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6,2019

새로 밝혀진 스톤헨지의 비밀 (하)

과학으로 파헤친 음모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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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속 과학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톤헨지의 건설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 건설 장비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 스톤헨지 같은 구조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부속 작업이 수행됐을 것이다. 한 고고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스톤헨지 전체 공정에 약 150만 명의 인력이 필요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스톤헨지 부근에서는 잡석 등의 건설 잔해는 물론 가축이나 운송도구 같은 인위적인 장비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고대 건설 부지들은 버려진 자재들로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비해 스톤헨지의 주변은 너무나 깨끗하다.

이 때문에 아마 아서왕의 마법사 멀린이 부양술이라는 마법을 이용해 스톤헨지를 지었다는 전설이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스톤헨지가 지니고 있는 정교한 천문학적인 요소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건축물과도 일치하는 점이 많다. 수학적으로 볼 때도 이집트에서처럼 스톤헨지의 구조물에서 3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숫자들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또 태양과 달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스톤헨지의 직사각형 모서리를 대각선으로 그으면 이집트의 쿠푸왕 피라미드에 똑바로 이어지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집트인들이 바다 건너 영국으로 와서 스톤헨지를 건설했을 거라는 설이 나돈 적도 있다.

스톤헨지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동원된 또 하나의 음모설은 ‘레이라인(ley lines)’이다. 영국의 아마추어 고고학 연구가인 알프레드 왓킨스는 1922년 출판한 ‘영국의 고대유적’이란 책에서 다수의 고대 사적군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실에 근거해 신비한 에너지의 원천이 일정하게 정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레이라인이란 환상 형태의 거석들이나 돌기둥, 석총, 교회 같은 고대의 유적이나 성지가 일정한 법칙으로 정렬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적으로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지만, 뉴에이지 신비주의자들은 레이라인이라는 신비한 에너지가 자기장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스톤헨지 역시 레이라인에 의해 만들어진 신비한 에너지의 소용돌이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음모설이 등장한 바 있다.

병자들의 순례지

스톤헨지가 어떤 용도로 건설됐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열 명의 고고학자들이 모이면 열한 개의 이론이 제기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2008년 영국 본머스대학 고고학 연구팀은 스톤헨지가 치유의 기적을 바라는 병자들이 모여들던 순례지였을 거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이 이런 결론을 내린 근거는 스톤헨지 부근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은 불구자와 부상자들의 매장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치아 분석 결과, 그들 중 절반 가량이 외지인으로 드러났는데, 그것이 바로 먼 곳으로부터 치유의 기적을 바라고 몰려든 증거라는 것. 놀라운 사실은 그들 중 바다 건너 유럽 본토에서 건너온 유골들도 많았는데, 심지어 스톤헨지로부터 약 5㎞ 떨어진 에임스버리에서 발견된 유골은 기원전 2천300년경 스위스 알프스 지역 출신임이 밝혀졌다.

그럼 스톤헨지의 어떤 요소가 먼 알프스 지방에서도 목숨을 내걸고 올 만큼 기적의 치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스톤헨지의 건축 재료 중 하나인 ‘청석’이다.

푸른 돌로 불리는 청석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신비한 치유력을 지닌 돌로 여겨져왔다. 스톤헨지에 사용된 청석의 산지인 프레슬리 산은 예로부터 신성한 장소로 알려져 왔는데, 이곳의 청석에 특별함이 있었기에 고대인들은 321㎞나 떨어진 곳으로부터 힘들게 운반해 와서 스톤헨지를 건설한 것으로 추정한다.

2009년 영국 허더스필드 대학의 음향학 전문가인 루퍼트 틸 박사는 스톤헨지가 선사시대의 대규모 콘서트장이었을 거라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 틸 박사는 부분적으로 무너진 스톤헨지의 유적을 완벽하게 재생한 컴퓨터 3D 모델을 이용해 음향 분석 소프트웨어로 조사한 결과, 스톤헨지의 돌들이 음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 반복되는 몇 개의 리듬을 완벽하게 재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스톤헨지의 전체 공간이 공명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 매우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틸 박사는 스톤헨지의 음향기능이 장례식이나 종교적 의식 등에 사용됐던 음악들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선사시대의 대규모 콘서트장


