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 컬럼비아대학의 심리학자 윈드롭 켈로그는 아내의 동의 하에 기상천외한 실험을 했다. 태어난 지 10개월이 된 친아들 도널드를 생후 7개월의 암컷 침팬지 구아와 9개월 동안 함께 기른 것. 실험 목적은 어린 시절의 문화적 환경이 침팬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즉, 그는 침팬지를 가정에서 인간 아기와 똑같이 양육하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리라 기대했다. 이렇게 해서 도널드와 구아는 함께 먹고, 놀고, 자고, 옷도 똑같이 입으며 쌍둥이처럼 자랐다. 그 과정에서 도널드보다 3개월이나 어린 구아가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났다. 똥도 먼저 가리고, 말을 더 잘 듣고, 입맞춤으로 켈로그에게 용서를 구할 줄도 알았다.
사실 인간의 아기는 다른 동물의 새끼들에 비해 매우 무기력하고 미숙한 존재로 태어난다. 아기는 돌이 되어도 고작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지만 같은 또래의 침팬지 새끼들은 나무 사이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갓 태어난 들소나 사슴 같은 새끼들의 경우 잠시 비틀거리다 바로 뛰어다닐 정도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인간의 아기는 엄마나 타인의 존재가 없으면 위험이 닥쳐도 속수무책이다. 인간은 출생 직후 엄마의 배주머니에서 8~12개월을 사는 캥거루를 제외하면 포유동물 중 가장 미숙한 상태로 출생한다.
비어 있음의 유용한 가치
“흙으로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 그 가운데가 비어 있음으로써 /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있게 되며 / 문을 내고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 그 방이 텅 비어 있음으로써 / 방으로서의 쓰임이 있게 된다.”
노자의 도덕경 11장이 나오는 구절이다. ‘비어 있음’의 가치를 그릇이나 방에 비유해 강조한 가르침이다. 그런데 아기의 ‘비어 있음(무능력함)’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지위를 차지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새러 하디 박사는 세 살배기 아이와 다 성장한 침팬지, 오랑우탄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부 기억력 테스트에서 침팬지가 인간을 능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이해력 항목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단 하나, 아이가 침팬지와 오랑우탄을 능가한 것은 사회적 지능이었다.
인간 아기의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까닭은 공동육아 덕분이다. 인간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공동육아를 하는 존재다. 침팬지의 경우 어미만 새끼의 양육을 책임지는 데 비해 인간은 엄마 이외에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등이 모두 육아에 참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야 하는 인간 아기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타인의 기분과 욕망을 파악하고 그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다 보니 사회 지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윈드롭 켈로그의 실험에서 아들 도널드가 침팬지보다 더 잘하는 유일한 것은 흉내내기였다.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의 아기는 자궁 바깥에서 흉내내기를 통해 공동육아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장점을 습득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다른 동물 새끼들보다 더 잘 살아남게 된다.
새러 하디 박사에 의하면,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구분되는 협업 능력을 갖게 된 이유도 바로 아기 때문이다. 다른 유인원은 생모만 아기를 돌보므로 아버지나 할머니 등은 아기와의 유대 관계 자체가 없다. 이에 비해 인간은 엄마를 비롯해 아버지, 조부모, 심지어 혈연관계가 없는 이들도 아기를 돌보는 공동육아를 한 덕분에 다른 유인원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협업 능력을 발전시켰다는 주장이다.
신생아가 무능력한 영장류일수록 지능 더 발달해
최근엔 어떤 동물의 새끼보다도 무능력하게 태어나는 아기 때문에 인간이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로체스터대학의 심리학자 셀레스테 키드와 스티븐 피안타도시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이 바로 그것.
우선 이들은 다른 영장류에서 신생아의 무능력과 그들의 지능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신생아가 무능력할수록 지능이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상관관계는 해당 종의 두뇌 크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밖에 지능의 다른 발달 요소를 대입시킨 결과,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육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 따라서 무능력하게 태어난 아기를 돌보기 위해 많은 인지적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간은 점차 높은 지능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키드와 피안타도시는 그저 다양한 요소들과 관계하는 진화와 번식의 역사에서 한 부분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이 유행어 중 하나가 됐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마저 육아의 대부분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독박육아는 사라져가는 공동체 문화 탓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로 인해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만혼․비혼 세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궁금해하는 초보 부모들에게 아기의 무능력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려주는 연구결과가 조그만 위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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