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이슈(2) 수학자의 역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900명 가까운 연구원 가운데 수학 박사는 딱 1명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흑인 여성 수학자들이 맹활약을 하는 것처럼 미항공우주국(NASA)에는 수많은 수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4개 정부 출연연구소를 통 털어도 수학 전문 인력은 52명으로 전체 1만5천여 명의 연구원 가운데 0.34%에 불과하다.
대학의 그 많던 수학 전공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대학 등 교육기관 뿐 아니라 금융기관 산업체 등에서 수학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사교육 시장에서 학원강사로 전전하는 수학과 출신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수학자에 대한 미래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고용보고서’에서 수학·컴퓨터 분야에서 41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학이 산업기술에 직접 활용되고 수학 기반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IT기업 구글만 보더라도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세르게인 브린이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또 다른 한 명인 래리 페이지는 컴퓨터공학과 출신.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의 첨단 신기술에 다양한 수학이론이 활용된다고 말한다. 가령 빅데이터에는 위상수학과 확률론, 그래프이론이 쓰이고 △핀테크 = 확률론 통계학 편미방 △사물인터넷 = 암호학 정수론 코딩이론 △3D 프린팅 = 미분적분학 대수학 △인공지능 = 기하학 그래프이론 선형대수 △무인자동차 = 논리학 미분방정식 기하학 확률론 등이 활용된다고 한다.
금융기관에서 편미분방정식과 확률론에 의존해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전자상거래 암호 및 보안에는 정수론과 이산수학 타원곡선 등이 활용된다. 유전병 진단치료에는 패턴인식과 이미지해석이 필수적이고, 암 발생 확률을 예측할 때는 빅데이터 기반 위상수학을 이용한다. 또 폭풍 해일 등 기후예측을 할 때는 비선형편미분방정식을 쓰고, 전염병의 경로를 예측할 때는 조합론과 그래프이론 생물수학 수치해석학이 필요하다. 그만큼 21세기에는 수학의 산업계 활용사례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학박사의 3.6%만 산업체로 진출하는 반면 미국은 26%가 산업체에서 직업을 찾는다. 우리나라 공학박사의 경우 41.9%가 산업체로 진출한다는 통계가 있다.
지난 12월 1~2일 대한수학회 주관으로 부산에서 열린 ‘현대 수학의 난제와 산업문제 해결’ 컨퍼런스에서는 4차산업혁명과 수학 그리고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내외 60여명의 저명한 수학자들이 참석한 이 컨퍼런스에서는 산업수학 생태계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수학 인재들을 길러내는 방안을 놓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이향숙 대한수학회 회장(이화여대 교수)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수학적 사고를 갖춘 문제해결형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요구된다”며 “수학 전문인력의 산업체와 정부 출연연구소 진출을 확대하고 도전적 연구를 활성화시켜 글로벌 연구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수학 전공자들의 산업체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학 뿐만 아니라 컴퓨터 산업공학 통계처리 등 다양한 지식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수학 전공자들에게 자연과학 등 인접 학문과의 복수 전공을 장려하며 더 나아가 경제·경영 같은 사회과학 지식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공립연구소나 공공기관, 기업연구소에서 수학 전공자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활용 면에서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대학들도 연구단계에서 연구소와의 협업 연구수행 및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이 교수는 “최근 10년간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 수학계에 유입되고 있지만 우수한 박사급 인재배출에 비해 창의적인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대학들의 통폐합으로 대학교수 채용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연구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별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수학회는 세계적 수준의 젊은 국내외 수학 인재 20명을 매년 선정해 10년간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수리과학창의인재연구원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20세기 최대 발명이라 불리는 컴퓨터는 수학자 앨런 튜링이 만든 암호해독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수학은 과학 및 산업발전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었다. 21세기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딥러닝 등 데이터의 폭증과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 그리고 불확실성의 증가와 이 불확실성의 정량화 요구로 인해 수학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가히 ‘세상의 모든 문제는 수학으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다. 4차산업혁명이 앞으로 ‘수학자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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