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성서와 과학의 우정을 위하여

[과학서평] 과학서평 / ‘바이블 사이언스’

과학과 종교, 특히 과학과 기독교 만큼 긴장관계가 오래된 분야도 많지 않다. 종교가 과학을 꽉 눌러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대체로 지금은 과학이 종교를 압도하는 시대이다. 한때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의 사조가 있었지만, 위력이 예전만하지 않다. 그래서 최근 나온 ‘바이블 사이언스’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은 과학과 종교의 첨예한 긴장과 대립은 비켜나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성경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과학의 눈으로 본다. 그것도 이미 검증된 과학,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 그런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설명을 한다.

사본 -33쪽저자는 서문에서 ‘성서와 과학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썼다. 둘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가 아니라 절대자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언젠가는 다시 우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도 풍성하다. 빅뱅에서 만물이론까지, 수정란 여행, 야곱의 식물학 요셉의 염색학, 달과 별로 푸는 예수 탄생의 비밀 등의 제목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빅뱅이론이라는 말이 태어난 배경은 흥미를 끈다. 변호사였다가 천문학자가 된 과학자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허블의 관찰결과를 들은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가모프는 1948년 우주 초기의 모습을 묘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초기 우주는 온도와 밀도가 매우 놓은 원시불덩이 상태였는데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우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똑같다고 생각하는 정상우주론자들은 가모프가 못 마땅했다. 그 중 한 명인 프레드 호일은 방송에 출연해서 “우주가 갑자기 뻥(영어로는 뱅 bang이라고 쓴다)하고 순간적으로 창조됐다니 차라리 ‘큰 뻥’(big bang)이라고 해야겠네요” 라고 조롱했다. 이렇게 조롱하던 단어가 실제로 요즘 너무나 많이 쓰는 ‘빅뱅’이라는 용어로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바이블에서 매우 잘 어울리는 부분은 빅뱅 이전에 관한 부분이다. 스티븐 호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필자도 그 곳을 찾아가서 강연을 들었는데, 이 때도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때 스티븐 호킹은 언어번역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시간과 공간은 빅뱅과 함께 창조된 것이다.

이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바이블의 가장 첫 번째 문장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 태초 이전의 세계는 전혀 다루지 않음으로써 빅뱅 이전, 우주가 창조되기 이전의 세상에 대해서는 완전 궁금증과 비밀로 덮어둔 것이다.

둘 사이의 우정을 위해서 저자는 성서 속에 나타난 기적의 실마리를 과학에서 찾으려는 여러 가지 사례를 끄집어냈다. 그 중 하나가 ‘만나’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도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맛있는 식량인 만나가 하늘에서 매일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바이블은 기록했다.

저자는 이 만나의 실마리를 ‘주머니깍지벌레’라는 이상한 이름의 곤충이 내는 달콤한 배설물을 들었다. 이 벌레는 아주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그 안에 있는 소량의 단백질을 얻고는 그냥 과잉섭취한 탄수화물을 배설하는데 이 배설물은 달콤하고 맛있어서 지금도 베두인들의 식료품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같은 단서가 성서의 모든 기적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수백만 명이 먹을 만큼 많은 만나가 매일 내리려면 평소보다는 매우 다른 엄청난 숫자의 벌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눈에 띌 만한 내용도 가끔 보인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를 설명할 때 40일 동안 계속 비가 내렸다는 대목이 있다. 동시에 ‘땅 속 깊은 곳에서 큰 샘들이 모두 터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 이정모 씨는 “최근 과학자들은 지구 깊숙한 곳에 엄청난 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구 반지름이 6,400㎞인데 이중 지구의 겉에 해당하는 지표면과 지구 중심부분인 핵 사이를 맨틀이라고 한다. 지각이 이동하는 것은 맨틀이 뜨거운 수프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맨틀 속에 물이 들어있다. 과학자들은 이 속에 얼마나 많은 물이 있을까 궁금해서 지하 1,000㎞에 대한 질량분석을 했다. 결과 맨틀 속에 있는 암석들은 전 세계 바닷물보다 다섯 배나 많은 물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사실에도 불구하고, 바이블 사이언스는 설렁설렁 읽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왜 그럴까? 땅 속 물의 경우를 예로 들면 맨틀 속에 그렇게 많은 물이 있다는 그 내용을 설렁설렁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2002년 ‘사이언스’라는 매우 권위 있는 과학전문잡지에 발표된 것이다.

사이언스에 난 이야기라면 신뢰성이 매우 높아진다.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라면 맨틀 속에 물이 많이 있다는 식으로 대충 묘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그런 실험을 해서 그런 결과를 얻었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생략했다.

설렁설렁 읽히는 것은 좋지만, 금방 잊힐 우려도 높다는 점을 알아야 했다.

이정모 씨는 연세대 생화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독일 본 대학에서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했다. 서울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 ‘해리포터 사이언스’ ‘삼국지 사이언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등 호기심을 충족하는 책들을 여러 권 썼다.

(3787)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