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수박 참외 오이는 ‘형제지간’

안종주의 사이언스 푸드(16)

한반도가 점점 더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빙과류나 아이스커피와 함께 시원함을 선사하는 과일·야채를 찾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은 수박이 아닌가싶다. 수박은 박과 식물에 속한다. 참외와 오이도 박과 식물이니 같은 형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수분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여름철 박과 식물 삼총사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의 시원함에 있을 것이다. 특히 수박과 오이는 시원함의 지존들이다.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숙어인 ‘as cool as cucumber’에서 보듯이 오이의 시원함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들 ‘엄지 척’을 해왔다.

오이는 시원함을 선사하는 박과 식물 삼총사의 일원으로 냉국 등 여름철 음식의 단골재료이다.  ⓒ 위키미디어

오이는 시원함을 선사하는 박과 식물 삼총사의 일원으로 냉국 등 여름철 음식의 단골재료이다. ⓒ 위키미디어

오이는 인도 북부가 원산지로 알려졌다. 통일신라시대에 오이가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한민족과도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여름을 대표하는 채소답게 오이는 오이소박이를 비롯해 많은 요리의 주재료로 사랑을 받는다.

뭉텅 썰어 그냥 먹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오이냉국이 가장 제격이다. 싱싱한 미역과 함께 잘게 썬 오이를 약간의 식초, 깨와 함께 넣어 고소하면서도 새콤달콤하게 먹으면 더위가 순간이나마 싹 가신다. 생오이로 냉채를 만들기도 하지만 소금에 절여 장아찌로 만든 것으로 냉국을 만들어도 또 다른 시원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여름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배낭에도 거의 필수품처럼 오이가 자리 잡고 있다. 오르막을 오르다 잠시 멈추고 흐르는 땀을 훔칠라치면 여기저기서 오이를 꺼내어 서로에게 권한다. 한입 베어 물면 시원함이 입 안 가득 돌면서 피곤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오이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다 알고 하는 행동이지만 짙은 청록색의 꼭지부분은 잘라내고 먹는다. 엄청 쓰기 때문이다. 흔히 쓴 약이 몸에 좋다고들 한다. 오이의 쓴 맛은 큐커비타신(cucurbitacin)이란 성분 때문이다. 오이가 애벌레나 곤충 등 외부 공격 생물들한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화학성분이다. 이 성분은 항종양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약이 아니라 음식이니 쓴 것을 피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행동이다.

오이에는 비타민을 파괴하는 효소, 즉 아스코르브산 산화효소(ascorbate oxidase)가 있다. 이 때문에 비타민이 많은 야채와 과일은 오이와 함께 먹지 말라고 영약학자들은 권고하고 있다. 당근과 오이를 음식궁합이 맞지 않은 대표적 보기로 들기도 한다.

오이가 박과 채소 가운데 시원함의 대명사라면 수박은 여름 나기에 결코 빠질 수 없는 박과의 대표 과일이다. 조선 초기 문헌에 수박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 조상들도 이를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박 잔뜩 먹고 잠들지 말라

단맛이 거의 없는 오이와 달리 잘 익은 수박은 과당과 포도당이 많이 들어 있어 단맛과 시원한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지친 사람에게는 적절한 수분과 당분 공급이 필수적이다. 수박은 이 둘을 모두 만족시켜준다. 수박은 이와 함께 비타민 A와 C, 그리고 칼륨 따위의 무기질 성분도 풍부하다. 여름 과실의 왕자 자격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수박의 장점이자 단점은 먹고 나면 오줌이 쉬 마렵다는 것이다. 이는 수박 속에 시트룰린과 아르기닌과 같은 이뇨 작용을 일으키는 아미노산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박을 잔뜩 먹고 잠자리에 들거나 자리를 뜨기 어려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수박을 고를 때 흔히들 톡톡 두들겨 보고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거나 꼭지가 시들해지지 않은 것을 찾는다. 같은 크기인데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덜 익은 수박은 그만큼 더 무겁기 때문이다.

여름철 최고 인기 과일로 시원함으로 치자면 수박을 따라올 자가 없다.  ⓒ 위키미디어

여름철 최고 인기 과일로 시원함으로 치자면 수박을 따라올 자가 없다. ⓒ 위키미디어

여름에 수박보다 참외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수박처럼 나중에 버려야 껍질이 많지 않고 더 달콤하기 때문이다. 과육보다 씨가 있는 부분에 훨씬 더 당분이 많다. 손님에게 참외를 내놓을 때는 씨가 있는 부분은 지저분하게 보이고 씨를 꺼리는 사람도 있어 대개 그 부분은 도려내고 내놓는다. 참외의 진짜 달콤함을 맛보려면 모두 먹는 것이 좋다.

참외 또한 양쪽 꼭지 부분은 쓰다. 큐커비타신의 일종인 엘라테린(elaterin) 성분 탓이다. 잘 익은 참외일수록 이 성분의 함량은 줄어든다. 이 성분도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쓴 맛을 참고서도 먹어야 할 정도로 항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또 참외는 독특한 향을 낸다. 디에틸세바케이트산(diethyl sebacate)에 의한 것이다. 참외를 고를 때는 과육이 단단하고 껍질의 색깔이 진하며 이 향이 많이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여름 과일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얼음 둥둥 띄운 화채가 먹고 싶다. 시원한 등나무 아래 평상(平床) 위에서 수박과 참외 등 시원한 맛과 향기를 내는 과일을 오미자 우려낸 차가운 물에 넣고 한 모금 들이키면 그것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이번 여름에는 시원함의 홍보대사인 박과 식물 3총사를 앞세워 “더위야 물렀거라!”를 외치자.

참외는 달콤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 위키미디어

참외는 달콤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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