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8

반음양 인간 ‘사방지’의 비밀 밝혀질까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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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8년인 1462년 4월, 괴이한 일이 임금에게 보고되었다. 김구석의 처인 이씨 부인이 여종인 사방지와 기이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조가 승정원에 명을 내려 사방지라는 여종을 잡아들여 살펴보니 행적이 참으로 괴이했다. 머리 모양과 옷차림새 등 겉모습은 여자임이 틀림없는데, 옷을 벗겨보니 남자의 음경과 음낭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요도구가 귀두 아래에 붙어 있는 것이 조금 다를 정도였다.


전후 사정을 소상히 파악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사방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 의해 여자 아이의 옷을 입고 연지와 분을 바르고 바느질을 배우는 등 여자 아이로 길러졌다. 그 후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되려다가 중비와 지원 등의 여승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


잠자리를 같이 하던 중비가 아이를 밸 것을 염려하자 사방지는 태연한 표정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남의 부인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었지만 잉태시킨 적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즉, 턱수염도 하나 없는 사방지는 겉모습이 완전 여자인 탓에 의심 없이 여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처지였던 셈이다.


이런 그의 행실은 중비의 이웃이었던 이씨 부인과도 인연이 맺어졌다. 일찍이 과부가 된 이씨 부인은 사방지를 여종으로 들여놓고 식사와 잠자리를 10년씩이나 함께 해왔던 것이다.


사방지의 간통 사실이 알려지자 조정은 발칵 뒤집어져 세조에게 국문을 하도록 수차례나 청했다. 하지만 세조는 끝끝내 사방지를 벌하지 않고, 이씨 부인의 아버지인 이순지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다.


세조의 논리는 사방지가 병자라는 이유였다. 즉, 사방지는 한마디로 어지자지였다. 어지자지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한 몸에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로서, 남녀추니 또는 고녀(睾女), 반음양(半陰陽)이라고도 한다. 비록 남자의 형상이 조금 더 많기는 했지만 사방지는 어지자지라는 특수한 인간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조가 사방지를 벌하지 않은 진짜 사정은 따로 있었다. 이씨의 아버지인 이순지는 세종이 아끼던 공신으로서 판원사라는 종2품 벼슬까지 지낸 사람이었다. 또 이씨 부인의 아들인 김유악의 부인은 정인지의 딸이었다.


정인지는 바로 세조의 왕위 찬탈을 도와 영의정이 된 인물이었기에, 세조로서는 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이순지에게 맡겨 집안 일로 처리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두고두고 말썽이 되었다.


이씨 부인은 이순지가 시골로 보낸 사방지를 온천에 간다는 핑계로 찾아다녔다. 또 이순지가 죽은 후에는 사방지를 다시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기도 했다. 이에 결국 세조는 사방지를 신창현의 공노비로 보냄으로써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 후 명종 3년 때인 1548년에는 사방지보다 좀 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함경도 길주에 사는 임성구지라는 사람이 반음양 인간으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임성구지의 경우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신하들이 요물이라며 죽일 것을 간하였으나, 명종은 사방지의 예에 따라 외진 곳으로 유배를 보내버렸다.


어지자지 같은 반음양 인간의 경우 진성반음양과 가성반음양으로 나누어진다. 진성반음양의 경우 난소와 정소를 함께 가지고 있어 임성구지처럼 여자와 남자의 기능이 모두 가능할 수 있다.


가성반음양은 여성이면서 외부 생식기가 남성에 가까운 여성가성반음양과 남성이면서 외부 생식기는 여성에 가까운 남성가성반음양으로 나누어진다. 기록만으로 볼 때 사방지는 여성가성반음양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이런 반음양의 아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 조직을 모두 갖고 있는 그 아이는 놀랍게도 쌍둥이였다. 또 다른 한 아이는 남성이었는데,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어머니쪽 유전자는 같고 아버지쪽 유전자는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일란성 쌍둥이처럼 난자 하나가 정자 하나와 만나 수정되었다가 나중에 둘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난자 하나에 정자 2개가 동시에 들어가 수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그 2개의 정자는 Y염색체를 지닌 남성 정자와 X염색체를 지닌 여성 정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쌍둥이들의 일부 세포는 XY인 남성이고 일부 세포는 XX인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존 상식을 허물은 새로운 쌍둥이 형태의 발견으로 인해 조선시대에 요물로 취급받은 사방지와 임성구지 같은 반음양의 비밀이 밝혀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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