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가 오히려 놀라운 경험”

[인터뷰]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

“현대 사회에서 과학자는 곧 철학자입니다.”

이상묵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는 따라서 “과학자는 앞으로 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을 벗어나, 인간의 삶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과학자의 시대적 소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 분야에 국한하지 말고, 인문적 사회적 분야로도 다양하게 사고영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며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과학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난 7월 31일(미국 현지시간) ‘사이언스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권영일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권영일 / sciencetimes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교수는 한미한인과학기술자학술대회(7/29~8/1)에 참석차 미국 애틀랜타에 왔다.

장거리 여행에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요즘 장거리 여행이 더 편하다”고 대답했다.  단거리 여행을 할 때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에도 불구하고 IT 기기들을 활용해 대학 강의, 이메일, 전화, SNS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입으로 불어서 사용하는 마우스와 마이크로 컴퓨터도 사용하고 전화도 받는다.

이날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강단에 섰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삶, 사회, 그리고 지각에 대한 개인적 시각’을 주제로 영어강연을 했다. 마비된 팔다리를 대신해 입에 특수제작된 마우스를 물고 강의를 이어 나갔다.

“사고를 당한 후 더 의미있는 삶의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요. 예전엔 논문과 연구업적을 남길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이죠.”

죽는다는 경험을 통해 삶이 보다 쉽고 분명해졌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후, 지난 2003년부터 모교 강단에 섰다. 지질연구자인 그는 전세계의 지진과 화산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를 덮친 불의의 사고도 해외 연구 중 발생했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야외 지질연구를 위해 사막을 달리던 중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했다. 목뼈 중간의 C4 척추가 완전히 손상됐다. 목 아래를 제외한 전신이 마비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사고에 대해 ‘좌절’ 대신 오히려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운이 좋았다”라고도 했다. 그는 “다친 이후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어 본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게 됐다.

“사고 뒤 코마 상태를 경험하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습니다. 그곳에는 편안함, 자연스러움이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죽는다는 경험을 통해 삶이 보다 쉽고 분명해졌다”고 덧붙혔다.

그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나 우울증도 겪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 현장을 다시 가보기도 했다. 이 교수는 “평범한 도로에서 왜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 그저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사고  6개월만에 강단에 복귀한 그는 더욱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엔 대학원 학생이 주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학부 학생들과 자주 소통한다는 것.

이 교수는 장애인들의 재활과 독립을 돕는 사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을 더욱 의미있게 살고싶다는 강한 의지다. 실제 그는 정상인 못지 않게 왕성하게 활동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한 이상묵 교수는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후, 지난 2003년부터 모교 강단에 섰다.  ⓒ 권영일

이상묵 교수가 올해 UKC행사장을 찾은 오영록 한인회장(왼쪽)과 김성진 애틀랜타 총영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한 이상묵 교수는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지난 2003년부터 모교 강단에 섰다. ‘역경이 닥쳐도 도전을 하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 권영일 / sciencetimes

휠체어 벗고 구글 무인 자동차 옮겨 타다

2년전에도 미국 워싱턴DC의 르네상스 앨링턴 캐피탈 뷰 호텔에서 열린 ‘M-Enabling Summit’ 클로징 세션에 초청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회의는 FCC(미국방송통신위원회)와 유엔 ITU(국제전기통신연합)가 공동으로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모바일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마련된 행사로, 전 세계 모바일 전문가, 정책 관련 의사결정자, 석학들이 참가하는 국제컨퍼런스였다.

또한 사고 후 한 몸처럼 여기던 휠체어를 ‘벗고’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구글의 무인자동차로 옮겨 타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믿는 것은 쉽지만 믿는 것보다 알기를 원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이 과학자로서 내가 지향하는 바 입니다. 죽음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삶에 그저 집중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기자가 ‘희망’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저는 희망이란 단어란 쓰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저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 모두 주변과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지요.” 그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구요. 굳이 어려운 삶의 길을 갈 필요는 없지만, 만약 어려운 일을 겪게 된다고 해도 놀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이겨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절벽에서 떨어져도 날개가 돋아서 도와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역경이 닥쳐도 도전을 하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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