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막는 새로운 방법들

여름철 전력위기, 실제 닥친다면...

블랙아웃이 오면 도시의 모든 기능은  마비된다. ⓒ 한국전력공사 ⓒ ScienceTimes

블랙아웃이 오면 도시의 모든 기능은 마비된다. ⓒ 한국전력공사

# 프로야구 넥센의 목동 구장. 두산과 넥센의 1회 말 경기 중 조명탑 불이 갑자기 꺼졌다.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고, 장내 아나운서의 ‘안심하라는 말’이 계속됐다. 선수들은 영문도 모른 채 경기장에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그대로 서 있었다. 같은 시간 대구의 중소 규모 한 병원에서는 인공 관절 수술이 연기됐다.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는 정전으로 기계 가동을 중지했으며, 강원도의 일부 횟집의 물고기는 산소부족으로 폐사했다. 이날  119 소방서에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의 구조 요청 전화가 빗발쳤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 10분부터 약 6시간 동안 전국적 규모의 순환 정전이 있었던 당시 모습이다. 이 사건은 우리 생활에서 스위치만 누르면 공기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던 전기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 대규모 정전)이 더 이상 외국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이 될 수 있음을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2011년 9월 전국적 정전의 교훈

내셔널지오그래픽(www.ngckorea.com) ‘인류가 멈추는 날. 블랙아웃’ 편은 블랙아웃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가상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도시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다. 물과 식량 등의 공급이 어려워지고, 마침내 약탈과 범죄, 폭동 등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다.

영화 ‘제5침공’을 보면, 외계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이 ‘전력 차단’이다. 영화 속에서는 전력을 상실한 인류가 놀라울 만큼 약해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황폐한 거리, 텅빈 움직이지 않는 지하철 등등.

실제 현실에서 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은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상시나리오처럼 테러 때문일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경우처럼  송전선의 누전이 이유일 수도 있다. 2012년 인도에서 발생한 것처럼 낙후된 발전설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태처럼 자연재해로 발전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돼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력기술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블랙아웃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는 혹한과 혹서로 인해 갑자기 늘어난 전력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해서 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전력수요량이 높은 시기 수요를 줄이고, 예비전력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한여름 전력 피크 시기인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를 앞두고 절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또 전기를 절감 량만큼 지원금을 주는 수요관리시장으로 수요조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마련해 예비 전력을 점검 운영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전력 예비량은 모두 4단계로 운영되고 있다. 예비전력이 3,000MW에서 4,000MW 미만일 경우는 향후 상황악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심단계로 지정한다. 2,000MW에서 3,000MW 미만일 때에는 사전 대비가 필요한 주의 단계로, 예비전력이 1,000MW에서 2,000MW 미만으로써 즉시 조치 필요단계로, 1,000MW미만일 경우에는 심각 단계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예비전력 확보위한 새로운 대안 ‘수소차’

전력수요가 최고점을 찍으며, 전력 예비율이 10% 이내가 될 경우 가동을 멈췄던 석탄과 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도 긴급 투입된다.

현재 정부는 장기적으로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심야 전기를 이용해 전기차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해 놓은 뒤 긴급할 때 예비전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혹서 혹한기면 어김없이 바빠지는 한국전력거래소.이곳에서는 전국의 전력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한국전력공사 ⓒ ScienceTimes

혹서 혹한기면 어김없이 바빠지는 한국전력거래소.이곳에서는 전국의 전력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한국전력공사

수소 차는 운행 중일 때는 전기를 쓰지만 정지 시에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이후 긴급 전원용으로 수소연료전지의 보급을 확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 이상의 복구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동안 수소 차 및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수소스테이션을  발전기를 켤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수소차 전력량은 자동차 10만대 연결할 경우 원자력발전소 1개와 맞먹는다고 한다.

2003년 미국의 블랙아웃의 원인이기도 한 송전선 이상을 막기 위한  보완 노력도 계속 추진 중이다. 한국전력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을 활용해 송변전 계통 정전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IoT 기술을 융합해 실시간 온라인으로 송변전 계통의 설비 고장 징후를 감지해 원격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전은 2019년까지 총 전국 변전소에 차례로 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력용 반도체를 이용해 교류를 직류로 바꿔 송전하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시스템도 블랙아웃을 막는 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해저케이블 송전, 대용량 장거리 송전, 주파수가 상이한 교류 계통 간 연계 등에 쓰이며, 교류송전에 비해 전력손실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oT과 빅데이터 활용, 송변전 계통 설비 고장 탐지도

블랙아웃을 막는 또 하나는 방안은 현재 상당부분 완료된 비상 발전이다. 군사시설, 관공서, 대형 병원, 통신사, 상수도 본부와 기타 주요 시설 등에 별도의 비상용 발전 시설을 설치 잘 운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국내 대규모 정전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대기업과 대형병원 등에서 피해가 적었던 것은 바로 이 비상용 발전 덕분이었다.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남는 전력을 저장한 후 긴급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업들이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기업과 관공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블랙아웃과 관련 또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분산형 전원 시스템 구축이다. 분산형 전원 시스템은 마을 단위 기업 시설 단위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저장장치와 연결해 사용한다.

이 시스템이 확산되면 블랙아웃의 위험이 없고,  블랙아웃 복구과정에서도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발전소를 짓고  전기가 공급되는 동안 들어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을 줄일 수 있다.  송전망 건설 지연과 송전혼잡 및 송전손실 감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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