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2,201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해초 꽃이 피다

멕시코 만서 서아프리카까지 약 8850㎞ 뻗어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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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1492년 8월 세 척의 범선에 12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스페인의 파로스 항을 출항했다. 이것이 바로 유럽에서 대서양을 횡단해 바하마 제도의 섬과 쿠바를 발견한 1차 항해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 항해 도중 콜럼버스는 북대서양의 바하마 제도 동쪽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울창한 갈색 표면이 광대하게 펼쳐진 그 모습을 보면서 콜럼버스와 선원들은 육지에 도달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본 결과, 그것은 거대한 해초 더미였다. ‘Sargassum’이라는 명칭의 그 해초는 모자반류의 일종이었다. 미역, 다시마와 같은 갈조류인 모자반은 바닷속의 바위 같은 곳에 부착해 수풀을 이루면서 성장한다.

모자반의 일종인 ‘Sargassum’은 포도알처럼 생긴 수많은 공기 주머니로 인해 수면 위로 뜨게 된다. ⓒ public domain

모자반의 일종인 ‘Sargassum’은 포도알처럼 생긴 수많은 공기 주머니로 인해 수면 위로 뜨게 된다. ⓒ public domain

그러다 바위에서 떨어지면 마치 포도알처럼 생긴 수많은 공기주머니로 인해 수면 위로 뜨게 된다. 콜럼버스 일행은 수면 위에 그물처럼 엉겨 있는 모자반 때문에 20일이나 고생한 끝에 겨우 그곳을 벗어났다.

이후 이 바다는 ‘Sargassum’이라는 해초의 이름을 따서 ‘사르가소 해(Sargasso Sea)’라고 불리게 됐다. 폭이 약 1100㎞, 길이가 약 3200㎞에 달하는 사르가소 해는 사방이 해류에 둘러싸여 있어 해안선이 없다.

사르가소 해는 북위 20~40도에 위치해 있어 바람이 아주 약한 지역이다. 때문에 이곳은 말의 죽음선이라는 의미에서 말위도(馬緯度, horse latitudes)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물처럼 엉킨 모자반 더미에다 바람까지 없으니 몇 주 동안 발이 묶여 있다 결국 식수를 아끼기 위해 배에 싣고 있던 말을 바다에 던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모자반 더미 대량 확산

사실 사르가소 해의 울창한 모자반 숲에는 많은 종류의 해양 생물이 서식한다. 유럽 뱀장어들은 이곳까지 와서 산란하며, 어린 바다거북의 성장지이기도 하다. 또한 떠다니는 해조류에 특별히 적응한 새우, 게, 물고기, 고래 등의 다양한 종들이 이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어떤 해조류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큰 해초 꽃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이 모자반 더미는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의 경우 멕시코 만에서 서아프리카까지 약 8850㎞나 뻗어나갔다.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모자반 더미의 무게는 무려 2000만 톤에 달할 만큼 거대하고 무겁다.

연구진은 모자반이 최고조를 이루는 매년 7월마다 대서양에서 거대 모자반의 밀도를 표시한 위성사진 이미지를 공개했다. ⓒ ‘사이언스(Science)’

연구진은 모자반이 최고조를 이루는 매년 7월마다 대서양에서 거대 모자반의 밀도를 표시한 위성사진 이미지를 공개했다. ⓒ 사이언스(Science)

연구진은 모자반이 최고조를 이루는 매년 7월마다 대서양에서 거대 모자반의 밀도를 표시한 위성사진 이미지를 공개했다. 그에 의하면 모자반이 대량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이며, 지난해 7월에는 대서양을 가로지를 만큼 거대하게 확장됐다.

이처럼 거대해진 모자반 더미는 썩은 달걀 냄새를 풍겨 카리브해와 멕시코 해변의 관광업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또한 빽빽한 모자반 숲은 바다거북을 가두거나 해칠 수 있으며, 모자반이 썩어서 바다에 가라앉을 경우 산호를 질식시킬 수 있다.

모자반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비료 성분인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가 서아프리카 해안을 벗어나 겨울에 바다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한 아마존 밀림의 삼림 벌채 등도 모자반 성장 촉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간 활동이 지구 표면 변화시킨 사례

비료 유출은 해조류를 대량으로 증식시켜 바다뿐만 아니라 호수에서도 큰 녹조를 유발한다. 이 같은 해조류의 성장은 물속의 모든 산소를 빨아들여 다른 생명체들을 폐사시킨다. 만약 식수로 사용하는 호수에 녹조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에리호수에서는 유독성 녹조가 발생해 50만 명의 주민이 식수를 공급받지 못한 적이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해양과학자 촨민후 박사는 “모자반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바다의 화학 작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표면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량 발생하는 거대 해조류가 이미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갈파래류와 괭생이모자반이 매년 여름마다 대량 유입돼 악취는 물론 선박의 항해 및 조업을 방해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제주도는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이처럼 해조류가 대량 발생하는 원인 역시 양식장 배출수 등 주변에서 유입되는 질소 성분 과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대 해조류를 식물 비료 등으로 다시 자원화하거나 산업화시키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기술이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거대 해조류를 수거해도 활용 방안이 없어 썩을 때까지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거대 해조류를 아예 수중에서 제거하는 방안 등이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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