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서래마을 영아살해 사건

DNA와 과학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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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1번지 미국에서도 살인자로 기소돼 10여 년 넘게 옥살이를 하던 죄수가 무죄로 풀려나 인권국가라는 자존심에 먹칠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강요된 자백이나 목격자의 거짓증언이 지금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수사에서부터 과학수사(forensic science)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범인 검거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DNA 테스트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수사 기술이다. 또 억울하게 기소된 혐의자를 풀어주는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과학대중화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생명과학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DNA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DNA와 과학수사’ 시리즈를 마련했다. 재미있게 읽었으면 한다. 또 과학수사 관련 종사자들에게 참고 자료가 됐으면 한다. 오늘은 국내 사건으로 한때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래마을 영아살해 사건’ DNA지문 분석에 직접 참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한면수 유전자분석과장의 생생한 체험담을 싣는다.
[편집자 註]



냉동고에서 발견된 두 갓난 백인아이



2006년 7월 23일, 프랑스인들의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 고급빌라에 사는 집주인 프랑스인 장루이 쿠르조 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택배로 주문한 간고등어를 베란다 냉동고에 넣으려다 검정색 비닐봉지에 싸인 물체를 발견했다.



그는 한국인 친구를 통해 방배경찰서에 신고했다. 5칸짜리 냉동고 4번째 칸과 5번째 칸에 갓난아기 시신 2구가 탯줄이 달린 채 꽁꽁 얼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 알려진 수사상황은 다음과 같다. 신고를 받은 방배경찰서 강력팀은 바로 서래마을에서 갓난아기 시신 2구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집주인으로 외국계 회사 엔지니어인 쿠루조 씨는 “택배로 주문한 간고등어를 보관하려고 베란다에 둔 냉동고의 문을 열었더니 갓난아이 시신이 얼어붙은 채 2칸에 서로 나눠 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발견 당시 두 명의 갓난아이 시신이 너무 얼어 있는 데다 몸을 웅크리고 있어 정확한 개월 수와 피부색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체의 정확한 월령과 인종도 파악이 안 된 상태”라며 “탯줄이 잘린 흔적이 남아 있고 태변이 묻어 있어 갓 태어난 아이로만 추정할 뿐이고 시신에 외상은 없어 자세한 것은 부검을 의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주인인 쿠루조 씨는 경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다. 집주인은 6월 말 가족과 함께 두 달 예정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회의 참석차 7월 18일 혼자 입국해 두 갓난아이를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집에서 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집주인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발견과 신고를 한 당사자였고, 부인과 두 아들을 둔 가장에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의 임원인 만큼 신분도 확실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경찰에서 “카드키를 갖고 있던 필리핀인 가정부 P씨와 프랑스인 친구 F씨만 집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P씨는 프랑스에 머물고 있으며, 가정부 P씨는 집주인에게 출국 직전 “8월까지 필리핀에 다녀오겠다”고 말했으나 소재가 불확실한 상태였다.



사건이 발생한 80평형 빌라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현관과 창문에 사설경비 업체의 보안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외부인 침입에 의한 보안 시스템이 작동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CCTV상으론 지난해 3월 이후 기록이 보관되지 않아 누가 출입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다만 경비를 맡고 있는 사설업체에 확인한 결과 보안카드를 갖고 있던 P씨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출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하지만 출입자가 여럿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L씨의 소재도 추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냉동고 등에 남은 지문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냉동고를 평소 잘 쓰지 않았다는 집주인의 진술에 따라 시신이 휴가 전부터 냉동고에 들어 있었을 가능성도 감안했다.



경찰은 갓난아이 발견 다음날 DNA검사를 위해 두 명의 아들 검체와 쿠루조 씨 타액 및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의뢰하는 한편 빈집을 봐주기로 했던 집주인 친구와 가정부의 행방을 쫓는 데 주력했다.



