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8

미세아교세포를 알면 뇌 염증이 보여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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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하면 뉴런(신경세포)이 떠오르지만 뇌에는 비슷한 수(각각 약 850억 개)의 교세포(glia cell)가 존재한다.

아교세포는 뉴런에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흡수하는 보조자로 여겨져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교세포가 이런 역할뿐 아니라 뉴런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신호전달 속도와 안정성에도 관여하는 등 신경계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세포는 형태와 기능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 cell)다.

다른 교세포와 생긴 건 비슷한데 크기가 좀 작아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사실 미세아교세포는 다른 교세포와는 태생이 다르다. 즉 신경계의 세포가 아니라 면역계의 세포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 임신 한 달 무렵 뇌가 되는 부분으로 들어간 원시 대식세포가 분화해 미세아교세포가 된다. 즉 미세아교세포는 뇌에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특화된 면역세포다.

미세아교세포 역시 오랫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처리해야 할 대상이 생기면 나타나 식작용(食作用)을 하고 다시 보초를 서는 뇌 속의 면역세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10여 년 전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 가지치기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한 마디로 안 쓰는 시냅스, 즉 뉴런 사이의 연결을 없애는 과정이다.

뇌발달 과정을 보면 뉴런 사이에 시냅스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필요없는 건 가지치기를 통해 정리되고 많이 쓰는 시냅스는 강화되면서 효율적인 뇌회로가 형성된다.

미세아교세포(검은색)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빨간색)를 없애려고 둘러싼 장면이다. 식작용이 너무 급하게 일어나면 플라크 조각이 주변으로 퍼져 씨앗으로 작용해 새로운 플라크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 NEHER LAB/DZNE/HIH

미세아교세포(검은색)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빨간색)를 없애려고 둘러싼 장면이다. 식작용이 너무 급하게 일어나면 플라크 조각이 주변으로 퍼져 씨앗으로 작용해 새로운 플라크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 NEHER LAB/DZNE/HIH

활성 지나치면 역효과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미세아교세포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성질환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0년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 미카엘 헤네카 박사팀은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서 염증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인 Nlpr3를 없앴다.

어느 정도 증상 완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Nlpr3 유전자가 고장 난 생쥐는 나이가 들어도 치매 행동을 보이지 않고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유전자의 산물, 즉 NLPR3 단백질은 미세아교세포가 식작용을 할 때 관여한다. 따라서 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면 치매가 억제된다는 건 미세아교세포의 작용이 바뀐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후속 연구결과 미세아교세포가 뉴런 주위에 침착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과격하게’ 공격하다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플라크 조각이 주변으로 퍼지며 새로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나 없애고 열을 만든 셈이다.

결국 NLPR3 단백질이 없어 미세아교세포의 식작용이 온화해진 게 오히려 병의 진전을 늦춘 것이다.

미세아교세포는 다발성경화증의 염증반응에도 관여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면역세포가 뉴런의 축삭을 둘러싼 수초(myelin sheath)를 공격해 결국 뉴런이 죽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10년 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자들은 다발성경화증 모델 생쥐로 연구한 결과 미세아교세포와 또 다른 교세포인 별아교세포(astrocyte)가 염증반응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이때 미세아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전사인자 AHR가 개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사인자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늘리거나 줄이는 조절 단백질이다. AHR은 어떤 신호분자가 달라붙어야 활성화되는데, 그 실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장내미생물이 내놓는 대사산물(metabolite)인 I3S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작용해 뇌의 염증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I3S는 전사인자 ARH를 활성화해 별아교세포(astrocyte)의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VEGF-B(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TGF-α(아래)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 네이처

장내미생물이 내놓는 대사산물(metabolite)인 I3S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작용해 뇌의 염증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I3S는 전사인자 ARH를 활성화해 별아교세포(astrocyte)의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VEGF-B(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TGF-α(아래)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 네이처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학술지 ‘네이처’ 5월 31일자에는 10년 만에 이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힌 같은 연구진의 논문이 실렸다.

즉 ARH에 I3S라는 분자가 붙어 활성화되면 별아교세포의 염증반응을 자극하는 VEGF-B 유전자의 발현은 억제하고, 별아교세포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TGF-α 유전자의 발현은 촉진했다. 그 결과 병의 증상이 완화됐다.

흥미롭게도 염증반응을 억제해 병의 진전을 늦춘 I3S는 화학자들이 만든 약물이 아니다. 장내미생물이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에서 만든 대사산물의 하나다.

다발성경화증 모델 생쥐에게 트립토판이 부족한 먹이를 주자 병의 진전이 빨라졌다. 장내미생물이 I3S를 거의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트립토판이나 I3S를 보충한 먹이를 줄 경우 증세가 완화됐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식단을 잘 짜고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브로콜리 같은 배추과(科) 채소에는 ARH에 직접 달라붙거나 트립토판처럼 장내미생물의 대사과정을 통해 달라붙는 화합물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단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보면 채소를 늘리고 고기를 줄일 경우 염증을 낮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런 식단이 ARH를 활성화한 결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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