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1,2019

선저우와 아폴로, 달 탐사 배경

최성우의 데자뷔 사이언스(3) 조작설 근거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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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유인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아시아 각국들은 몇 년 전부터 달과 금성, 화성 탐사선을 잇달아 발사하는 등,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과 우주인을 배출한 러시아(구소련)와 오래 전에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이 우주개발 경쟁에 가세했고, 우리나라도 최근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주개발 신흥국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국이다. 지난 2003년에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던 중국은, 2013년에는 무인 우주선이 달에 안착함으로써 역시 세계 세 번째의 달 착륙 성공 국가가 된 바 있다.

중국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선저우5호의 귀환 모듈. ⓒ ScienceTimes

중국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선저우5호의 귀환 모듈. ⓒ GNU Free

CCTV가 내보낸 우주유영 성공 장면, 수중 유영으로 의심

이러한 상황은 최근에 개봉되었던 우주 관련 영화들에도 반영된 듯하다. 2013년에 나온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는 우주 조난을 당한 여주인공이 가까스로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天宮)’으로 가서 ‘선저우(神舟)’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개봉되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션(The Martian)’에서도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와 미국의 화성탐사 모선을 돕기 위한 보급품 공급에 중국 우주선이 발사되어 도킹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중국이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한 선저우 7호를 발사하여 우주선 밖에서의 작업과 우주 유영에도 성공하였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난데없는 조작설이 불거진 바 있다.

즉 중국 국영 방송사인 CCTV가 내보낸 우주유영 성공 장면은, 우주가 아닌 수중 유영으로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진공상태인 우주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바람에 날리듯 펄럭인 점, 뒤에 보이는 지구의 대기권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의혹으로 제기되었다.

당시 중국 우주인의 우주유영 장면이 정말로 조작되었는지는 알기 어렵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예전에 어디선가 접했던 데자뷔 아닌가? 바로 미국의 인간 달 착륙 조작설과 너무도 흡사한 것이다.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고 아폴로 우주선에 의한 암스트롱의 달 착륙 장면 등은 모두 조작된 것이다.” 이런 식의 달 착륙 조작 음모론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고, 요즘도 심심치 않게 재론되곤 한다.

달착륙조작설의 증거로 끊임없이 거론되었던 성조기가 휘날리는 듯한 사진. ⓒ ScienceTimes

달착륙조작설의 증거로 끊임없이 거론되었던 성조기가 휘날리는 듯한 사진. ⓒ NASA

유럽과 일본은 왜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지 않았을까?

이들 조작설이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들이 불거져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듯하다. 즉 조작설 뿐 아니라,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와 중국의 우주선 발사 자체가 데자뷔처럼 유사하다고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중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까지, 왜 유럽과 일본은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지 않았을까? 유럽 각국과 일본이 중국보다 우주기술이 뒤떨어졌기 때문일까? 그리고 미국은 아폴로 계획이 종료된 1972년 12월 이후 근 40여 년 동안 왜 더 이상에 달에 가지 않았을까?

중국의 선저우 유인 우주선 발사나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나 똑같이 정치적인 측면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데에 그 해답이 있다. 통신위성 발사 등 전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리안 로켓을 보유한 유럽우주국(ESA)이 중국보다 기술력이 모자라서 그동안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지 못한 것은 아닐 듯싶다.

중국이 러시아, 미국에 이어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배경에는, 정치적 효과 등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의도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선저우 7호를 발사한 2008년 9월은 중국이 처음으로 개최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로서,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한창 뽐내고 싶었을 시절이다.

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발자국. ⓒ ScienceTimes

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발자국. ⓒ NASA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 역시 옛 냉전시대의 체제 경쟁 등에서 비롯되었던 정치적 배경을 간과하기 어렵다. 잘 알려진 대로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는 소련에서 먼저 성공시켰다. 소련은 1957년 10월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를 발사하였고, 1961년 3월에는 우주비행사 가가린(Yurii Alekseevich Gagarin; 1934-1968)이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역시 미국보다 앞서서 성공시켰다.

우주 분야에서 잇달아 소련에 뒤진 미국은 국가적 자존심마저 상처를 입었다고 여기면서 이후 우주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국력을 쏟아 부어왔다. 결국 미국은 1969년 7월에 사회주의 진영보다 앞서서 인간을 최초로 달에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 대한 비판과 뒷말도 많았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어떻게 성조기가 휘날릴 수 있었는가?

인간 달 착륙은 실제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교묘하게 조작된 사기극이라는 황당한 주장과 음모설이 그동안 대중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오게 된 데에는, 바로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정치적인 요소가 크게 개입되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와 비판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겠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어떻게 성조기가 휘날릴 수 있었는가?’라는 점 등은 조작설의 근거로 오래 전부터 거론되었던 얘기이다. 그동안 조작설에 시달려 온 미 항공우주국은 성조기가 휘날리듯 보이게 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장치를 깃발에 설치했다고 설명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관련 의혹들을 반박해왔다. 최근에는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설치했던 레이저 반사경 등 여러 사진들을 공개하였지만, 조작설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달에 착륙한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 올드린. 이 사진 역시 조작설에 시달려왔다. ⓒ ScienceTimes

달에 착륙한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 올드린. 이 사진 역시 조작설에 시달려왔다. ⓒ NASA

필자의 지인 중에서도 미국의 달 착륙 조작의 진실 여부에 대해 물어오는 이들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과학기술 관련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그럴 듯한 음모론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미국 정부의 조작이 뒤늦게 밝혀졌던 ‘통킹만 사건’ 등을 들먹이면서 자신은 “인간이 달에 갔다는 사실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굳건한 신념(?)을 보이기도 하였다.

각종 음모론에 경도되거나 조작설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미국은 아폴로 11호뿐 아니라 아폴로 17호까지 그 이후에도 무려 다섯 번을 더 달에 인간을 보냈던 셈인데, 이 모두가 조작이라고 생각하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다. (중간의 아폴로 13호는 사령선의 고장으로 달 착륙에는 실패하고 지구로 귀환하였고, 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필자가 조작설의 배경으로 짐작하는 우주개발의 정치적 측면은,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떼려야 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우주개발과 같은 ‘거대과학(Big Science)’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치적,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고, 다만 국민과 과학기술계 등의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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