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

전승민의 미래로봇(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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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거대한 흐름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사람들은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에서 그 뿌리를 찾고 있다. 산업 강국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독일은 다른 제조국가들의 장점인 저렴한 인건비나 신속한 생산체제 등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을 찾기 시작했다. 독일은 이 비결을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에서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인더스트리 4.0이란 전략이 탄생했다. 이 개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의 토대가 됐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은 미래의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변화를 뜻한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존재 중 하나로 ‘협동 로봇’이라는 사실을 거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주변환경 인식, 뛰어난 손재주 자랑하며 인간과 협업

3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서면 생겨났던 ‘공장 자동화’ 개념은 과거부터 있었다. 이 시기에도 기초적인 로봇기술이 필요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며 정해놓은 시간에, 정해진 위치에, 정확한 크기의 물건이 도착하면, 사전에 계획해 놓은 작업을 반복하며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만약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지 않아, 조립할 물건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로봇팔은 허공에 대고 부품을 가져다 끼우려 하거나, 엉뚱한 위치에 용접을 하기도 할 것이다. 휙휙 휘둘러대는 로봇팔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사람의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해야 했다.

그러므로 자동화, 대량생산 방식을 채택하려면 제품의 개발만큼이나 공장 시스템 설계에도 공을 들여야 했다.

이와 달리 협동 로봇은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협동’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 로봇의 형태는 로봇 팔 하나만 붙어 있는 산업용 로봇 형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신뿐인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로봇 하체에 바퀴를 달아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면 ‘이동형 협동 로봇, 작업용 테이블 등에 얹어놓고 고정해 두면 ‘고정형 협동 로봇’ 이라고 부른다.

사람처럼 두 손을 써서 일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 화상 센서(카메라)는 물론 초음파 센서, 힘 센서 등을 고루 장착하고 있다. 고성능의 협동 로봇은 사람과 어깨가 부딪히면 자신의 어깨를 움츠려 사람이 받을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협동로봇을 이용한 공장 환경을 묘사한 사진.  ⓒ두산로보틱스

협동 로봇을 이용한 공장 환경을 묘사한 사진. ⓒ두산로보틱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주목받는 것은 공장의 ‘지능화’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이뤄지면서 대규모 생산라인을 설계하는 건 기업에게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사람이 모든 작업을 손으로 처리하면 인건비가 반영돼 제품 단가가 상승하고, 불량률 등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웠다.

이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협동 로봇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정밀한 집게, 혹은 사람의 손과 비슷한 손가락 구조를 갖고 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로봇이 대부분이지만, 정밀한 손가락 동작이 가능한 ‘덱스트러스(손재주)’ 형태의 로봇 손을 사용해 사람처럼 작은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작은 부품을 사람처럼 조립할 수 있고, 영상 해석 기술을 이용해 여러 개의 부품 중 원하는 것만 골라내 분류할 수도 있다.

물론 협동 로봇이 아직까지 정밀 작업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이 손가락으로 해야 하는 일을 보조할 수 있고, 일정 수준에선 로봇에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구조의 틀을 깨는 큰 혁신이라는 평가가 많다.

“협동 로봇이 미래”…세계적 로봇기업들 앞다퉈 생산

협동 로봇의 등장은 각종 센서 및 로봇 기술의 혁신,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체들도 발 빠르게 산업용 협동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협동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분야 대표기업인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이 UR3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을 개척한 것이 계기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협동로봇 UR시리즈의 모습.  ⓒ유니버셜로봇

대표적인 협동 로봇 UR시리즈의 모습. ⓒ유니버셜로봇

관련 시장이 전망이 클 것으로 본 기업체들도 잇따라 협동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BB, 쿠카, 화낙, 야스카와 등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등 국내 기업들도 욕심을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두산로보틱스가 꼽힌다. 이 회사는 협동 로봇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2015년 설립, 현재 연 2만 대 규모의 협동 로봇 M시리즈 4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레인보우’도 주목할 만하다. KAIST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 기술을 바탕으로 신형 협동 로봇 RB 시리즈를 개발하고 실용화에 나서고 있다. 레인보우는 로봇 휴보 개발진이 KAIST 실험실 내 벤처로 창업한 기업이어서 기술력 만큼은 국내 정상급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로봇기업 ‘레인보우’가 개발한 협동로봇 RB 시리즈의 모습.  ⓒ레인보우로보틱스

국내 로봇기업 ‘레인보우’가 개발한 협동 로봇 RB 시리즈의 모습. ⓒ레인보우로보틱스

정부 역시 협동 로봇 실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협동 로봇이 국내 산업현장에 안착되도록 관련 규제도 다듬을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산업용 이동식 협동 로봇을 별도의 추가 인증 없이 사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협동 로봇의 성능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법이 발전하면서 협동 로봇의 성능도 점점 더 발전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 정해진 환경에서, 미리 계산된 방식대로 대규모 작업을 반복하는 과거의 공장 자동화 로봇에 비하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과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고성능 협동 로봇의 존재는 산업기반 전체를 바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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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19.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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