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용 슈퍼컴 놓고 충돌

세계 최고 중국 슈퍼컴, 자존심 상한 미국

연산처리 속도가 매초 10억 회 이상인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한다. 21세기 들어 슈퍼컴퓨터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자원탐사, 기상예보, 자동차·비행기·선박의 설계, 줄기세포 연구, 경제 분석 등 중요한 분야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인터넷 신문 ‘시티랩’은 3일 보도를 통해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그동안 빈번히 발생했던 스모그(smog) 현상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스모그를 몰아낼 수 있었던 1등 공신으로 ‘슈퍼컴퓨터’를 꼽았다.

그동안 미국 IBM 연구원들은 스모그를 퇴치하기 위해 72시간 전에 공기 오염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이전의 예측 결과보다 30% 더 정확한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대기오염 예측에서 핵 모의실험까지 가능 

IBM에서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그동안 베이징 환경보호국에서 축적한 공기 오염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산업 활동과 교통 혼잡도, 날씨 상황 등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는지 예측해내는 성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IBM은 3일 열린 열병식 이전에 공기오염도와 스모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3일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천안문 앞 광장 하늘은 스모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공에 파란 하늘까지 펼쳐졌다.

슈퍼컴퓨터 성능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양대국 간에 사이버 전쟁을 의식한 기술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 아르곤연구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IBM 블루진/큐' 시스템.

슈퍼컴퓨터 성능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양대국 간에 사이버 전쟁을 의식한 기술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 아르곤연구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IBM 블루진/큐’ 시스템. ⓒWikipedia

중국당국은 이번 열병식을 앞두고 베이징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공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1만 여개 공장 운영을 임시 중단시켰다. 중국 정부는 또 이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향후 공기오염도를 조절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슈퍼컴퓨터가 활용되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헬스 쪽이다. 지난주 의료영상을 저장·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머지헬스케어(Merge Healthcare)’를 7억 달러에 인수한 IBM은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에게 암 진단 훈련을 시키고 있다.

입자물리학, 우주과학, 생물의학 등 기초과학은 물론 스텔스 기술, 탄도학, 핵무기 폭발 모의실험 등 군사 분야에 있어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여부에 따라 그 나라 국력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6월말 ‘톱 500(TOP500)’ 공식 사이트에서 발표한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순위에 따르면 세계서 가장 빠른 슈퍼컴은 중국의 ’텐허2‘였다. ’텐허2‘는 33.86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33.86페타플롭스는 부동소수점 연산을 1초 안에 3경3천860조 회 수행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 슈퍼컴의 성능이 1메가플롭스였으니, 50년 만에 300억 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슈퍼컴퓨터 활용, 새로운 무기개발 경쟁 가열 

슈퍼컴퓨터 종주국인 미국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수년 전서부터 미국 내에서 있어왔다. 지난 2010년 12월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가 슈퍼컴퓨터 관련 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디지털 미래를 위한 설계(Designing a Digital Future)’란 제목의 이 보고서를 의회와 관련 부처에 제출했다. 보고서 내용의 골자는 미국이 IT 인프라와 컴퓨팅 환경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새로운 슈퍼컴퓨터 개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보고서 안에는 또 다른 민감한 문구가 들어 있었다.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중국과의 무기개발 경쟁을 대비하자는 것. 슈퍼컴퓨터가 군사적인 문제로 부상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그러나 사이버 테러, 해킹 수법 등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미래 ‘사이버 전쟁(cyber warfare)’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1996년 핵실험 금지협정이 체결된 이후 슈퍼컴퓨터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슈퍼컴퓨터를 통한 가상 핵실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는 고성능 슈퍼컴퓨터 4대를 운영하면서 부분적으로 핵실험 모델링에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역시 슈퍼컴퓨터를 통해 비슷한 모의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톈허-2’를 개발한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을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자’로 지정해, ‘톈허-2’ 업그레이드 작업에 참여하려던 인텔의 계획을 사실상 무산시킨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29일 오바마 대통령이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함으로써 두 강대국 간의 슈퍼컴퓨터 개발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양국이 기술교류를 차단한 상태에서 자체적인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컴퓨터 개발은 매우 광범위한 인력과 자금이 요구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어느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어떤 유형의 차세대 컴퓨터가 등장할 것인지 벌써부터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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