한편, 스톤헨지가 선사시대의 성적(性的) 상징물로 건설됐다는 매우 특별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2003년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앤소니 퍼크스 교수는 스톤헨지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여성의 성기 모양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환상열석 가운데의 말발굽 형태로 된 빈 공간은 생명이 나오는 산도(産道)를 표현한 것으로서, 스톤헨지가 생명을 창조하는 ‘대지의 어머니를 숭배하는 상징물’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산부인과 의사인 퍼크스 교수는 스톤헨지 중앙의 거대한 돌기둥이 매끄러운 것과 거친 것으로 짝을 이뤄 서 있는 것은 여자와 남자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스톤헨지의 구조물이 하지 때 떠오르는 태양과 일직선으로 배열된 것도 아버지인 태양과 어머니인 대지의 합일을 상징하는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학설 가운데 가장 타당하며 근거 있는 것은 영국 셰필드대의 마이크 파커 피어슨 교수가 주장한 ‘죽은 자의 영혼을 모시던 곳’이라는 의견이다. 피어슨 교수는 스톤헨지가 고대인들이 만든 훨씬 큰 종합시설의 일부분일 거라는 추정 하에 주변의 유적들을 조사했다.

그는 우선 스톤헨지 부근의 가장 큰 유적인 ‘커서스’를 주목했다. 스톤헨지를 둘러싼 전체 길이 3㎞ 정도의 2개의 평행한 도랑인 커서스(Cursus)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 스톤헨지보다 500년 먼저 만들어졌음이 드러났다.

피어슨 교수는 커서스가 일종의 경계 표지로서, 스톤헨지를 포함한 커서스 이남 지역은 죽은 자들의 땅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 산 자들의 땅은 어디였을까? 그는 스톤헨지에서 2.4㎞ 떨어져 있는 우드헨지를 그 후보지로 꼽았다.

1967년에 발굴된 우드헨지는 그 크기가 스톤헨지의 20배이며, 깊이 5.5m, 폭 9.1m의 도랑과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지금은 거대한 원형 목조 구조물을 떠받쳤던 기둥구멍만 남아 있다. 그러나 우드헨지의 안쪽에서는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피어슨 교수는 시선을 우드헨지의 외곽으로 돌려 발굴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1천여 채의 가옥 흔적이 남아 있는 거대한 마을 터가 발견됐다. 이곳에는 4천500년 전의 동물 뼈와 음식 흔적, 도기 파편 등 온갖 종류의 유물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상생활의 흔적인 농사 기구나 동물가죽 가공도구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이 가옥들은 일상적 생활 가옥이 아닌, 방문자들이 잠시 묵었던 가옥들이었다.

산 자들의 땅, 우드헨지

우드헨지의 위치는 아주 묘하다. 하지 때 스톤헨지에서 뜬 태양은 우드헨지로 지며, 동지 때는 우드헨지에서 뜬 태양이 스톤헨지로 진다. 따라서 연구팀은 고대인들이 하지와 동지 때 이곳 우드헨지 마을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며,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배에다 싣고 강을 따라 스톤헨지로 옮기는 장례 의식을 거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멸을 의미하는 돌(스톤), 즉 스톤헨지는 죽은 자의 영혼을 숭배하는 장소이며, 나무(우드)로 만든 우드헨지는 산 자들의 삶의 장소였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스톤헨지에서 발굴된 유골은 240구에 불과하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은 5세기에 걸쳐 이곳에 묻힌 것으로 드러났다. 즉, 평균 2년에 한 명꼴로 묻힌 셈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스톤헨지에 묻힌 자들은 지배층에 한정되며, 일반인들은 우드헨지 부근에서 화장을 한 뒤 장례 의식만 스톤헨지에서 치룬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정부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전에 세계문화유산인 스톤헨지의 주변을 정돈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거석군 바로 옆에 있는 방문객센터를 폐쇄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현대식 시설로 새로 세울 예정이다. 또 너무 가까이 있는 주도로를 없애는 대신 거기에 목초지를 조성하며, 관광객들의 접근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 정비 공사 중 스톤헨지의 새로운 비밀이 또 하나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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