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4,2019

소수민족 유전자 뿌리를 찾는다

NIH 등 ‘유전자 다양성’ 프로젝트 착수

FacebookTwitter

17일 ‘네이처’ 지는 멕시코인 네스토르 루이즈 에르난데스(Néstor Ruiz Hernández)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멕시코 남부 태평양 연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일원이다. 그는 자신의 조상들이 16세기 노예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멕시코로 건너왔다고 들어왔다.

때문에 스스로를 아프로멕시칸(AfroMexican)이라 부르며, 정부로부터 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수민족으로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을 경우 거주지와 교육‧의료 지원 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

'유전자 다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수민족의 유전자 뿌리를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자 다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소수민족의 유전자 뿌리를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geneticliteracyproject.org

집단유전학 통해 아프로멕시칸 분석 

이런 상황에서 에르난데스는 지난 201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집단유전학자(population geneticist)인 마리아 아빌라(María Ávila) 교수를 만났다.

그녀는 큰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에르난데스뿐만 아니라 베라크루스, 게레로, 오악사카 주 등에 모여 살고 있는 아프로멕시칸 사람들 모두의 DNA를 분석해 이들의 조상이 누구인지 밝혀나갈 수 있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 뜻이 받아들여져 교수는 다수의 아프로멕시칸을 대상으로 유전자 추적에 착수한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함께 모여 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프로멕시칸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순수한 멕시칸, 순수한 유러피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분석 결과를 공개했을 경우 그동안 지속돼온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었다.

마리아 교수는 완성된 분석 결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문맹자가 많은 점을 고려, 분석 결과를 수치 대신 색상으로 표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프리칸인 경우 그린을, 멕시칸인 경우 레드를, 유럽인인 경우 블루를 적용해 아름다운 도표를 완성했다.

에르난데스는 “이 표를 통해 어머니가 아프로멕시칸이지만 아버지가 멕시코 원주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에르난데스는 100% 아프로멕시칸이 되는 셈이다. 그는 이 분석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는 중이다.

생물집단 상호간의 유전적 변화를 연구하는 집단유전학(population genetics)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이면서 인류학자‧유전학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케오루 폭스(Keolu Fox) 교수는 “집단유전학을 통해 사람들 간에 신뢰감을 조성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인 유전자 다양성 매우 ‘희박’ 

집단유전학에 ‘유전자 다양성(genetic diversity)’이란 개념이 있다. 학문을 전개하는데 기초가 되는 이론과 가설들의 기반이 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집단유전학자들은 ‘유전자 다양성’이 소멸한 대표적인 사례로 아일랜드 대기근(The Great Hunger)을 예로 들고 있다.

1847년 발생한 아일랜드 대기근은 아일랜드 인구 800여만 명 중 200여만 명이 사망하고 200여만 명이 먹을 것을 찾아 해외로 떠난 비참한 사건이다. 이 비극은 아일랜드인의 주식인 감자가 질병에 걸리면서 경작이 불가능해진데 따른 결과였다.

이전에 아일랜드인들은 감자에 대한 품종개량을 꾸준히 지속해왔고, 동일한 유전자의 감자를 동일한 방식으로 증산해왔다. 결과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매우 낮은 감자만을 키우게 됐는데 이로 인해 감자잎마름병이 돌았을 때 경쟁력 있는 감자를 생산할 수 없었다.

집단유전학자들은 인간에게도 유전자의 다양성이 줄어들 경우 인간 생존과 적응력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 인류 사회에서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을 중심으로 ‘유전자 다양성’이 극히 희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 살고 있는 거주인들 가운데 유럽계 유전자의 비율이 78%에 달했다. 반면 비유럽인의 혈통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22%에 불과했다.

아시아계가 10%로 가장 많고, 라틴계, 아프리카계, 기타 원주민 순. 아시아계를 제외하면 다른 민족들의 비율은 4%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럽에서 소수민족의 혈통이 소멸되면서 ‘유전자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2010년부터 유럽에서 아프리카인의 유산을 복구하기 위한 ‘H3Afric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런던 소재 웰컴 트러스트 재단은 최근 ‘유전자 다양성’을 추적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NIH는 미국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종의 다양성도 분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 살고 있는 수천 종으로 추산되는 인종의 유전자가 모두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 기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다양성’ 연구진에 소수민족 출신의 연구자들도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소수민족들은 자체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조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서구인 중심의 연구가 확대되면서 그동안 소수민족들이 추적해온 연구 결과들이 서구인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전자 다양성’ 연구에 있어서도 소수민족을 존중하는 다양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여론이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