한편 방배경찰서는 25일 브리핑에서 “최초 목격자인 프랑스인의 집에서 2명의 갓난아이 출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화장실과 베란다 및 거실에서 희미한 혈흔이 발견됐고 아기 1명을 감쌌던 수건이 사건이 발생한 집에서 사용하던 것과 같은 종류라는 점, 아기를 싸는 데 사용된 비닐봉지가 또한 집에서 보관하던 것이란 점 등을 놓고 볼 때 현재로서는 밖에서 출산해서 들여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기 1명을 감쌌던 수건에서 소량의 모발이 발견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그리고 또 “빌라 문 앞에서 14세 전후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백인 소녀를 봤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을 확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이 현관 청소를 위해 건물을 돌아서 가던 중 지난 13일 정오께 13~14세 가량의 백인 소녀가 이 집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하게 들어오거나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설경호업체의 기록상 집주인이 휴가를 떠난 뒤 친구인 P씨 외에 출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P씨와 이 소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P씨가 지난 21일 휴가차 프랑스로 출국한 기록을 확인하고 P씨가 다니는 회사를 상대로 계획된 휴가였는지 등을 수사 중이며 집주인과 P씨 등 이 사건과 관계 있는 사람들의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인근 프랑스학교 학생 중 최근 임신한 여학생이 있는지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서래마을 거주 프랑스인 명단을 확보한 뒤 방문조사를 진행 중이며 인근 산부인과를 상대로 외국 여성이 최근 진료 받은 기록이 있는지도 같이 파악 중이다”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7월 24일 국과수의 1차 부검 결과, 이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로 드러났다. 또 탯줄이 20~30㎝ 정도 불규칙하게 잘려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출생하지는 않았으며 폐에 공기가 들어찬 것을 볼 때, 출생 이후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근거로 “죽은 아이들은 백인 혹은 혼혈 신생아로 추정되며 외상은 없고 사인은 불분명하지만 사산된 것은 아니며 정상적인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냉동고 5번째 칸에서 발견된 아기는 체중이 3.24㎏이고 4번째 칸에서 발견된 아기는 3.63㎏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라면 무척 이례적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쌍둥이 여부는 빠르면 일주일 뒤인 DNA 검사결과 발표 후에나 확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남은 휴가 기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프랑스로 출국하기를 원했고, 집주인을 용의자로 보지 않았던 방배경찰서는 일단 출국을 허락했다



DNA 검사는 어떻게 했나



7월 24일 국과수 유전자분석과는 방배경찰서로부터 먼저 두 명의 갓난아이 혈액과 뼈를 의뢰 받았고 재차 집주인의 구강내벽세포와 모발을 의뢰 받아 DNA 검사에 들어갔다. 7월 28일 1차 DNA검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본적인 DNA검사에 사용하는 STR(short tandem repeat) 마커 결과에서 두 갓난아이는 발견자인 집주인이 두 아이들의 아버지로 추정되었고, 서로 DNA 검사결과가 달라 일란성 쌍생아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DNA 검사에서 두 갓난아이가 집주인과 같은 부계인지와 같은 모계로부터 태어났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동일부계 DNA 검사법인 Y_STR 마커를 시험한 바 사용된 17개 마커 모두가 두 갓난아이와 집주인인 프랑스인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결과로 집주인인 장-루이 쿠르조 씨는 분명한 두 갓난아이의 아버지로 밝혀졌다. 다음에 동일모계 DNA 검사법인 미토콘드리아 DNA(mt DNA)를 시험했다. 역시 이 결과에서 두 갓난아이는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같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형제 또는 이란성 쌍생아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은 아이들의 어머니가 과연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쿠르조 씨의 부인의 검체는 경찰에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쿠르조 씨의 주변인물을 검사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필리핀인 가정부가 조사선상에 올라 DAN검체로 타액을 제공했다. 그러나 DAN 결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으로 판정되었다.



이제 검사해 볼 수 있는 것은 크르조 씨 집에 있는 생활용품에서 결과를 얻어내 어머니를 추적해보는 것이었다. 방배경찰서는 7월 30일 칫솔, 빗, 귀이개 등 일상생활용품을 수거해와 DNA 검사를 의뢰했다.



일상 생활용품들에서 얻어진 DNA는 총 6개로 이 중 3개는 남자, 3개는 여자의 것이었다. 먼저 3개의 남자 DNA 중 2개(칫솔-1, 빗1)는 같은 사람의 것이었고 쿠루조 씨의 결과와 일치했다. DNA 검사 결과는 다시 한번 더 쿠루조 씨가 분명한 두 갓난아이의 아버지임이 증명된 것이다.



