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들어간 ‘커피’를 아시나요?

기능성 물질 함유한 색깔보리 시리즈 ‘흑누리’

19세기 말, 한반도에 처음 전해진 커피를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마신 커피가 ‘보리커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종황제가 즐겼던 보리커피가 최근 동일한 형태로 출시되었다 ⓒ 청맥

고종황제가 즐겼던 보리커피가 최근 동일한 형태로 출시되었다 ⓒ 청맥

보리커피란 커피에 보리를 첨가하여 볶은 다음 이를 추출한 제품을 말한다. 위장장애나 불면증을 가진 환자, 또는 임산부처럼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 커피의 고유의 향과 맛을 제공하면서도 카페인 섭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진한 보리차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원두커피와는 다른 풍미를 선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최근 들어 이 같은 보리커피 제조에 특화된 보리 품종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능성 물질을 함유한 색깔보리 시리즈 중 하나인 흑누리

농촌진흥청은 최근 안토시아닌 함량이 풍부한 건강기능성 보리인 ‘흑누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가공 특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커피나 제빵 등 다양한 가공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누리는 흑색을 띄는 색깔보리 중 하나다. 안토시아닌이나 폴리페놀, 또는 플라보노이드 같은 기능성 물질을 다량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색깔을 띤다. 보급 품종 보리인 새쌀보리보다 기능성 물질은 물론 베타글루칸 및 당 함량도 더 높다.

흑누리의 기능성 성분 ⓒ 농촌진흥청

흑누리의 기능성 성분 ⓒ 농촌진흥청

현재 영양소별 색깔보리를 연구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흑누리 외에도 자색보리 품종인 자수정찰, 보석찰, 보안찰과 청색보리 품종인 강호청, 그리고 흑색보리 품종인 흑나래 및 흑광 등 다양한 색깔보리들을 시리즈로 개발하고 있다.

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색깔보리 제품은 작년에 이미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국내에서 약 1000톤가량 유통됐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확대되어 전체 유통물량이 약 1500톤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국산 보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에 미국 수출에 성공했고, 올해는 예상 수출 물량이 40톤 까지 확대될 예정이라는 것이 농촌진흥청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보리를 색깔 보리 품종으로 개량하는 이유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식품의 영양성분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건강기능성분을 함유한 색깔 보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전하며 “보리를 사용한 가공식품의 활용도를 높이고 보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색깔 보리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공 능력 뛰어나 커피 및 제빵 등에 활용

커피 소비량이 많은 유럽의 경우 대부분이 에스프레소 제조에 사용되지만, 의외로 카페인이 적은 보리 커피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리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일반커피의 절반 수준으로서, 임산부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보리커피에는 일반 보리가 사용되고 있는데,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이를 흑누리로 대체하여 추출 시간 및 풍미를 파악해 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흑누리를 섞은 커피가 커피 내림시간이 가장 짧고, 맛과 색감 등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흑누리에 대한 기술 실시권을 전수받은 A업체가 재배를 통해 국산 보리커피를 제조·판매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보리커피를 마시는 소비층이 확대되어 현재의 원두커피 시장을 10% 정도만 대체해도 약 250억 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흑누리는 커피 외에 제빵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보급 품종 보리가 들어간 빵에 비해 부피가 크고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서 식감이 부드러운 것으로 드러났고, 이 외에도 빵 만들기에 적합한 가공 특성 및 기호도를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흑누리가 들어간 제빵 제품들 ⓒ 농촌진흥청

흑누리가 들어간 제빵 제품들 ⓒ 농촌진흥청

흑누리를 이용한 보리빵은 지난해 4월부터 B제과의 매장에서 ‘흑보리앙금빵’ 및 ‘찰떡브레드’ 등의 시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장흥 및 고창 지역에서 계약 재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흑보리 개발 실무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작물기초기반과의 이미자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색깔보리라는 개념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롭다. 해당 보리들이 원래 자연적으로 존재했던 품종인지, 아니면 인공적으로 개량한 품종인지가 궁금하다.

색깔보리는 농촌진흥청이 처음 육종을 시도한 개량 품종이다. 처음 시도한 것이 지난 2006년에 개발된 자색보리로서,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다른 작물과 인공적으로 교배하여 개발했다. 이후 청색보리와 흑색보리들이 잇달아 개발되었다.

– 보리커피 제조업체가 최근 통상 실시를 통해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1년에 개발된 흑색보리가 어째서 최근에 와서야 상용화됐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알려달라.

품종 등록 문제 때문이다. 인공 교배를 통해 탄생한 곡물들은 전자제품처럼 개발되자마자 바로 시판할 수 없다. 현장 적응성이나 증식 상태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된 이후라도 품종 등록까지는 대략 6~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보리커피의 소비자 반응은 어떤지가 궁금하다.

제조업체는 흑누리의 계약재배 이전부터 보리커피를 생산해 왔었다. 당시에는 일반 보리를 볶아서 사용을 했었는데, 흑누리로 바꾼 이후부터 예전 제품보다 훨씬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소비자들 반응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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