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물이 있어 맛있는 요리

안종주의 사이언스 푸드 (25)

‘사이언스타임즈’를 자주 볼 정도로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H2O끼리 수소결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H2O 분자는 물이 기체(수증기)일 때의 분자식이고 액체(물)나 고체(얼음)일 때는 H2O 분자가 다수 결합돼 있다고 보면 된다.

식품 중의 물은 물 분자 자체가 수소결합을 하고 있기도 하고 식품 중 당분, 전분, 단백질 등 물과 쉽게 하나가 되려는 친수(親水) 성질의 콜로이드 입자와도 수소결합을 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결합수(bound water)라고 한다. 결합수는 강하게 결합된 물이지만 그렇지 못한 정반대의 물을 자유수(free water)라고 한다.

이 결합수는 결합력이 강해 열을 가해도 물이 쉽게 증발해 빠져나가지 않고 0℃ 이하의 온도에서도 순수한 물과 달리 잘 얼지 않는다.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는 물보다 어는 온도가 더 낮다. 설탕물이나 꿀이 섭씨 0도보다 더 낮은 온도까지 낮아져야만 어느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식품 중 들어있는 수분에 녹아있는 용질(단백질 등)은 용액 중의 수분의 활동 능력을 떨어트린다. 이 물의 활동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이다. 채소와 과일, 육류, 생선 등의 수분활성도는 상당히 높다, 이런 식품은 잘 부패한다.

수분활성도가 높은 식품이 잘 부패한다면 거꾸로 수분활성도가 낮은 식품은 잘 부패하지 않는 걸까. 그렇다. 식품의 수분활성도를 낮추면 부패에 관여하는 세균의 생육이 어려워지고 효소의 활성이 사라져 더 이상 부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식품을 말리는 건조법, 식품을 얼리는 냉동법, 식품에 소금을 잔뜩 뿌리는 염장법 등이 대표적 식품보관법인데 모두 수분활성도를 낮추는 방법들이다.

달콤함의 대명사인 꿀은 당분 성분이 많아 순수물보다 어는점이 훨씬 낮다.  ⓒ 안종주 / ScienceTimes

달콤함의 대명사인 꿀은 당분 성분이 많아 순수물보다 어는점이 훨씬 낮다. ⓒ 안종주 / ScienceTimes

식품 장기보관에 설탕보다 소금이 훨씬 더 능력 발휘

그렇다면 소금과 설탕 가운데 어느 것이 식품을 오랫동안 부패하지 않고 저장할 수 있게끔 할까? 만약 둘이서 맞대결을 한다면 소금의 절대적 승리를 점칠 수 있다. 순수한 물의 수분활성도를 1로 보면 10% 설탕용액은 수분활성도가 0.99인 반면 10% 소금용액은 0.93으로 설탕이 소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맞대결을 할 일은 거의 없다. 고등어에 소금을 쳐 간고등어를 만드는 것 대신 소금과 같은 저장 효과를 보려고 설탕을 50%씩 고등어에 뿌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건포도 등 말린 과일을 오래 보관하려고 여기에다 설탕을 뿌리지 소금을 뿌리지는 않는다. 소금과 설탕은 모두 수분활성도를 잘 낮추는 훌륭한 능력을 보이지만 서로 노는 물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은 요리나 조리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특히 날로(생으로) 먹는 음식을 만들 때 물은 진가를 드러낸다. 예를 들면 재료식품을 씻는 데는 물이 필요하다. 다른 대체제가 없다. 재료 표면에 붙어 있는 이물질이나 농약 등 해로운 성분을 없애주는 것이 물이다. 깻잎 등 야채에 붙어있을지 모를 살충제 성분이나 먼지 등은 흐르는 물에 씻으면 상당 부분 제거된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를 권장하고 있다.

말린 식품, 즉 말린 나물이나 시래기, 곤드레, 말린 버섯 등 각종 식재료 등을 가지고 요리를 할 때 이를 물에 담가 불린 뒤 조리에 사용한다. 식품성분을 우려낼 때도 물은 고마운 벗이 되어준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요즘 맑고 깨끗한 찬물로 우려낸 오미자물이 한낮의 마지막 더위를 날려 줄 것임에 틀림없다.

감칠맛을 내주는 글루타민산조미료, 즉 MSG와 같은 조미료와 소금, 설탕, 식초, 고춧가루 등이 식품 속으로 들어가 음식이 다양한 풍미를 제공하는 것도 물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물은 시원한 냉채나 냉콩국수의 기본 재료이기도 하고 냉면, 라면, 콩나물국, 물김치, 동치미 등 물이 있어야 제 맛을 내는 각종 음식이나 요리에서 주역을 맡고 있다.

이밖에 물이 있음으로 해서 찌개도 있고 조림도 제 맛을 낼 수 있다. 요즘 건강식으로 인기를 끄는 월남쌈이나 칭기즈칸 요리, 즉 샤브샤브 요리도 일정하게 뜨거운 온도를 보장해주는 물이 있어 가능해진 대표적 음식들이다.

끝으로 물은 팥죽이나 호박죽, 전복죽 등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밀가루나 쌀 등 전분식품을 호화한 대표적인 음식이 죽이다. 섭씨 60-65도의 온도에서 전분이 수분을 급격히 흡수하여 점도가 상승하고 투명도가 증가하는 것을 전분(澱粉) 호화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몸이 아픈 환자나 씹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어린이, 노인 등에게 주던 음식이 죽이었으나 요즘은 남녀노소 간편하게 식사대용으로 즐기는 식품이 됐다.

물은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보기 쉬우나 요리와 음식에서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물은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맛을 결정하는데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다.

여름에 새콤한 청량감을 주는 오미자차. 물은 마른 오미자 등 건조과실의 유효성분을 우려내는 역할을 한다. ⓒ 안종주 / ScienceTimes

여름에 새콤한 청량감을 주는 오미자차. 물은 마른 오미자 등 건조과실의 유효성분을 우려내는 역할을 한다. ⓒ 안종주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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