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비(非)입자도 있어야 한다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6)

하워드 조지아이(Howard Georgi). ⓒ 김제완

하워드 조지아이(Howard Georgi). ⓒ 김제완

고대 희랍(그리스)시대부터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그 기본이 입자라고 생각해왔다. 현대 입자물리학에 의하면 이 우주의 물질들은 원자의 모임이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은 다시 ‘쿼크(Quark)’라는 더 작은 입자들을 ‘글루온(Gluon)’이란 힘의 입자가 묶어주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복잡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쿼크와 전자와 그 사촌격인 ‘렙턴(Lepton)’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준모형은 실험을 거쳐 증명되었고 이를 주장한 와인버그-살렘-글라샤우(Weinberg-Salam-Glashow)는 197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그런데 이 표준모형에도 많은 기여를 한 하워드 조지아이(Howard Georgi) 하버드대학 교수가 새로운 형태의 기본 모형을 들고 나왔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소립자를 만들어 내는 양자장(Quantum Field)도 있지만 이와는 다른 성질의 비입자장(Unparticle Field)도 있을 수 있고 과학법칙의 경험인 ‘전제군주의 법칙’에 따르면 있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과학법칙은 모순이 없으면 꼭 존재하여야한다는 전제군주의 발상과 같은 생각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조지아이의 비입자장 이론은 4차원으로 표현되는데 이 비입자장은 질량이 따로 없고 모든 4차원 물리량이 운동량에 비례하여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운동량(속도×질량)과 비례하는 비입자의 모습은 운동량이 변하면 그에 따라 그 모습이 스케일만 커져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단어가 떠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성질은 ‘프렉탈'(Fractal)이라고 하고 많은 자연현상에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해안선의 모습은 프렉탈로 되어 있고, 미술에 조예가 있으신 분이면 곧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20여 년 전 1998년으로 기억된다. 모마(MOMA : Museum of Modern Art)라고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작고한 미국 작가 잭슨 폴락 (Jackson Pollock 1912~1956)기념 전시회가 있었다. 여러 미술관에 흩어져있던 그의 많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만사를 제쳐놓고 구경한 적이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 알려진 ‘라벤다 안개'(Lavender Mist #1 1950)가 확 밀려 눈에 들어왔다. 2미터 21센티×3미터가 되는 큰 화폭이 숨이 막힐 정도로 시야를 덮쳐왔고 잠시 어리둥절한 감정에 사로잡힌 기억이 생생하다. 푸른 깃대(Blue Pole) 등 책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 앞에서 한동안 멍하게 서있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많은 작품 가운데서 나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1949년 昨 #8이었다. 폴락이 뜻했던 바는 모르지만 나는 마치 가을의 나무숲속을 연상하는 감회에 빠져들어 갔다.  가을 리듬(Autumn rhythm)이란 화제의 작품도 있었지만 어두운 색상이 밝고 햇빛이 스며드는 그런 느낌을 주는 #8보다는 덜 가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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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플록의 ‘#8’, 1949.

잘 알려진 것처럼 폴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들(Andy Warhol , Roy Lichtenstein…)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독특한 기법으로 소문나있다. 그는 붓 대신에 마루에 펼쳐놓은 캔버스에 물감통을 들고 다니면서 흘리거나 페인트를 붓에 듬뿍 묻혀서 흘리는 기법을 썼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선들은 붓으로 그린 것과는 달리 끊어짐이 없이 더 유연한 선을 가지기도 한다.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이 일깨워준 과학 원리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카오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작고한 기상학자 로렌츠의 말이 일반 대중에게는 카오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는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면 텍사스에서는 태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이런 ‘혼돈상태’ 즉 카오스를 표현할 때는 ‘플렉탈’이란 개념이 밑바탕에 깔린다. 프렉탈은 아래 나무 그림에서 보듯이 작은 부분을 확대해도 원래 큰 모양과 같은 모양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그림)

나무와 폴록의 작품. ⓒ

나무와 폴록의 작품. ⓒ

놀라운 것은 폴락의 작품이 프렉탈로 표현된 것은 1940년대에서 그가 작고하던 1954년대였다. 그러나 과학에서 프렉탈과 카오스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60년 이후였으니 폴락은 이를 앞지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비입자는 그 존재가 관측되었을까? 우선 지구의 내부에는 비입자들로 꽉 차있다는 학설이 나왔지만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연세대팀을 비롯하여 비입자를 관측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좀 더 두고 기다려 봐야 확증이 나오리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좀 더 다양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비입자의 존재를 열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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