나머지 칫솔(2)에서 얻은 1명의 남자 DNA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했다. 일단 쿠루조 부부에게 아들이 2명이 있는 점에 착안하여 부자 간이 성립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STR마커에서 두 갓난아이와는 서로 달랐다. 그러나 쿠루조 씨로부터 유전된 것은 확실했다.



다시 Y_STR마커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갓난아이와 쿠루조 씨가 그 결과가 일치하여 또 다른 쿠루조 씨 아들로 판단했고 마지막으로 두 갓난아이와 형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tDNA 분석을 했다. 그랬더니 역시 두 갓난아이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분명하게 칫솔(2)에서 얻은 DNA가 장-루이 씨의 또 다른 아들 것이고 두 갓난아이와 어머니가 같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제 남은 3개의 여성 DNA가 DNA 검사의 관건이다. 이 중에 과연 이 세 명의 아이들의 어머니 DNA가 있을 것인지? 일단 2개는 DNA 결과가 서로 같았기에 2명의 여자로 좁혀졌다. 그 중 칫솔(3)에서 얻어진 DNA 결과는 이들 아이들과 전혀 유전학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일단 아이들 어머니로부터 배제하고 남은 2개의 같은 여자 DNA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STR결과에서 유전학적 관계가 3명의 아이들 결과와 인정됨은 물론 쿠루조 씨를 아버지로 이 여성 DNA를 어머니로 한 부모자식 간 유전학적 관계가 정확히 성립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엄마 DNA를 일상생활용품에서 찾게 되었으니 이 사건은 다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결과는 바로 8월 7일 방배경찰서로 통보되었다. 이같이 나온 국과수의 DNA검사 결과는 당시 언론이 추적하던 상식과 추측을 모두 뒤집었다. 두 갓난아기의 어머니가 제3의 여인이다, 한국인 여인이다, 아니다 외국인이다 등.



그렇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종결하기에는 한 가지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생활용품에서 얻은 아이들 어머니 DNA가 누구의 것이냐를 밝히는 것이다. 쿠루조 씨의 부인이 프랑스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검체요구가 불가능했다. 이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확한 아이들 어머니를 지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방배경찰서 수사팀과 의논하는 도중 쿠루조 씨 부인이 국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시 병원에 연락해 당시의 조직이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했다. 확인결과 수술한 병원에 파라핀을 침투시켜 만든 블록으로 처리된 슬라이드가 있었다. 바로 이 조직편에서 DNA 결과만 얻으면 이 사건의 핵심인 냉동된 갓난아이들의 어머니를 밝힐 수 있다. 슬라이드에 밀착된 조직을 조심스럽게 처리하였는데 다행히 검사를 할 수 있는 DNA가 회수되었다.



이 DNA로 검사를 한 결과, 먼저 여자 조직임을 확인했고 11개의 STR마커를 확인할 수 있어 생활용품에서 얻은 결과와 비교하였더니 정확하게 일치했다. 즉 지금까지 추정된 아이들 어머니의 DNA가 바로 쿠르조 씨 부인 베로니크 쿠루조 씨의 것이라는 것을.



이제 모든 결과를 다 얻었다. 냉동고에 유기되어 있던 두 명의 갓난아이들은 쿠르조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8월 17일 방배경찰서에 통보했고 프랑스 DNA 검사기관도 이를 재차 검증하고 인정했다. 이제 앞으로 프랑스에서의 수사결과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난 DNA 검사법으로도 불행히 언제 죽었는지, 형제인지 또는 이란성 쌍생아인지를 분명히 밝힐 수 없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서래마을 사건의 DNA 검사는 엽기적인 내용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고 한국과 프랑스 간의 외교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도 있었다. 그러나 DNA 수사의 정확성이 밝혀준 사례로 “수사는 과학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입증한 사건이다.


한면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 과장): 중앙대학교, 대학원(박사)을 졸업했다. 1985년 국과수에 첫발을 내디딘 한 과장은 1992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자감식업무를 맡아 최근 서래마을 프랑스 영아사건을 비롯해 각종 강력사건의 유전자 감식 15만여 건을 지휘 총괄했다. 미연방수사국(FBI) 방문연구원으로 외국의 과학수사 현장을 익혔다. 경찰대, 경북대, 중앙대 등에서 외래교수로도 강의하고 있다. 앞으로 DNA 관련 국내 사건에 대해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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