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이 15년 뒤 붕괴한다고?

[과학서평] 과학서평 / ‘에너지혁명 2030’

돈이 안 드는, 혹은 돈이 적게 드는 에너지는 과연 꿈일까? ‘에너지혁명 2030’(토비 세바 지음, 교보문고)을 읽어보면 꿈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 꿈이 이뤄질 날이 매우 가깝다. 이 책을 쓴 토비 세바(Tony Seba)는 그 시점을 2030년으로 꼽았다.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예측했을까? 불과 15년 뒤인데 틀리면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위험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 혁명은 태양광 에너지가 가져오는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가 인류가 꿈꾸는 궁극적인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토비 세바는 어째서 2030년을 못 박아서 이야기 했을까?

그것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그 때쯤이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근본적인 변화는 바로 석유산업의 붕괴를 불러오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에너지원들을 차례로 붕괴시킨다.

사본 -에너지혁명_2030_표지

수십 년 전 석유파동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던 비유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석유매장량이 얼마인데, 인류가 몇 년 사용할 만한 양이고, 석유를 다 쓰고 나면 인간은 에너지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시나리오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거나, 아니면 그래도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는 원자력 밖에 없다는 도식적인 해답으로 귀결됐다.

이것은 완전히 사기에 가깝거나 아니면 사기는 아니더라도 무지에서 나온 어둠속의 공포탄이었다. 치솟던 석유 값은 2008년 셰일가스를 경제적으로 채굴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태양광 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에너지혁명 2030’년처럼 확신 있게 구체적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단숨에 왕좌에 앉힌 과학자는 드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6장 원자력의 종말. 원자력은 좀비다. 정확히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좀비는 살아있는 자들의 생명을 빨아먹기 때문에 위험하다. 원자력 역시 언제나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이뤄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태양광 에너지의 눈부신 발전에 비하면 원자력은 경제성, 안전성, 발전가능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원자력 에너지를 이렇게 깎아내리는데 다른 화석연료 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다. 석유는 2030년이 되면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 가격이 폭락하고, 석탄은 완전히 퇴물 취급을 받으며, 청정에너지라고 포장됐으나 사실 위험한 메탄가스를 내뿜는 천연가스 역시 퇴출대상이다. 바이오 연료는 너무나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

여기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비유가 나온다. 석기시대(石器時代)는 왜 끝났을까? 정답은 돌이 떨어져서? 물론 아니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로 만든 연장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사용하기 편리한 청동기라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석유시대가 끝나는 것은 석유가 고갈되기 이전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토니 세바의 주장이 과장된 것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 쪽 장점만 부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물론 자동차 대량생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가격이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919년  GMAC(General Motors Acceptance Corporation)라는 할부제도의 도입 때문이었다.

석유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을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이 석유보다 5배 좋고, 충전비용은 10분의 1이고, 유지보수 비용도 10분의 1이고, 토지 효율성은 400배나 좋다. 전기자동차는 모바일 컴퓨터와 같기 때문에 주행하면서 빅데이터를 수집해서 차량 성능 개선 속도가 빠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것이 어렵다.

태양광 에너지는 1970년 이후 5000배 기술향상이 이뤄졌는데 앞으로도 계속 기술향상이 이뤄진다. 세바는 “이미 호주에서는 전력의 40%를, 독일은 50%를 태양광 에너지로 충당한 적이 있고, 덴마크는 100%를 풍력에너지로 찍은 기록이 있다”면서 “저항은 의미가 없다”고 선고를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점이 있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점이다. 미국 독일 호주 등 에너지 구조 전환을 이끄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변화는 눈부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새로운 물결에 시선을 돌리지 않거나, 기존 산업 보호나 유지에 더 큰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토니 세바는 에너지와 전기자동차 전문가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영 및 에너지 운송의 미래를 강의하고 있다. 시스코 시스템즈와 RSA데이터 시큐리티 등 기술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실물에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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