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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밤하늘에 견우성이 두 개인 이유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61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진 견우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일 년에 딱 한 번 만난다는 칠월칠석. 그 칠석 이야기의 주인공인 견우성이 밤하늘에 두 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으로 견우성을 검색해보면 전혀 다른 두 개의 별이 나온다. 하나는 독수리자리의 견우성이고 다른 하나는 염소자리의 견우성이다.

왜 견우성이 두 개가 되었을까? 그 중 진짜 견우성은 어떤 별일까? 오늘은 밤하늘에 견우성이 두 개인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독수리자리 견우성과 염소자리 견우성.  ⓒ 천문우주기획/권오철

독수리자리 견우성과 염소자리 견우성. ⓒ 천문우주기획/권오철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견우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1등성 알타이르(Altair)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일부 젊은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견우성이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아니라 그보다 남쪽에 있는 염소자리의 별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근거가 된 것이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우리나라의 고천문도였다.

천상열차분야지도. ⓒ 천문우주기획

천상열차분야지도. ⓒ 천문우주기획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395년, 조선 태조 4년에 만들어진 석각 천문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지도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고대 동양의 별자리들이 한자로 표시되어 있는데 그중에 견우성과 직녀성이 있다. 직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문고자리의 그 직녀이다. 하지만 견우는 그 전까지 알려져 있던 견우가 아니라 그보다 남쪽에 있는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Dabih)이다. 직녀가 1등성인데 비해 지도 속의 견우는 3등성(직녀 밝기의 약 1/6)이다.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에는 하고(河鼓)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 별지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 1990년대 후반이었다. 그 무렵부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연구한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알려진 견우는 잘못된 것이고 염소자리의 다비흐가 진짜 견우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그 중 일부는 기존에 알려진 견우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였다.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장 밝게 빛나는 별

하지만 한여름 밤 시골에서 한번이라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밝게 빛나는 두 별을 본 사람이라면 설화 속 견우직녀가 어떤 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오는 견우성은 결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직녀성과 버금갈 정도의 밝은 별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거의 알아볼 수도 없는, 특별히 주목하지도 않을 그런 별을 보고 과연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일반 백성들이 말하는 설화 속의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이다. 견우직녀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2~3천 년 전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널리 전파되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견우와 직녀.  ⓒ 천문우주기획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견우와 직녀. ⓒ 천문우주기획

밤하늘에 견우가 두 개가 된 사연

그렇다면 3등성밖에 안 되는 흐린 별에 왜 견우란 이름이 붙었을까? 삼국시대 전에는 별을 보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군(天君)이 있었다. 천군은 종교 지도자로서 왕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지위를 보장받았다. 천문을 관측하고 천문도를 그리는 것은 천군만의 특권이었다. 당시는 엄연한 신분제 사회였다. 천군의 입장에서는 평민인 견우가 공주와 같이 밝은 별을 차지한다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견우성 남쪽에 있는 희미한 3등성에 견우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 왕권이 강화되면서 천군은 사라졌고, 천문학은 학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고대부터 이어져 온 별이름은 그대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전해졌다. 물론 일반 백성들은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한자로 된 별 이름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일반 백성들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고 견우와 직녀를 이야기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곳에 새겨진 이름 하나 때문에 수천 년 이어져온 일반 백성들의 견우직녀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일본인들이 만든 견우라고 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밤하늘에는 두 개의 견우가 있다. 학자들이 말하는 견우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이고, 일반 백성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던 설화 속의 견우는 독수리자리의 알파별 알타이르이다. 서양에서도 하나의 이름이 여러 별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설화와 전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보다는 그런 이름이 붙여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하늘에 견우가 두 개라고 문제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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