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이 아드리아 해를 아름답게 물들이기 시작할 때쯤 곤돌라를 타고 뱃사공이 불러주는 세레나데를 듣는 것은 베네치아 여행의 백미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들과 파도에 흔들리는 곤돌라, 그리고 하나둘씩 불을 밝히는 야경은 왜 이곳이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여행지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낭만적인 곤돌라는 원래 장례용으로 사용하던 배였다. 옛날 베네치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성당에서 장례를 치른 뒤 시신을 묘지가 있는 이웃의 섬으로 옮겼다. 이때 시신의 운반을 담당하던 배가 바로 곤돌라였다.
사실 베네치아는 거대한 석호의 섬에서 비롯된 도시다. 5세기 중반 로마제국이 분열되면서 훈족이 침략하자 베네토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피난처로 선택한 곳이 바로 석호의 토르첼로 섬이었다. 석호는 바닷물이 모래를 운반해 만든 모래톱의 발달로 해안의 만이 바다로부터 분리되어 형성된 호수를 말한다.
이후 다른 섬들에까지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섬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거대한 나무말뚝을 박아 지반을 다진 후 그 위에 건물들을 지었다. 예를 들어 베네치아의 상징으로 알려진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의 경우 육중한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110만여 개의 나무말뚝이 사용됐다.
이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말뚝으로 인해 베네치아는 자연섬과 인공섬을 합해 모두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물의 도시가 되었다. 또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와 200개가 넘는 운하를 중심으로 항만 시설과 창고, 집 등이 들어섰다. 즉, 농민과 어부의 임시 피난처가 점차 영구 정착지로 변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축 박물관
따라서 베네치아의 모든 교통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배다. 50~200여 명이 탈 수 있는 버스를 비롯해 5~10명이 타는 택시, 그리고 각종 물건을 운반하는 트럭까지 모두 선박이다. 그밖에 쓰레기수거차, 앰뷸런스, 소방차도 모두 물 위를 달리는 배가 담당한다. 곤돌라는 관광용 택시에 해당한다.
해양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바다와의 결혼’이라는 의식이 매년 열린다. 1172년 베네치아의 총독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아드리아 해에서 반지를 바다에 던진 것에서 유래한 의식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베네치아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왕이 된 것도 베네치아에서 연마법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독특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토르첼로 대성당, 산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 등과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베네치아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특히 산마르코 광장과 연결된 골목들은 베네치아에서 한 번은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히며, 산마르코 성당은 나폴레옹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칭송했을 정도다. 개성 있는 건축물로 연결된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축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식수다. 물 위에 살면서도 베네치아의 주민들은 늘 물 부족을 겪어야 했다. 사방이 바다인데다 땅이 진흙이어서 지하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베네치아인들은 빗물을 모으는 우물을 만들어 사용했다.
베네치아의 또 다른 고민은 도시가 점점 물에 잠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근대 들어 산업용수로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지반이 가라앉아 침수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20세기에만 120㎜나 가라앉았던 것.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모세 프로젝트 시행 중
2000년대 들어 침강이 멈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GPS와 우주 레이더 자료를 종합한 결과 여전히 침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및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하면 베네치아의 지반은 연간 2㎜씩 가라앉고 있을 뿐더러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면은 연간 2㎜씩 상승하고 있어 실제 지면의 침강효과는 연간 4㎜에 이른다.
게다가 평소보다 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라는 해수 고조 현상이 최근에 매우 빈번해져 도시 건물의 1층에는 아예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네치아에서는 현재 ‘모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03년에 착공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베네치아가 있는 석호에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3개의 입구가 있는데, 그곳에 대형 금속제 방벽 78개를 이어붙이는 것이다. 가로 및 세로 20~30m, 높이 5m, 무게 300톤의 이 방벽들은 평소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어서 바닷물이나 배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질 경우 속이 텅 빈 방벽의 내부에 압축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일으켜 세우면 물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이 금속제 방벽은 해수면이 정상보다 110㎝ 높을 때 작동해서 최대 3m 높이의 해수로부터 베네치아를 보호할 수 있다. 기상예보 발령으로부터 금속제 방벽이 일어서 물을 막기까지는 30분, 보의 역할이 끝나 다시 방벽들이 물 아래로 가라앉는 데는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모세 프로젝트는 현재 시행 중인 해수면 상승 대비 토목 프로그램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꼽힌다.
베네치아는 인류가 바다와 거친 개펄이라는 적대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도시를 세운 점, 여전히 생생하게 유지되고 있는 고고 유적, 차별화된 양식의 예술적 성취물 등을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4213)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한길·김택균 교수, 신경과 윤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두경부(머리와 목 부분)의 X-선 영상을 이용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호흡량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재료연구원은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으로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8일 밝혔다.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는 인간 뇌를 모사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고효율로 인공지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다. 재료연구원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김용훈·권정대 박사 연구팀이 이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연구팀이 극저온에서 나타나는 특성인 '스핀 구름'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처음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현식 동국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이 응축하는 현상을 통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대표적 희소 난치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림프암의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조희영·임희종 박사 공동 연구팀이 면역체계 오작동으로 염증이 유발되고 정상조직이 공격당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통해 신약 물질인 'KIC-0101'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담수화 공정 후 폐기되는 농축수에서 담수와 고순도 리튬을 얻을 수 있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투석 방식의 담수화 시스템은 높은 전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증산발전 소자'를 만들었다.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기공을 통해 수증기가 돼 빠져나가는 '증산작용' 원리에서 착안한 이 소자는 한 번만 물을 주입하면 공기 중 수분을 자동으로 흡수해 자가 발전하게 된다.
인공조명에 따른 빛 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시민 과학자들이 제출한 별 관측 자료를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약 2억5천만년 전 꽃가루 화석에서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는 화합물이 확인됐다. 이는 식물이 유해한 자외선(UV-B)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페름기 말 대멸종 때 유해 자외선이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제시됐다.