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냉장고 문 열렸다

지난 1500년 중 해빙 녹는 속도 가장 빨라

북극해는 매년 가을마다 안정적으로 얼었다. 그런데 이제 그 시절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2일 미국해양대기관리청(NOAA)은 최신 연례 ‘북극 리포트 카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 1500년 동안을 기준으로 할 때 2000년 이후 북극 해빙(海氷)의 녹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NOAA의 북극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레미 매티스(Jeremy Mathis)는 기자회견에서 “북극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전환기를 겪고 있으며, 안정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북극의 해빙은 1979년 관측 이후 그 규모가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껍고 오래된 해빙의 비율은 1985년 45%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2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00년 동안을 기준으로 할 때 2000년 이후 북극 해빙(海氷)의 녹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 Public Domain

지난 1500년 동안을 기준으로 할 때 2000년 이후 북극 해빙(海氷)의 녹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 Public Domain

이처럼 북극해의 해빙이 적어진 원인은 기온 상승 때문이다. NOAA 연구진이 올해 11월 북극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극해에서 캐나다 알래스카 북쪽에 위치한 해역인 축치해의 올해 8월 온도가 평균 대비 4도 높게 나타나는 등 해수 온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빙은 햇빛을 반사해 극지방을 차갑게 함으로써 지구 평균기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해빙이 줄어들게 되면 바다 표면이 어두워져서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이게 되어 해빙의 녹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다. 올해 북극의 해수면 온도는 1982년~2010년의 평균보다 7.2℃ 높아졌다.

그린란드의 땅 위를 덮고 있는 거대한 빙상도 2003년 이후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린란드의 빙상은 지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그 두께가 약 3㎞인데, 이것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7.6m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다른 지역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

현재 북극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 남극 역시 이끼류가 지난 5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등 더워지는 편이지만, 북극보다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북극이 남극보다 온난화 속도가 빠른 까닭은 얼음 두께의 차이 때문이다.

북극해의 얼음은 그 두께가 수십 미터에 불과하지만, 남극의 경우 수백 미터에 이르는 훨씬 두꺼운 얼음층을 지니고 있다. 즉, 남극의 높은 육지 면적이 온난화를 그마나 늦추고 있는 셈이다. 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약 60m 높아지게 된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는 속도는 그 이전의 26년간에 비해 8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얼음의 녹는 속도가 갑자기 급증한 것은 제트기류의 불규칙한 이동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몰아친 때이른 한파의 원인도 바로 이 제트기류와 연관이 깊다. 북극이 추워질수록 북극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는 강해져 찬 공기가 아래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북극의 공기가 따뜻해지면 제트기류 역시 약해져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방까지 차가운 북극 공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NOAA의 제레미 매티스 책임연구원은 “북극은 이제 문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나라의 이번 한파도 냉장고 문처럼 열려진 북극 때문에 몰아친 셈이다. 제트기류의 약화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과 미국 동부에 몰아친 한파의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해빙 감소로 북극곰 체중 감소 및 교잡종 등장

한편, 북극해의 해빙 감소는 북극곰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캐나다 허드슨 만에서는 북극곰 같은 흰털에 그리즐리곰과 같은 큰 머리를 지닌 정체불명의 곰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조사 결과 그 곰은 그리즐리곰과 북극곰의 교잡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생물학적으로 그리즐리곰과 북극곰은 교미를 통해 새끼를 낳을 수 있으므로 교잡종의 출현이 전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즐리곰은 육지 포유류이고 북극곰은 해양 포유류이므로 이들이 만나 교배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또한 북극곰의 짝짓기 철은 얼음이 녹는 시기인데, 그때는 그리즐리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직후이므로 두 종의 교미는 일어나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최근 온난화로 인해 결빙 지역이 줄어드는 반면 툰드라 지형은 넓어져 북극곰의 근거지까지 그리즐리곰이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그리즐리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도 빨라지면서 이처럼 교잡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잡종의 등장은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곰의 감소 및 멸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북극해의 해빙이 적어짐에 따라 북극곰의 체중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캐나다 온트리오 산림자원환경부 소속 연구진은 1984년부터 2009년까지 30여 년간 900여 마리의 북극곰 몸무게를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북극곰 수컷은 평균 몸무게가 45㎏, 암컷은 31㎏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북극곰의 체중 감소는 허드슨만의 겨울철 결빙 기간 감소 추세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극곰의 먹이 획득 과정이 얼음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 암컷은 수컷보다 체중 감소 정도가 적은 편이지만, 개체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암컷의 경우 몸무게가 250㎏ 정도로 수컷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체중 감소는 개체 생존에 큰 영향을 줄 뿐더러 암컷의 경우 새끼에게 수유를 해야 하므로 종 자체의 생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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