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서핑에서 아이디어 딴 설상종목은?

여기는 평창 (10) 스노우보드

때로는 ‘아류(亞流)’의 인기가 ‘주류(主流)’를 압도할 때가 있다. 설상 종목의 맹주를 자처하는 스키의 인기를 위협하는 스노우보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스노우보드는 처음 탄생했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스키와 서핑보드를 합친 괴상한 장난감이라는 놀림을 받았었다.

스노우보드 인기가 스키를 능가하면서 어느덧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평창올림픽조직위

스노우보드 인기가 스키를 능가하면서 어느덧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평창올림픽조직위

하지만 6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젊은 층의 스노우보드 인기가 스키를 능가하면서 어느덧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대체 스노우보드에 어떤 비밀과 매력이 숨어 있기에 탄생한 지 불과 60여 년 만에 설상 종목의 주류로 올라선 것일까?

서핑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개발

오늘날의 스노우보드가 탄생하기까지에는 한 광적인 서퍼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다. 1965년 ‘셔먼 포펜(Sherman Poppen)’이라는 서퍼는 서핑을 즐길 수 없는 겨울이 따분하기만 했다. 그의 딸이 썰매를 타러 가자고 조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딸의 성황에 못 이겨 눈 덮인 마을 언덕을 찾은 포펜은 잠시 후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의 딸이 썰매위에 선 채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파도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서퍼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

그는 곧바로 스키 2개를 붙여 고정한 다음 그 위에 올라탄 채 서퍼처럼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 보았다. 스키나 서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맛이 느낀 포펜은 즉시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합판을 이용하여 스노우보드의 원조가 되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스노우보드는 광적으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에 의해 개발됐다 ⓒ disabledsportsusa.org

스노우보드는 광적으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에 의해 개발됐다 ⓒ disabledsportsusa.org

포펜은 자신이 만든 합판에 스너퍼(Snurfer)라는 이름을 붙인 다음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눈 위에서 타는 서핑보드라는 소개에 처음에는 생소하고 이상하다며 놀렸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면서 인근 마을을 중심으로 스너퍼 경기까지 개최하게 되었다.

이후 제이크 버튼(Jake Burton)이나 톰 심스(Tom Sims) 같은 또 다른 서퍼들의 도움으로 장비 및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스너퍼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됐고, 이름도 스너퍼에서 스노우보드로 바뀌면서 동계스포츠에 알맞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스노우보드 붐이 일기 전만 하더라도 스키장에서는 스노우보드를 타는 고객을 꺼려했고 심지어는 입장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며 스키 종목에 싫증을 느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스노우보드 붐이 일어나자 스키장은 스노우보더들을 위한 전용코스까지 만들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이후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스노우보드는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당당히 스키와 함께 동계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알파인 스노우보드 경기의 핵심은 속도와 마찰력

스노우보드 경기는 크게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과 회전 및 예술성을 겨루는 ‘프리스타일’로 나뉜다. 알파인 경기는 2명씩 선수가 출전하여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로서 깃발이 꽂힌 슬로프를 먼저 내려오는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알파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끄러지는 ‘속도’와 이를 제어하는 ‘마찰력’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경기인 만큼, 미끄러지는 정도를 높이는 것은 스노우보드 경기의 핵심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한 비밀은 보드판에 숨어 있다. 평평한 바닥에 보드판을 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약간 떠 있는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보드판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지는 속도가 극대화된다.

경기에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마찰력인데, 선수가 경사지를 내려올 때 적절한 마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속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찰력을 적절하게 올렸다가 내리는 것이 승리의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선수가 적절한 마찰력을 얻기 위해 쓰는 방법으로는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이 있다. 자신이 가는 방향을 바꿈으로서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에지(edge)’라 불리는 스키 판 양쪽 날을 몸과 다리를 움직여 눈 속을 파고들게 함으로써 마찰력을 높인다.

묘기로 승부를 겨루는 스노우보드의 프리스타일 경기 ⓒ wikipedia

묘기로 승부를 겨루는 스노우보드의 프리스타일 경기 ⓒ wikipedia

알파인이 속도로 승부를 내는 경기라면 프리스타일은 원통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하프파이프 경기장에서 슬로프를 내려오며 점프와 회전 등 다양한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그러다 보니 슬로프를 솟구친 다음 공중에서 어떤 묘기를 펼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된다. 특히 몸을 움츠린 상태에서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일 때는 관중들의 환호와 찬사가 쏟아지게 된다.

어째서 프리스타일 선수들은 공중에서 몸을 활짝 펼치지 않고 움츠리면서 도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관계자는 “같은 힘으로 돌아도 회전 반경을 줄이면 속도가 빨라지는 ‘각운동량’의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공중회전을 할 때 양팔을 몸에 꼭 붙이고 도는 것처럼, 스노우보드 선수들도 공중회전을 할 때는 팔을 끌어당기고 몸을 최대한 웅크려야 더 빨리 돌 수 있다”라고 말하며 “선수들이 공중에서 보드를 움켜잡는 기술을 쓰는 이유도 회전 반경을 줄여 빨리 돌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노우보드는 스키보다 안전사고도 빈번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스키로 인한 손상이 1000명당 6.4명인 반면에 스노보드로 인한 손상은 1000명당 12명으로서 스노보드 부상이 스키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 손상이 주로 회전할 때 발생하는 염좌나 인대 손상인 것에 비해 스노우보드 손상은 주로 충격에 의한 타박상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같은 증상은 보드와 부츠의 고정으로 인해 팔을 뻗은 채 뒤로 넘어질 때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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