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에세이]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195
매년 이 무렵이 되면 주부들은 한가하게 만추(晩秋)를 즐길 여유가 없다. 김장이라는 연례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김장 규모도 작아지고 절임배추를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TV를 보면 각종 단체에서 대규모로 김장행사를 열기도 한다.
물론 백김치도 있지만 김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바로 고춧가루다. 허여멀건 배추김치를 보면 왠지 먹음직스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고춧가루를 넉넉히 쓴 김치에 입맛을 다시는 건 고추 특유의 매운맛 때문일까.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월 14일자 논문에 따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에 따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붉은 계열의 음식에 더 끌린다고 한다. 실험결과 사람들은 음식의 색에 따라 관심의 정도가 다르고 함유하는 영양분도 다르게 추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파프리카가 가장 먹음직스러울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왼쪽 빨간색 파프리카에 더 입맛을 다시는 반면 오른쪽 녹색 파프리카는 영양분이 덜 들어있다고 느낀다. ⓒ Luc Viatour/www.Lucnix.be
영장류 3색형 색각 진화의 동기
이탈리아 국제대학교(SISSA) 연구자들은 음식 사진 253종과 사람이 만든 도구 사진 419종, 음식이 아닌 천연물 107종 이렇게 세 가지 범주에 대해 사진을 봤을 때 각성 정도와 함유된 칼로리를 추정하는 과제를 피험자 68명에게 제시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음식의 경우 빨간색이 선명할수록 각성도가 높아졌다. 반면 녹색이 선명할수록 각성도가 낮아졌고 칼로리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성도는 그 대상을 원한다는 지표다. 한편 도구 사진과 음식이 아닌 천연물 사진을 봤을 때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각국의 음식을 떠올려보면 녹색이나 파란색보다 붉은색이나 노란색 계열이 훨씬 더 많다.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사용한 음식이 많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강황 등 향신료가 풍부한 인도의 카레나 토마토가 듬뿍 들어있는 이탈리아 파스타가 그렇다. 꼭 매운맛이 아니라도 붉은색은 입맛을 돌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3색형 색각을 진화시킨 영장류의 본능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대부분의 포유류가 2색형 색각, 즉 망막에 색을 구분하는 원뿔세포가 두 가지 있는 반면 구세대(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영장류는 3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즉 기존 파란색과 녹색에 민감한 빛수용체(포톱신)에 빨간색에 민감한 빛수용체가 더해지면서 다채로운 총천연색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진화를 이끈 원동력은 영장류의 주된 먹이가 열매와 잎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매는 익으면서 색이 녹색에서 붉은색 계열로 바뀌는데, 3색형 색각이 되면 이를 잘 식별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하다. 실제로 사람의 눈은 녹색과 빨간색을 가장 잘 구분할 수 있다. 주의가 필요한 신호등이 녹색과 빨간색인 이유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육식을 하고 요리까지 발명해 이제 음식의 색이 더 이상 영양정보를 의미하지 않게 됐음에도 영장류의 본능이 여전히 남아있어 음식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필자 집에서도 마침 오늘 김장을 하는데, 저녁에 시뻘건 배춧잎에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싸서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맛이 다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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