분야들이 탄생했다. 구름이나 번개처럼 고도로 불규칙한 모양이 프랙털 기하를 통해 기하학의 대상이 된 것도 컴퓨터의 탁월한 계산 능력 덕분이다. 계산 과학의 발달은 수치해석학, 최적화 이론, 그래프론 같은 분야가 수학의 주요한 분야로 떠오를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급격한 사회 변화 뒤에는 늘 수학이 버티고 있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수학이 얼마나 유용하며 문명의 발달에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AI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도 예외가 아니다. 데이터 과학을 비롯한 현대 기술은 수학 없이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굳이 수학을 알 필요가 있을까. 물론 세세한 영역까지 알 필요도 없고 사실 알기도 매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학적인 통찰과 이해, 사고력이다. 학교에서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서 답을 찾는 식의, 졸업하면 다 잊어버릴 맹목적인 방식으로는 이런 소양을 갖출 수가 없다. 수학에 등장하는 개념과 정의, 공식 등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그것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법은 수학을 ‘따분한 과목’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따분하기는커녕 역사 이야기를 읽는 듯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수학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 과정이 그리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이나 학문처럼 수학도 즐거울 때 배움이 늘고, 즐거이 얻은 배움은 더 새롭고 나은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한진 교수의 신간 ‘수학 갤러리: 소수에서 미적분까지, 교양으로 읽는 수학 이야기’는 바로 이 ‘즐거운 수학,’ ‘즐기는 수학’을 내세운다. ‘수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흥미로운 수학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수학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주제인 정수론, 기하학, 조합론, 그리고 미적분학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다양한 그림과 사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곁들여 마치 미술관의 가이드처럼 이야기를 들려준다. 딱딱한 학교 수학은 잊고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듯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우리의 삶과 문화와 얼마나 피부처럼 밀착돼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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