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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과학 대중화의 원동력은?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과학 축제

과학의 달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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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중심지인 애틀랜타, 둘루스 소재 홈크로프트 초등학교 (Homecroft Elementary School)에 재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로 붐볐다. 지역 유지들과 커뮤니티 단체는 물론 인근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생 동아리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는 ‘STEM + 가족 과학 축제(STEM + Families Science Festival)’가 개최된 것.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STEM + 가족 과학 축제’은 10개 실험부스 마련됐으며,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로봇 등을 직접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 행사를 주관한 둘루스 학부모·교사·학생 모임 위원회(Duluth PTSA (Parent Teacher Student )Association Council)의 스테이시 드로쉬(Stacey DeRoche) 회장은 “이른바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를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정말로 흥미 있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행사는 애틀랜타 과학 페스티발(the Atlanta Science Festival, ASF)과 발맞춰 열렸다.  3월 9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일정으로 열린 애틀랜타 과학축제엔 100여 개가 넘는 이벤트가 선보였으며, 5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이들은 조지아텍(Georgia Tech)과 에모리대(Emory University) 캠퍼스 등 행사장은 물론 주변 연구소, 박물관, 기업체, 관련 공공기관 등을 둘러보며, 직접 실험하고 체험하며 즐겼다.

애틀랜타 과학축제에서 과학자들과 관람객들이 과학을 매개로 소통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과학축제는 ‘어떻게 나와 가족과 함께 과학을 즐길 수 있나’가 주제다.  ⓒ 애틀랜타과학축제 홈페이지

애틀랜타 과학축제에서 과학자들과 관람객들이 과학을 매개로 소통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과학축제는 ‘어떻게 나와 가족과 함께 과학을 즐길 수 있나’가 주제다. ⓒ 애틀랜타과학축제 홈페이지

어려운(?) 과학축제가 어떻게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ASF는 다양한 전시·이벤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과학기술 연구현황을 소개하고 대중의 과학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교류의 장을 조성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 일반 과학축전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함께 과학세계를 체험하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제공하는 ‘축제’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애틀랜타 과학축제는 대부분 가족단위 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연령층과 인종도 다양하다. 이 행사 주최측에 따르면 행사 참여자의 50%가 25~44세의 젊은 부부층이다.

ASF는 앞으로 이 축제의 범위를 더 넓히고 심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그 핵심은 학생들이 STEM 분야에 더 쉽게 접근하고, 또 과학을 통한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이벤트에 추가하는 것이다.

‘학생을 마법의 세계로 이끌어라’

사실 이 같은 노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국 학교에선 오래전부터 모든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름하여 ‘과학축제(STEM Fair)’. 미국 대부분의 학교들은 해마다 STEM Fair를 개최한다. 물론  발표 수준이나 내용은 교육기관에 따라 다르다.

우선 초등학교를 살펴보자.

축제에 참가를 결정한 학생은 한 달 전부터 끙끙 거리며 이것저것 찾아보고 뭔가를 만든다. 아빠에게는 본드 사용을 도와 달라 하고, 엄마에게는 자신이 적은 메모를 좀 타이핑해달라고 부탁도 한다. 온 가족이 함께했으니 부모들이 STEM Fair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이 만든 작품은 ‘전기분해를 통해 생성한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 풍선 만들기’. 소박한 주제지만  포스터에 그림도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그래프까지 그렸다. 자기 부스에 관람자들이 오면 취지, 목적, 성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미국 과학 전시회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해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 당국에선 가족들이 하루 동안 STEM fair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해 행사를 준비한다. 일종의 공개수업이자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멍석을 깔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쓴다. 결코 지도감독 역할이 아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학까지 이어진다. 실례로 조지아 텍의 경우 이공계 학생들은 한 학기를 끝내면 심포지엄을 연다. 학점과는 관계가 없지만 졸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팀을 만들어 토론하고, 연구해서 프로젝트를 정한다. 심포지엄 당일에는 학교에서 마련한 장소에 모여 발표 준비를 한다. 행사 진행은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각 연구기관과 기업 관련 인사들도 초청된다는 것. 이들은 전시물을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채택하기도 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최근 이 학교를 졸업한 권성민(28)씨는 “단순한 과학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재 채용 장소로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관광, 축제와 융화된 과학

유럽 각국들은 시민들에게 쉽게 과학을 전파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축제’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유럽인들은 이에 따라 ‘과학’하면 ‘축제’를 떠올린다. 과학은 더 이상 어렵고 낯선 영역이 아닌 것이다. 이들은 축제에서 함께 화석을 발굴하고, 과학 퀴즈를 풀고, 토론을 하고, 파티를 즐긴다.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Science Festival)는 유럽에서 가장 비중 있는 과학 문화 행사이다. 1989년 처음 개최돼 30여 년 동안 유럽 28개국이 참여하며 국제적인 과학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인간의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지식의 경계선과 탐구정신을 주제로 4월 6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에딘버러 과학축제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과학은 곧 생활이자 삶이다. ⓒ 에든버러과학축제 홈페이지

에든버러 과학축제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과학은 곧 생활이자 삶이다. ⓒ 에든버러과학축제 홈페이지

조직위원회인 국제과학축제(International Science Festival, ISF)는 해마다 최신 과학기술에 대한 특별 행사, 공연, 워크숍, 체험,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과학기술 역사와 최신 과학기술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200가지가 넘는 이벤트 종류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족과 성인들을 위한 콘셉트다. 단순히 과학의 업적을 소개하기보다는 가족들이 와서 하루를 과학에 푹 빠지게 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 가운데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든버러 시티아트센터는 평소 예술품이 진열되지만 과학축제 기간에는 감각적인 과학 운동장으로 변모한다. 달탐사와 관련한 강연을 비롯해 가상현실 체험 등 올해 주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들이 과학 가족들을 반긴다.

에든버러는 대부분의 명소들이 일 년 내내 방문객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에는 과학축제의 목적에 걸맞게 랜드마크를 조성한다. 조직위에서 만든 행사 프로그램에 따라 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과학의 관광화’에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 관광객이 많이 와서 돈을 쓰면 쓸수록, 시의 수입원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당국은 시티아트센터를 상당수 가정용 과학 프로그램의 허브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에든버러 옛왕립수의과학교 섬머홀(Summer Hall)은 주로 성인들이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홀로 임대했다. 이에 따라 도시 곳곳이 축제 현장이다. 길거리나 여러 명소들에서 크고 작은 과학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아이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성인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과학을 즐긴다. 과학은 삶의 일부이자 일상생활이다. 예술이나 자연,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과학이 스며든다.

이 같은 과학대중화 물결은 독립기관인 ISF가 주관한다. ISF는 2주간의 축제를 위해 1년 동안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며, 지자체나 과학관련단체는 이 기구를 적극 지원한다.

어떻게 하면  과학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파할 수 있을까. 이는 ISF의 영원한 숙제이자 사명이다.

이들이 과학을 주제로 처음부터 쉽게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노력한 결과 현재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모습을 갖췄다.

과학축제는 오랜 시간 지자체와 과학관련단체,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인 셈이다.

  • 애틀랜타(미국) = 권영일 특파원
  • 저작권자 2019.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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