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찾아서

[빅히스토리] 김서형의 빅히스토리(1) 우주와 생명, 인간의 역사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지금까지 인간만을 역사적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관점을 생명과 우주로까지 확대시키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역사학의 시간적 공간적 범위를 138억 년의 우주로 확대시켜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원과 변화를 보다 광범위한 컨텍스트 속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들 사이의 소통과 공존,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빅히스토리는 세상 모든 것의 기원과 변화에 대한 빅퀘스천(Big Question)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김서형 이화여대 교수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빅히스토리에 대해 <사이언스타임즈>에 연재한다.

유난히 별을 사랑했던 화가가 한 사람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반짝이는 별이 된다고 믿었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짙은 푸른색을 사용해 여러 장의 별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그림 가운데 하나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사본 -Starry-night-over-the-Rh___ne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이 그림에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마을을 비추는 불빛, 불빛이 비치는 강과 연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등장한다. 미술사적 관점에서는 반 고흐(Van Gogh)의 이 그림에서 나타나는 표현 기법이나 대상들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지만, 우리는 이 그림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세상 모든 것의 기원(origin)이다.

인간을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신화나 전설을 통해 우주와 세상,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했다.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마구 뒤섞인 혼돈 속에서 알에서 거인이 깨어나 하늘과 땅을 만들고, 죽어서 태양과 별, 그리고 산과 강을 만들었다는 신화가 존재하고, 신이 죽어서 환생한 작물인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마야의 신화도 존재한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신화나 전설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인간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오늘날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더 정확하게 안다.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생명체들과 지구 및 태양,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대해 탐험과 실험을 통해 수많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들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과학적 증거들을 토대로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별과 물, 그리고 인간

138억 년 전에 빅뱅이 발생하면서 우주가 시작되었고, 45억 년 전에 가스와 먼지, 그리고 무거운 원소들이 결합해서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생명이 탄생하여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던 현상에 관련된 증거들과 이론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19세기 말 이래로 발전했던 학문의 전문성과 더불어 나타났다. 특정 학문 분야를 더욱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분석하고 연구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이 축적되었지만, 이는 학문의 소통과 공존을 단절시켰다.

고흐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원을 설명하는 것은 어느 한 가지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원 이야기라는 점에서 별과 하늘, 물, 그리고 인간은 서로 상호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별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원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인간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존재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생명 탄생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한 가지로 물을 언급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별과 물, 그리고 인간은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의 기원과 그 상호관련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본 -Artist_s_concept_of_collision_at_HD_172555

빅히스토리는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원과 변화를 보다 광범위한 컨텍스트 속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지금까지 인간만을 역사적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기존의 관점을 넘어 생명과 우주로까지 확대시키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과 우주 역시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복잡한 현상들을 분석하고, 이와 같은 현상들이 지니는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역사학이 발전했는데, 분석 대상의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범위를 138억 년의 우주로 확대시키면서 빅히스토리는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원과 변화를 보다 광범위한 컨텍스트 속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빅퀘스천(Big Question)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전문적인 학문으로써 발전해왔던 다양한 학문들 사이의 소통과 공존,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빅히스토리는 세상 모든 것의 기원과 변화에 대한 빅퀘스천(Big Question)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다양한 학문적 시각과 관점에서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거시적인 상호학제간 융합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은 우리에게 138억 년의 우주 전체를 보여주는 거대한 퍼즐판을 제공해준다. 퍼즐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퍼즐 조각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상상하면서 적절한 위치에 퍼즐 조각들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빅히스토리라는 거대한 퍼즐판 위에서 지금까지 독자적인 전문성만을 추구해왔던 여러 학문들의 연구 성과들을 하나씩 맞춰보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인접한 학문들 사이에 어떤 상호관련성을 가지고 있을까? 둘째, 서로 다른 학문들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는가? 이와 같은 시도는 무엇보다도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 매우 절실하다. 나와 주변의 모든 것들의 기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들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살펴보는 것은 개인 및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과 사물들의 관계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5700)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