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블랙홀의 실제 모습 볼 수 있나

EHT, 이미지 관측 결과 발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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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형 블랙홀이 적어도 하나씩은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400만 배에 이르는 궁수자리 A*라는 블랙홀이 있다. 여기서 *는 그 천체가 블랙홀로 추정된다는 표시다.

최근 한 연구팀은 우리은하의 중심으로부터 3광년 이내에서 12개의 작은 블랙홀을 더 발견했다. 블랙홀은 물질을 소비할 때만 X선 방사선을 방출하므로, 매우 많은 블랙홀이 감지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12개의 블랙홀을 발견했다는 것은 그 지역에 수만 개의 블랙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천문학자도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하므로 인류가 가진 어떤 망원경으로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학 잡지나 인터넷 천문 사이트 등에서 흔히 접하는 블랙홀의 사진은 모두 이미지를 합성한 일러스트일 뿐이다.

우리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의 질량을 가진 초질량 블랙홀의 개념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 NASA/JPL-Caltech

우리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의 질량을 가진 초질량 블랙홀의 개념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 NASA/JPL-Caltech

블랙홀 관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태양보다 수백만 배 무거운 초질량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더구나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인해 다른 밝은 물질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물질 자체를 보기 어렵다.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을 시도하는 대신 블랙홀의 중력과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를 찾는 방식을 택한다. 우주의 매우 어두운 점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이는 별이나 가스의 궤도를 측정하고, 그 어두운 점에 얼마나 많은 질량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측정한 곳에 거대하고 어두운 천체물리학적 물체가 달리 없다면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그곳에 있다고 본다. 1999년에 우주로 발사된 찬드라 X선 망원경은 이런 방식으로 블랙홀의 간접적인 이미지들을 꽤 촬영했다. 이 망원경은 X선을 볼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우주 망원경인데, 블랙홀에서 형성되는 물질의 마찰과 높은 속도는 자연적으로 X선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하는 초질량 블랙홀

예를 들면 우리은하 중심의 초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가 만들어내는 중력은 태양보다 15배 정도 큰 S2라는 별의 공전 속도를 시속 약 1770만㎞로 끌어올린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S2가 시속 약 2500만㎞ 이상의 속도로 궁수자리 A*를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초속으로 따지면 약 6940㎞의 엄청난 속도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궁수자리 A*가 초질량 블랙홀이라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S2가 그곳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갈 무렵 유럽남방천문대(ESO) 소속의 천문학자들이 강착원반(Accretion disc)으로부터 나오는 짧고 강력한 가스 플레어를 목격한 것.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조금 벗어난 바깥쪽에서 매우 높은 온도의 밝은 테를 지니고 있는 강착원반은 물질이 강력한 중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도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지 않는 블랙홀의 주변 지역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그 플레어들은 45분마다 한 번씩 약 2억 4000㎞에 이르는 블랙홀의 궤도를 공전하고 있었다. 초질량 블랙홀 외에는 그렇게 강력한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게 없다.

블랙홀을 감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충돌음을 듣는 것이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게 되면, 거대한 중력파를 방출하게 된다. 블랙홀의 충돌은 먼 거리에 일어나므로 중력파가 지구에 도착할 때쯤이면 매우 희미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 있는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와 유럽에 있는 비르고(VIRGO)를 통해 이러한 작은 파동도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탐지한 파장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와 비슷하므로 소리로 변환할 수 있다. 즉,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아직 볼 수는 없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지구 크기의 가상망원경으로 실제 모습 관측

그런데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블랙홀의 모습을 우리가 곧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일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 프로젝트 팀은 10일 오후 3시(한국 시간 오후 10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 기자회견의 주 내용은 블랙홀의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 대한 첫 결과 발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EHT가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관측하는 작업을 시작한 건 2017년 4월부터다. 이후 매년 3~4월 중 약 2주의 기간을 정해 하와이에서부터 남극에 걸쳐 있는 전 세계 여러 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국제 공동으로 궁수자리 A*와 처녀자리 A*를  관측해왔다.

이같은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선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00배 더 강력한 망원경이 필요하다. 이처럼 거대한 망원경을 만드는 대신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거대한 렌즈처럼 결합한 지구 크기만한 가상 망원경을 만든 것이 바로 EHT 프로젝트다.

이렇게 연결된 망원경은 약 1만 3000㎞ 떨어진 곳에서 야구공의 꿰맨 바늘땀을 셀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HT의 네트워크는 전 세계 14개 연구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EHT가 그동안의 데이터를 취합해 만들고자 하는 블랙홀의 모습은 어떤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이미지다. 즉, 블랙홀의 그림자인 셈인데, 그 모습은 아마도 블랙홀 주위를 빙빙 도는 매우 밝고 활기찬 물질의 고리로 둘러싸여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그 같은 이미지가 실제로 공개된다면 인류의 과학사에서 놀라운 성취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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