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2018

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

노벨상 오디세이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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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의 일반관람불가 지역인 관람지 부근에는 관람정과 승재정, 존덕정 등의 정자가 세워져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44년(인조 22년)에 건립된 존덕정이다.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진은 이 정자의 교체된 목재에 남아 있는 단청 녹색 안료를 분석한 결과 ‘시아닌 그린’이라는 성분과 ‘탄산칼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채취한 화성 토양 샘플에서 ‘칼슘 과염소산염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화성의 극지방 얼음이 그 염분으로 인해 다시 녹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다. 금속 실린더 내부에 화성 극지방과 유사한 표토를 배치한 후 얼음과 칼슘 과염소산염류를 넣고 온도를 -120℃와 -21℃ 사이로 이동시킨 것. 그 결과 놀랍게도 -73℃가 되었을 때 연구진은 미세한 물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외국에 유학 가서 공부하지 않고 국내에서 한 연구로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 과학상이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기록된 찬드라세카라 라만(왼쪽). 오른편은 스위스의 물리학자 리처드 베어. ⓒ Public Domain

외국에 유학 가서 공부하지 않고 국내에서 한 연구로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 과학상이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기록된 찬드라세카라 라만(왼쪽). 오른편은 스위스의 물리학자 리처드 베어. ⓒ Public Domain

위의 두 연구는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바로 ‘라만 분광법’을 이용해서 성공한 연구라는 점이다. 라만 분광법은 1930년 빛의 산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찬드라세카라 라만이 발견한 분석기법이다. 빛이 분자를 만나면 그 종류에 따라 고유한 파장이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한 분석법으로서, 이를 이용하면 원료 성분을 분자 단위로 분석해낼 수 있다.

인도 남부의 티루치치라팔리에서 물리학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라만은 마드라스의 프레지덴시대학에 입학해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재무부 회계국의 관리로 근무한 그는 꾸준히 개인 연구활동을 한 끝에 1917년 캘커타대학 물리학 교수로 임용됐다.

우리가 해가 질 때 볼 수 있는 저녁 노을은 빛이 대기의 하층부를 통과할 때 붉은빛은 산란되지 않고 통과하지만 푸른빛은 산란되어 흩어져 버려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처럼 푸른색이 붉은색보다 더 많이 흩어지는 것은 틴들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산란된 빛이 틴들효과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라만도 산란된 빛의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28년 라만은 마침내 산란된 빛에 입사광선과 다른 파장을 가진 것들도 포함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산란된 빛의 특성 연구하다 ‘라만 효과’ 발견

그것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라만 효과’다. 입사광의 파장을 바꾸면 새로운 선들의 파동도 함께 변하는데, 라만은 여러 물질을 산란 물질로 사용해 그 현상을 일반적인 특징을 조사한 것이다. 라만 효과는 양자론의 실험적 증명의 하나가 되는 동시에 분자와 구조 및 그 에너지 상태에 관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입사광선의 스펙트럼에 따라 움직이는 적외 스펙트럼이 생기는데, 이 같은 라만선의 발견은 분자구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자의 진동을 모든 영역에서 연구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정확한 방법인 라만 효과는 물질의 구조를 연구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어떤 물질에 쏜 빛이 물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빛 에너지가 달라질 때 나오는 라만신호의 경우 물질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몸속 생체분자 같은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정확히 분석하고 검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라만신호는 크기가 너무 약해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반복적으로 재현하기 어려워 실용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과학계에서는 미약한 라만신호를 증폭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라만신호의 증폭 기술이 상용화되면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약물 효과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후보물질을 찾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체내 이미징이나 체외진단 등 다양한 진단기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과학 보급에 앞장선 인도 과학의 아버지

찬드라세카라 라만은 기체 확산에 관한 뛰어난 연구와 라만효과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그의 수상에는 두 가지 아시아 최초 기록이 숨어 있다.

즉, 외국에 유학 가서 공부하지 않고 국내에서 한 연구로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 과학상이었던 것. 또 하나는 그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다. 물리학상은 모든 자연과학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에 노벨상 중에서도 특히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인도는 경제발전 속도가 느리고 응용기술 개발이 더딘 편이지만, 라만의 노벨상 수상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리학과 수학 등 기초과학에서만큼은 강국으로 분류된다. 특히 우주과학의 경우 물리학과 수학 등 기초과학의 발달이 필수적이다. 현재 인도는 IT의학, 공학, 우주 분야에서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꼽힌다.

1933년 벵갈루루의 인도과학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한 라만은 1948년 자신이 기부해 설립한 라만연구소 소장이 되어 많은 과학자들을 양성했다. 또한 그는 1926년 ‘인도물리학’지를 간행하는 등 국내 과학의 보급에 힘썼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는 그가 라만효과를 발견한 날인 2월 28일을 ‘과학의 날’로 지정해 인도 전역에서 다양한 과학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라만 집안은 퀴리 집안에 이어 몇 안 되는 노벨상 수상 가문이기도 하다. 198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의 미국 천문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가 바로 그의 조카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이론천체물리학자인 찬드라세카르는 항성 대기, 항성의 내부 구조, 항성계의 역학 등에 대해 연구했으며 백색왜성에 대한 연구를 하다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발견한 공로로 미국의 W. 파울러와 함께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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